도미닉 크루즈(30, 미국)가 TJ 딜라쇼(29, 미국)와의 치열한 접전 끝에 판정승을 거두며 챔피언 벨트를 2년 만에 되찾았다.

크루즈는 지금은 UFC에 인수·합병된 WEC의 밴텀급 마지막 챔피언으로 UFC에 넘어오고 나서도 챔피언의 자리를 지킨 밴텀급의 강자다. 하지만 연이은 부상 악재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고 결국 2014년에 벨트를 박탈당한다.

이 벨트는 밴텀급에서 폭군으로 불리던 헤난 바라오(28, 브라질)에게 넘어갔고 다시 TJ 딜라쇼에게 넘어갔다. 크루즈가 부상으로 벨트를 풀어준 순간부터 벨트의 주인이 여러 번 바뀐 셈이다.

크루즈는 2014년 9월, 다시 UFC에 복귀했다. 상대는 미즈가키 타케야(32, 일본)였는데 1분 1초만에 타케야를 쓰러뜨리고 부활의 신호탄을 울렸다. 하지만 부상 악재는 끝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무릎의 전방십자인대에 부상을 입었고 긴 시간 동안 수술과 재활 훈련에 들어갔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전에 다쳤던 무릎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부상을 말끔하게 털고 복귀한 크루즈는 18일(한국시간), 밴텀급의 진정한 스텝 왕과 챔프의 자리를 두고 케이지에 들어섰다. 경기는 예상대로 화려했다. 둘 모두 종합격투기 사상 최고의 스텝을 가진 선수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5라운드 내내 옥타곤을 돌아다니며 손발을 교환했다.

딜라쇼는 드웨인 루드윅 코치의 뱅 무에타이 스타일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잘 보여줬다. 앞·뒤·좌·우할 것 없이 발을 움직이며 주먹을 쏟아냈고 변칙적인 타이밍에 하이킥을 뻗으며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

크루즈는 이런 딜라쇼의 공격을 좌우로 빠져나가며 펀치 위주의 카운터로 점수를 땄다. 이 탓인지 전체적인 타격 횟수는 먼저 선공을 시도한 딜라쇼가 130-122회로 조금 더 많았지만 적중 횟수는 109-112로 크루즈가 더 많았다.

시간이 흐르자 딜라쇼는 조금씩 움직임을 바꿔나갔다. 카운터를 치며 빠져나가는 크루즈의 움직임을 고려해 뒤로 빠져서 좌우로 움직이는 스텝을 버리고 전진 스텝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크루즈는 이런 움직임을 테이크다운으로 대응했다. 덕분에 딜라쇼는 4차례나 테이크다운을 당했다. 크루즈는 이번 경기로 100%를 자랑하는 딜라쇼의 테이크다운 방어 기록을 무참히 깨버렸다.

경기는 결국 판정으로 갔다. 워낙 치열하게 공격과 테이크다운을 주고받아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경기를 중계하던 김대환 해설위원도 "판정하기가 정말 힘들것 같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결과는 크루즈의 2-1 판정승이었다. 2년이라는 시간을 돌아 밴텀급의 주인이 제 자리를 찾는 순간이었다. 은퇴를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의 부상과 긴 공백을 거쳐 돌아왔다. 20대에 거머쥐었던 타이틀을 30대가 되어 다시 되찾았다. 인간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점은 남아있다. 워낙 부상이 잦다 보니 언제 또 부상으로 공백 기간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2016년부터는 부상 없이 오프라인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꾸준히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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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격투기 딜라쇼 UFC 도미닉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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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종목 관련 전문 기자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지만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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