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다큐멘터리 <나쁜나라> 포스터

세월호 다큐멘터리 <나쁜나라> 포스터 ⓒ 시네마달


세월호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가 독립영화의 흥행 기준인 1만 관객을 돌파했다. <나쁜 나라>는 개봉 16일차인 지난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관객 1만42명을 기록했다. 올해 한국 독립다큐의 1만 관객 돌파는 지난 9월 <위로공단>에 이어 두 번째다. 하루 25회 안팎의 상영에도 불구하고 1만 고지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쁜 나라>는 세월호 참사에서 아무 역할도 못한 무능한 나라와 이후 가족들의 농성 과정에서 불법 시위대로만 취급하려는 국가의 민낯이 그려져 있다. 가족들의 외침을 외면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국가적인 비극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으려는 지도자의 모습을 드러낸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요구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국회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최근 진행된 세월호 청문회를 공중파 방송사에서 외면한 것도 '나쁜 나라'의 한 단면이다. 국가의 무능함을 숨기려는 데에 방송사들도 암묵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자발적인 관객들의 힘

상황이 이럴수록 <나쁜 나라>는 세월호 참사부터 농성을 거쳐 현재까지의 과정을 복기하며 그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까지 우리 사회 일각에선 슬픔을 겪은 이들을 오히려 매도하고 조롱하는 비상식적 일까지 벌어지곤 했다.

안팎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1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잊지 않을 것이며, 속히 진상규명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독립영화 특성상 상영관 확보 및 상영 횟수가 적었지만, 각계 시민사회에선 단체 관람 및 대관 상영을 이끌며 힘을 보탰다.

지난 15일에는 대구 오오극장에서 영화를 본 한 관객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한 회 상영 티켓을 구입한 후 기부해 화제가 됐다. 부산에서도 익명의 관객이 40매를 구매해 기부했고, 서울에서도 익명의 관객이 12월 24일 서울 종로의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되는 저녁 상영에 100매를 구매해 나누기로 하는 등 티켓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17일 진행된 대구 오오극장의 티켓나눔 현장

지난 12월 17일 진행된 대구 오오극장의 티켓나눔 현장 ⓒ 오오극장 제공


19일 저녁에는 독립PD들의 대관상영이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됐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제작자였던 한경수 PD는 "독립PD들에게 전석 대관을 제안한 지 하루만에 40여명의 PD들이 참여했다"며 "한번 정도 더 대관상영을 통한 티켓 나눔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영에는 4.16 기록단의 박봉남 PD와 진모영 감독 등 다수의 독립PD들이 영화를 관람했다. 독립PD들 역시 세월호 관련 다큐를 제작하고 있는데, 한 관계자는 "내년 선체 인양이 끝난 후 촬영 작업이 마무리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의 관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희생자 유가족들도 전국을 돌며 관객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등 여러 모로 시민들이 자발적인 관람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고 관객들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송희일 감독은 "1만 관객은 통상 매우 협소한 한국 독립영화 시장 기준에서의 유의미한 궤적일 뿐이고, 세월호에 관한 기억을 우리는 얼마나 공유하고 있냐는 질문 앞에서 초라한 기록"이라며 "이제 겨우 참사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잊지 않겠다던 그 수많은 맹세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지 않으면 '나쁜 나라'는 특정의 누군가가 만든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모해서 만든 나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나쁜나라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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