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신작앨범 < CHAT-SHIRE(챗셔) >(아래 <챗셔>)를 폐기하라는 네티즌 서명이 확산일로다. 진원지는 이 사회에 개혁적 의제를 많이 던졌던 '다음 아고라'다.

결론부터 말한다. 이는 폭력 행위자가 다를 뿐, 본질적으로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정권의 폭력과 다르지 않다.

관심 없는 영역이니, 관심 없을 순 있다. 하지만 최소한 그렇다면 교과서가 국정화 되거나 말거나 내 일 아니니 관심 없다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 일관성은 보여야 한다.

한쪽은 국가 권력이고, 한쪽은 주체가 자발적 대중 아니냐라고 말하겠지만, 문화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대중은 국가 권력보다 더 무서운 권력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분명히 스스로 문화가 좀 더 상위 문화임을 주장하는 출판사(또는 출판사의 일부 사람들)의 고상한 선동이 있다.

아이유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또 보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4번째 미니앨범 < CHAT-SHIRE(챗셔) >의 쇼케이스를 연 가수 아이유

지난 10월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4번째 미니앨범 < CHAT-SHIRE(챗셔) >의 쇼케이스를 연 가수 아이유. 그러나 그녀의 앨범은 다른 방향의 논란을 낳았다. ⓒ 로엔트리


일단 논란이 되는 아이유의 뮤직비디오를 수십 차례 돌려보았다. <챗셔> 앨범 자체가 롤리타 콤플렉스(소아성애)에 기반을 둔 감성이 일부 존재한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그 정도가 소아성폭력을 유발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어린이를 성의 대상으로 삼아서 사회적 문제가 되겠다는 심각한 징후를 발견할 수 없다.

이건 마치 키스하는 남녀를 두고 포르노를 연상하는 격이다. '우리 아이들이 주체사상을 배워요' 같이 뜬금없다. 한국같이 심의가 엄격한 나라, 그것도 정치와 섹스의 표현에 있어 유연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나라에서 특별한 법률적 제재가 없다는 것은, 지금 아이유를 향한 분노의 화살들이 그만큼 자의적이고, 과하다는 거다.

그게 소위 가스통 노인네들이었으면 차라리 이해하겠다. 무엇이건 규정해놓고 그 틀 속에 안 들어오면 반역이라는 일관성 하나는 있으니까. 문제는 이 폭력의 가해자 쪽에 세상의 다원화를 인정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개입되어 있다는 거다.

'다음 아고라가 하나의 인격체는 아니잖아요, 그 사람들과 이 사람들은 달라요'라고 반문할 수 있다. 서명이 시작된 지 이틀 만인 10일 오전 11시 현재, 아고라 청원인은 35000명을 넘었다(바로 가기). 완전히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가. 다르다면 왜 외면하고 방치하는가. 추측만으로도 그럴싸한 결론까지 만들어 놓고, 끝없이 분노하고, 대중을 혼내던 사람들이 왜 내 울타리 안에서 자행되고 있는 폭력은 외면하시는가.

우리 솔직히 돌아보자

우리가 국정교과서와 싸우는 본질적 이유는 친일 미화와 독재 미화를 방지코자 함이 아니다. 나는 민주정권이 그 반대의 서술 이유로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한다 해도 똑같이 반대할 거다. 권력이 하나의 틀을 만들고, 그 틀 속에 세상의 모든 생각을 가두려 하는 것만큼 나쁜 짓은 없기 때문이다.

돌아보자. 우리가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폭력 행위들에 대하여 공정하게 반응했는지. 내 눈에 미운 놈의 폭력 말고는 애당초 무슨 일이 일어나건 말건 눈감고 귀 닫지는 않았는지. 나에게 가해진 폭력에 대하여는 세상의 모든 언사를 동원하여 저주하지만, 내 친구들이 누군가에게 행하는 폭력에 대하여는 맞는 사람의 맞을 거리만 찾고 있었던 건 아닌지.

○ 편집ㅣ곽우신 기자


아이유 챗셔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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