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야 너 판소리 잘한데'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도리화가> 언론시사회가 열리고 있다. <도리화가>는 조선 최초 여자 소리꾼을 소재로 하고 있고, 11월 25일 개봉한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도리화가> 시사회 당시 류승룡과 배수지. ⓒ 이희훈


배우 류승룡이 언급한 '여배우의 덕목'과 이에 대한 고경표의 SNS 글이 화제다.

류승룡은 지난 4일 영화 <도리화가>의 쇼케이스에서 "수지가 있을 때와 없을 때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여배우가 현장에서 가져야 할 덕목들. 기다림, 애교 그리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감을 주는 존재감이 촬영장에 해피 바이러스를 줬다. 실제로 빼빼로 데이 때는 100여 명의 스태프 모두에게 손글씨가 담긴 빼빼로를 선물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후 논란이 되며, 젠더 문제로 불거졌다. 단순히 배우의 덕목을 넘어 그가 여성이라는 것만으로 "기다림, 애교, 있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감을 주는 존재감"이 직업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꼽혔다고 해석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가 출연한 <도리화가>는 남성만 소리꾼이 될 수 있던 시대에 여성 최초의 소리꾼이 된 진채선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직업 영역에서 성 고정관념을 드러낸 듯한 그의 발언은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이후 고경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이게 뭔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야. 저기 사이트 상황 설명 좀 해줄 사람. 나도 <간신> 촬영하면서 옆 세트장이라 인사드릴 겸 갔었는데 수지가 정말 착하고 뭘 하지 않아도 분위기 좋고, 그냥 수지가 너무 예쁘고 같이 촬영하는 사람들 모두 수지를 정말 좋아하는 게 느껴졌는데 승룡 선배님이 하신 말씀이 도대체 어떻게 봐야 저런 댓글이 달리는 거야. 저 사이트는 뭐지. 무슨 말이야. 댓글들 보면 이상한 말 뿐이던데. 저 사람들은 사회생활이 가능한 사고방식을 가진 거야? 누가 좀 설명해줘. 대부분 댓글이 여자가 단 것 같은데 여자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 가는 거야? 저 반응이? 진짜 수지가 기쁨조라고 느껴져? 승룡 선배님이 변태처럼 보이는 발언이었어?"라는 글을 남겨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류승룡의 발언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과민한 해석'이라는 의견과 '옳은 지적'이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상반된 의견이지만 각각 수긍할 만한 부분이 존재한다.

먼저 전자는 류승룡의 발언이 여배우를 추켜올리는 도중에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언급된 말이기 때문에 젠더 문제로까지 생각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류승룡이 수지가 갖춘 덕목을 한데 묶어 설명하려다 그가 속한 여배우라는 직업을 단순히 언급했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후자는 류승룡의 발언이 다분히 수동적이고 전통적인 성관념에 얽매인 것이라고 지적한다. '남자가 이것도 못해?' '여자라면 이래야지' '여자가 왜 이렇게 덜렁대?' '남자가 왜 이렇게 쪼잔해?' 같은 성고정관념은 단순히 특정 성을 타고났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을 관념의 틀에 넣어 속박하고 규제한다. 능력 외에 성별로 인한 덕목을 규정한다는 것은 개인의 행동양식을 제한하고 성차별을 일으킬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은 타당하다.

류승룡이 성차별적 목적으로 해당 발언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여배우가"라는 발언이 "신인배우가" 혹은 "배우가" 등 선배 혹은 동일 직업자로 건넨 말이었다면 아쉬움이 없었으리란 생각이 들지만, 류승룡이 변태라거나 수지를 기쁨조 대하듯이 생각한다는 것은 과도한 비난이 아닐까.

다만 이 논란으로 양성이 함께 생각해볼 만한 부분은 무의식적으로라도 성고정관념을 갖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업적인 부분뿐만이 아니라 삶 전반에 그것을 적용하면 우리는 보다 자유로워질 것이며, 고유한 빛깔로 자신을 빛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류승룡 고경표 도리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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