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오르며 해태 시절을 포함해 통산 10번째 챔피언에 올랐던 KIA 타이거즈는 2011년 포스트 시즌 진출을 마지막으로 줄곧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2012년 가을에는 선발진의 4연속 완투 등 놀라운 활약으로 막판까지 추격에 나섰지만 결국 5위에 그쳤다.

하지만 KIA는 9구단 체제로 운영되었던 2013년과 2014년 두 해 모두 8위에 머물렀다. 2013년에는 신생 구단 NC 다이노스보다도 낮은 순위를 기록했고, 이 기간 동안 KIA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던 팀은 한화 이글스뿐이었다. 그러던 한화도 2015년에는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순위가 상승하며 KIA는 한화와의 순위 경쟁에서도 밀렸다.

오랜만에 고정되었던 풀 타임 마무리, 다시 공석되다

사실 KIA는 지난 몇 년 동안 한 시즌을 안정적으로 책임졌던 풀 타임 마무리투수가 없었다. 2013년에는 선발로 시작했던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를 마무리로 돌렸지만 신통치 않았고, 결국 이 때부터 불펜에서 컨디션이 좋았던 선수들을 돌려 쓰기 시작했다.

2014년에 영입했던 하이로 어센시오 역시 그다지 큰 믿음을 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KIA는 어센시오의 존재로 인하여 선수 출전 명단을 짜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KBO리그는 2014년부터 투수와 야수를 골고루 영입하여 3명까지 엔트리에 등록(신생 구단은 2년 동안 1명 추가 등록)하되, 경기 당 2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바로 이 규정 때문에 KIA는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을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외국인 선발투수가 등판하는 날이면 세이브 상황에서 어센시오를 등판시켜야 했기 때문에 필이 벤치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KIA는 2015년에 다시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선발요원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봄이 될 때까지도 마무리투수를 낙점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때 KIA는 결정적인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위해 FA로 KIA를 떠나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갔던 윤석민이 첫 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만 머물다가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뒤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지 않고 KIA로 복귀한 것이다.

FA 신분으로 계약한 윤석민은 4년 90억원의 계약을 체결하며 당시로서는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2015년 겨울 박석민(현 NC 다이노스)이 4년 96억원을 기록할 때까지 한 시즌 동안 최대 규모 계약 기록을 유지했다.

당초 윤석민은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할 것으로 보였으나 기아가 끝내 마무리투수 후보를 찾지 못하면서 윤석민이 마무리를 맡게 됐다. 2014년 오리올스와 뒤늦게 계약하면서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기면서 메이저리그 진입에 실패했던 윤석민은 2015년에도 계약이 늦었고, 이 때문에 충분히 투구수를 늘릴 시간이 부족했다. 팀 상황까지 겹치면서 윤석민은 복귀 첫 시즌을 마무리투수로 보냈다.

KBO리그 역사상 가장 비싼 마무리투수가 되었던 윤석민은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최근 몇 년 동안에 비하면 KIA의 9회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발에서 마무리로 넘어갈 때까지 다리를 이어줄 중간 계투가 항상 불안했다.

그러던 중 KIA는 외국인 투수 1명을 교체했다. 시즌 중반에 영입된 에반 믹은 당초 본인의 희망에 따라 실전에서 점차 투구수를 늘려가며 선발투수로 등판할 준비를 했다. 영입되자마자 중간 계투로 등판하며 좋은 인상을 심어줬던 에반은 결국 선발투수로도 등판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펜은 불안했다.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구원투수로만 등판했던 에반이 다시 불펜에 대기하게 됐다. 에반은 선발 뒤에 2번째 투수로 등판하는 롱릴리프 및 필승조로 등판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KIA와의 재계약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제 윤석민은 2016년부터 다시 선발투수로 돌아가게 됐다. 이에 따라 KIA는 다른 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토종 원투 펀치를 다시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제 1회 최동원상을 수상했으며, 2015년 평균 자책점 1위에 오른 왼손 선발투수 양현종과 함께 좌우 균형도 완벽하다. 김기태 감독의 지시로 윤석민과 양현종은 각각 정규 시즌 개막전 선발과 홈 개막전 선발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KIA는 다시 마무리투수를 찾아야 한다. 사실 지난해에도 심동섭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지만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중간 투수로 자리를 옮긴 심동섭은 필승조로 21홀드를 기록했다. 일단 젊은 투수들 중에서는 심동섭과 한승혁이 유력한 후보지만 둘 다 컨디션이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상황이 극과 극이다.

중간 연령대에 속하는 김진우와 한기주도 불안하다. 물론 한기주도 프로 생활 초반 마무리 경험이 있긴 했다. 그러나 김진우와 한기주는 일단 몸 상태부터 불안하다. 둘 다 팔꿈치 수술을 포함한 잦은 부상으로 인하여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여차하면 베테랑 최영필이나 메이저리그 마무리 경험이 있던 김병현까지 마무리후보로 거론될 수도 있다.

지긋지긋한 부상병동, 이번엔 벗어날 수 있을까

KIA는 최근 10년 내 부상 선수가 가장 많은 구단으로 손꼽혔다. 심지어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던 당시에도 이용규(현 한화 이글스)가 부상으로 고생하기도 했다. 선수 자원 자체는 풍부했지만 항상 집단 부상으로 인하여 제대로 된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사실 선동렬 감독 시대(2012 ~ 2014)에 KIA는 그야말로 부상 선수들만으로 대형 병동을 차릴 지경이었다. 2014년에는 재활군에만 무려 20명의 선수가 등록되어 있을 정도였다. 특히 어깨와 팔꿈치를 중심으로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5년부터 부상 선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2016년 1월 기준으로 KIA 재활순 선수는 3명에 불과하다. 김진우(팔꿈치), 강한울(뼛조각), 류재원(어깨) 3명만 남아 있을 뿐이다. KIA는 치료 이전의 예방에 집중하면서 부상자를 줄일 수 있었다.

그동안 한기주, 김진우,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김주찬 등 주요 간판 선수들이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이에 김기태 감독은 이후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재활에 집중할 수 있게 배려했다.

결국 한기주도 오랜 부상 시련을 딛고 2015년에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었다. 그러나 최희섭은 끝내 재기하지 못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최희섭은 시카고 컵스 시절 겪기 시작한 뇌진탕 증세로 인하여 커리어 내내 잦은 부상으로 고생했고, 결국 2009년을 제외하면 안정적인 풀 타임 시즌이 거의 없었을 정도였다.

최희섭과 함께 광주일고 메이저리그 트리오라 불렸던 서재응과 김병현도 지난 시즌 불안한 컨디션 속에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특히 김병현은 전지훈련 과정에서 맹장염까지 걸리면서 제대로 몸도 만들기 어려웠다.

KIA는 일단 비활동 시기에 선수들에게 자율적으로 몸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 1월 13일 김기태 감독 특유의 체력 테스트를 예고했다. 선수들의 근력과 기초 체력을 점검하는데, 전지훈련 출발에 앞서 보다 완벽한 준비를 하겠다는 뜻이다.

이후 KIA는 1월 16일 본격적으로 전지훈련에 들어간다. 본진은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미국 애리조나 주로 떠나며, 베테랑들은 일단 광주에 남아서 훈련하다 2월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본진과 합류할 계획이다. 일단 이 과정에서 부상 선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족했던 막판 뒷심, 2016년에는?

KIA는 몇 년 동안 상당히 안타까운 모습들을 보였다. 시즌 초반 일부 전문가들이 우승 후보로 예상하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부상 때문에 전력을 100% 가동하지 못하면서 막판 순위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이었다.

KIA는 2015년에도 시즌 막판까지 5위 자리를 놓고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 등과 함께 경쟁을 벌였다. 잔여 경기도 제일 많이 남았고 롯데와 한화가 탈락하는 동안 KIA에게는 계속 희망이 남아 있었다.

SK가 시즌을 마치고도 KIA는 자력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KIA는 결국 시즌을 마친 SK의 순위를 뒤집지 못하고 7위로 아쉽게 시즌을 마쳐야 했다.

다행히 KIA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였던 주축 선수들의 부상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용 선수 자원이 보다 풍족해진 만큼 시즌 막판에 보다 힘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요소가 생겼다. 과연 KIA는 2016년 막판 뒷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올해 가을을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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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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