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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삼척 시내에서 진행된 동양시멘트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집단 해고 규탄대회.
 지난 2월 삼척 시내에서 진행된 동양시멘트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집단 해고 규탄대회.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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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관이 계속해서 '동양시멘트에서 일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됐다'는 판정을 내리고 있는데도, 회사는 아직도 이들을 복직시킬 의사를 나타내지 않아 노동자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회사에 자신들을 즉시 복직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17일, 동양시멘트 해고 노동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모두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이번 판결은 동양시멘트가 '부당해고'뿐만 아니라,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까지 모두 인정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에 앞서 고용노동부와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이미 지난 2월과 6월, 해고 노동자들이 형식적으로만 동양시멘트의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했을 뿐 실제로는 동양시멘트와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다고 판정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해고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동양시멘트에 이들을 "직접 고용"할 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동양시멘트는 고용노동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부동산과 통장을 가압류하는 등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 해고 노동자 대표는 업무 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와중에 동양시멘트는 해고 노동자 문제를 등한시한 채, 지난 9월 회사를 '삼표'에 매각하는 절차를 밟았다. 그 후 삼표 역시 해고 노동자 문제를 외면하는 건 마찬가지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접한 해고 노동자들은 일단 "환영"을 표시했다. 하지만 그 표정에서 어두운 그늘을 지우지는 못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17일 '동양시멘트 공동투쟁본부'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환영한다"며, 삼표와 동양시멘트에 "해고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으로 원직 복직"시킬 것을 요구했다.

회사, 중노위 판정 '외면'

지난 3월 2일, 동양시멘트에 '적접 고용'을 요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할 것을 결의하는 해고 노동자들.
 지난 3월 2일, 동양시멘트에 '적접 고용'을 요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할 것을 결의하는 해고 노동자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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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삼표와 동양시멘트에서는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해고 노동자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강원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 이후 수많은 부동산 가압류 및 통장 가압류를 진행한 것이 삼표-동양의 사용자들"이었다며, "(삼표와 동양시멘트가) 이번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마저 불이행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에 해고 노동자들은 회사 대신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노동자들은 "(동양시멘트가 정부기관의 판정을 무시할 경우)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법에 따른 최고의 형을 집행하는 것"이라며, "(동양시멘트에)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을 구형하여 불법 부당한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현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도 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해고 노동자들은 "대대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만에 하나 삼표-동양시멘트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무시하고 정규직 원직 복직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우리 노동조합은 민주노총과 연대하여 삼표 정도원 회장에 대한 대대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밝혔다.

동양시멘트 측이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외면할 것이라는 해고 노동자들의 예측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민주노총강원영동지역노동조합 김경래 수석부지부장은 18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떠나서, 이제 복직을 하려면 우선 사측과 대화를 해야 하는데 사측이 오늘도 교섭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지금도 노동자 개개인에게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보내고 있다"며, "우리는 교섭을 통해 현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는데 (회사가 이에 응하지 않아) 회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답답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우리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삼표, #동양시멘트, #해고 노동자, #중앙노동위원회, #김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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