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쇼:스페이스 로맨스>연습 현장. 기계 이상으로 흔들리는 우주선 내의 상황을 배우들이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이언스 쇼:스페이스 로맨스>연습 현장. 기계 이상으로 흔들리는 우주선 내의 상황을 배우들이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 양현경


새해 첫날 저녁, AYAF 2015 공연예술분야 창작자로 선정된 다원예술가 박민선의 <사이언스 쇼 : 스페이스 로맨스>의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 문을 열자, 넓지도 않은 연습실을 여섯 명의 배우들이 몸을 풀기 위해 줄지어 뛰고 있다. 유쾌하게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시간도 잠시, 첫 장면 연습을 시작하자 배우들의 긴장감이 팽팽해졌다.

"10, 9, 8…. 3, 2, 1"

카운트다운에 이어 공기를 가르는 엔진 소리가 들린다. 가슴 한쪽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평소 1부터 세던 숫자를 10부터 거꾸로 셀 뿐인데도, 카운트다운은 언제나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공연의 제목을 떠올리니 설렘이 더욱 커진다. '스페이스'에다가 '로맨스'라니, 한 단어만 들어도 단숨에 상상의 세계로 뛰어오를 수 있는 환상적인 두 단어가 나란히 손을 잡은 제목이다.

찰나의 순간을 함께하는 기쁨

 <사이언스 쇼 : 스페이스 로맨스> 연습장면

<사이언스 쇼 : 스페이스 로맨스> 연습장면 ⓒ 양현경


이 공연은 '과학에 문외한인 한 인간이 과학공부를 한 후 축적된 지식에서 파생된 상상력'으로 만든 작품이다. 작가이자 연출자인 박민선이 창작을 준비하면서 우주에 대해 습득한 지식이 두 명의 주인공이 탄 '보이저 X호'가 지구로부터 '프록시마 센타우리'라는 생소한 별까지 이르는 궤적을 그려내고 있다.

스스로 과학에 문외한이라는 작가가 과학공부를 시도하여 공연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사실도 놀랍지만, 일상에서 좀처럼 쓰이지 않는 우주의 질량과 속도, 거리의 단위들을 비롯하여 우주탐험의 역사는 물론 온갖 행성들의 이름이 얽힌 복잡한 지식 사이에서 이야기가 탄생했다. 여기에 우주선에 단둘이 탑승한 과학자와 인공지능 로봇의 사랑이 포함됐다는 게 더욱 놀랍다.

작가의 상상력과 배우들의 움직임을 따라 낯선 우주 공간의 언어 사이를 헤매다 보면, 어느 순간 로맨스라는 낭만적인 호숫가에 닿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우주선 안을 울리던 기계음 사이로 따스한 재즈 선율이 흐른다.

주인공 철수와 영희의 우주탐험은 어느 영화, 어느 소설에서나 그랬듯 위험천만하다. 잠든 상태로 10년을 여행한 뒤 무기력해진 몸을 회복시켜야 하고, 갑작스럽게 소행성 무리가 빗발치고, 우주선의 부품들은 고장을 일으킨다. 그러나 역시 어느 영화, 어느 소설에서나 그랬듯이 그 위험의 한복판에서 두 주인공은 애틋한 순간을 맞이한다. 막막한 우주 공간 안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품이 되어.

우주과학자 철수 박사와 인공지능 로봇 영희. 국어 교과서에서 보았던 두 주인공의 이름에 잠시 웃다가, 로맨스에도 교과서가 있다면 분명 어느 페이지를 장식했을 거라 여겨지는 영희의 대사가 귀에 들어온다.

"헤아릴 수 없이 넓은 공간과 셀 수 없이 긴 시간 속에서 작은 행성과 찰나의 순간을 철수 박사님과 함께할 수 있음은 저에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밤하늘이 아직 푸른 빛을 띤 초저녁부터 밝게 떠오른 별 하나를 발견했을 때처럼 반가운 미소가 피어오른다. 지금 당신에게도 떠오르는 품이 있다면, 그 따스한 기억을 안고 이번 주말 <사이언스 쇼 : 스페이스 로맨스>와 함께 잠시 우주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마침 별이 밝은 겨울이다.

 <사이언스 쇼 : 스페이스 로맨스>의 포스터.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 111에서 펼쳐진다.

<사이언스 쇼 : 스페이스 로맨스>의 포스터.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 111에서 펼쳐진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종합예술퍼포먼스 AYAF 사이언스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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