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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산내에서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대전 산내에서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해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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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은 반대 세력을 모두 제거 대상으로 삼았다. 반면 북한은 친일, 친미, 반공주의자를 제외한 나머지 주민들은 포섭하려 했다'

1950년 한국전쟁 시기 남한과 북한이 대전형무소를 중심으로 벌인 ' 두 개의 학살'을  비교 연구한 논문이 나왔다. <관련 기사/ 7000여 명 학살당한 땅.. 대전 산내의 뼈아픈 역사>

임재근 씨(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팀장)가 최근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학위(정치 통일 전공, 지도 교수 양무진) '한국전쟁 시기 대전지역 민간인 학살 연구' 제목의 논문에서 '두 개의 학살'을 비교했다.  '두 개의 학살'이란 1950년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남한 군인과 경찰(아래 군경)에 의해 대전에서 일어난 민간인학살과 같은 해 9월 인민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을 말한다.

1950년 대전에서만 민간인 최대 8500명 살해

1950년 대전에서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부터 7월 20일까지 남한 군경에 의해 최소 1800여 명에서 많게는 7000여 명이 학살됐다. 희생자들은 보도연맹원 또는 대전형무소 수감자다.

같은 해 인민군이 대전을 점령한 7월 20일부터 퇴각한 9월 28일까지 인민군이 남한 경찰과 군인, 청년단체 등 우익인사 1557명을 학살했다. 통치 주체가 남북으로 바뀌는 약 100일 동안 대전에서만 최소 3300명에서 최대 8500명에 이르는 민간인이 살해된 것이다.

논문은 두 개의 사건을 '전쟁'과 '학살'을 키워드로 학살 과정을 세밀히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비교했다.

논문은 두 개의 학살이 모두 '불법'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남한 군경은 '적법한 재판 없이' 민간인을 처형, 폭력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우 처음에는 검찰소를 통한 예심과 재판소를 통한 기소의 과정을 거쳐 사건을 처리하려 했지만 퇴각 직전 집단학살은 적법하지 않은 불법학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포괄적 제거정책' vs. '선별적 제거정책'

당시 북한 내무 서(대전시 정동 파출소)가 작성한 '반동분자 및 월남자 명단(출처, NARA, RG242, SA2010 Item 105)과 북한 인민군 충남도검찰소가 작성한 '악질민족반역자에 대한 현지 공판 대상자 선정 지시 문건' 등 '충남 검찰소 서류철' 일부 문건은 이 논문을 통해 처음 소개된 것이다. 이는 당시 북한 인민군이 대전과 충남에서 어떤 정책을 펼쳤는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논문은 '두 개의 학살'이 남한은 '포괄적 제거정책'을, 북한은 '선별적 제거정책'을 폈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찾았다.

당시 이승만 정권은 정적들을 제거하기 위해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모두 제거 대상으로 삼았다. 군경은 대전지역 학살과정에서도 '열 명 가운데 하나를 제거하기 위해 열을 다 죽여도 좋다는 발상에 근거했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대전 점령지에서도 '친일, 친미,반공주의자를 제외한 나머지 주민은 포섭하려는 선별적 제거정책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또 남한 군경이 사전 준비로 20일에 이르는 장기적 학살을 벌여 전국에서 피해자가 발생했고, 인민군은 퇴각 직전 시기 2~3일에 집중, 즉흥적이면서 충남도내에서 광역적 피해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재근 씨가 쓴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학위(정치 통일 전공, 지도 교수 양무진) '한국전쟁 시기 대전지역 민간인 학살 연구'  논문 표지
 임재근 씨가 쓴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학위(정치 통일 전공, 지도 교수 양무진) '한국전쟁 시기 대전지역 민간인 학살 연구' 논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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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세력 제거 - 보복 살해"

논문은 특히 "군경에 의한 민간인학살은 '예방'이라는 명목 아래 체제 반대세력을 제거 대상으로 삼았고, 인민군의 민간인학살은 '군경의 학살에 대한 보복학살의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군경의 민간인 학살이 보복 살해로 이어져 전쟁의 비극을 극대화 시겼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전지역 '두 개의 학살'에 대한 과정과 배경, 성격을 고찰하는 연구가 다수 있었지만, 이번처럼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논문에서 일부 새로운 문건을 제시했지만 대부분 기존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그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두 개의 학살'의 연관성을 밝혀 종합적 이해를 돕고 있다.

대전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대전 소재)는 이 논문을 별도 책으로 출간, 교육자료로 보급할 예정이다.


태그:#대전 민간인학살, #대전형무소, #논문, #한국전쟁, #평화인권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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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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