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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총선 당시 부정선거의혹을 제기하며 훈센총리 퇴진을 위한 거리시위에 나선 통햡 야당 두 지도자, 켐 소카 부총재(왼쪽)와 삼 랭시 총재의 모습.
 2013년 총선 당시 부정선거의혹을 제기하며 훈센총리 퇴진을 위한 거리시위에 나선 통햡 야당 두 지도자, 켐 소카 부총재(왼쪽)와 삼 랭시 총재의 모습.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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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야당(CNRP) 부총재 켐 소카가 오늘(30일) 오전 9시(현지시각) 여당(CPP)의 단독투표로 국회부의장자리에서 축출됐다.

전체 의석 123석중 68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은 야당이 투표를 보이콧한 가운데 이날 단독투표를 실시, 만장일치로 켐 소카 국회 부의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켐소카 부총재는 국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캄보디아 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과 부의장직은 사망하거나, 사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회의원의 투표로 해임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현지 신문 〈캄보디아 데일리〉에 따르면 여당 측은 자신들의 투표로 선출된 만큼 그를 퇴출하는 데 있어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켐 소카 부총재는 과거 인권당 대표로 삼 랭시당을 이끌던 야당총재 삼 랭시와 합당을 한 후 후 캄보디아 구국당(Cambodian National Rescue Party)이란 이름을 내걸고, 훈센 총리의 퇴진과 부정부패 권력 척결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야당인사다.

켐 소카 부총재는 같은 당 삼 랭시 총재가 여당과 지난해 선거법 등에 여야가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직간접적으로 불안을 표시해왔다. 또한, 훈센 총리의 '대화를 통한 협상' 제의 제스처에 삼 랭시 총재가 흔쾌히 나서 심지어 총리측과 가족모임을 갖는 등 화해분위기를 조성하자, 켐 소카 부총재는 야당의 선명성을 해치는 행위라며 사석에서 불만을 표시하는 등 몹시 못마땅하게 여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켐 소카 부총재의 이러한 강경 입장과 발언 때문에 훈센 총리 측에서는 그동안 삼 랭시 야당 총재보다 켐 소카 부총재를 더 눈의 가시처럼 여기며,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 1순위로 뽑아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켐 소카 부총재의 부의장직 축출에 앞서 지난 26일(월)에는 켐 소카의 국회부의장직 퇴진을 요구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복면 남성들이 야당의원 2명을 차에서 강제로 끌어내린 후 발로 걷어 차 머리를 다치게 하는 등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마침 공교롭게도 사건 전날 훈센 총리가 지방 연설도중 켐 소카 부총재를 겨냥, 함부로 처신하면 누군가에 의해 다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어, 이번 사건이 훈센 총리의 지시에 따르거나 과잉 충성하는 친위세력이 저지른 일이라는 의혹이 뒤따랐다. 하지만, 훈센 총리는 사건 발생 이틀 후인 지난 수요일(28일) TV 연설을 통해 그 같은 폭력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하며, 자신이 이번 야당의원 폭행사건에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적극 밝혔다.

참고로, 야당은 지난 2013년 총선에서 집권여당 주도의 부정선거 의혹에도 불구하고 55석을 얻는 등 나름 선전하며 그동안 인권 및 노동계 인사들과 합세해 반정부투쟁과 시위집회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대정부 공세를 강화해야 할 야당 총재가 최근 들어 여당과 정부에 대해 다소 우유부단한 입장을 보이는 등 비판의 칼날이 무뎌지자, 야당의 무기력함에 최근 지지자들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만난 한 야당 지지자도 "총선 전에 비해 야당의 인기 역시 시들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토지분쟁과 근로자 임금문제 외에 현재로선 야당이 새롭게 내세울 만한 정치적 이슈나 정치적 반전을 이끌만한 큰 사건도 없는 상태인데다, 당을 결집시켜야 할 야당 총재가 야당 인사들에 대한 투옥과 탄압에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동포사회 순회 등 해외로만 겉돌고 있다는 비난이 당 내부에서도 드세진 상태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야권의 대표적인 인사인 비하이브 라디오방송국 사주 몸 소난도 마저 최근 새로운 야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서는 등 야당마저 분열되는 모습이다.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현재 분위기라면 다음 2018년 총선에서도 야당이 승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이번 켐 소카 국회부의장의 여당에 의한 축출사건에 대해 아직 야당에선 충격에 벗어나지 못한 듯 이날 하루가 지나도록 아무런 공식 반응도 내놓지 못했다.

참고로, 30년 장기독재정권을 이끌어온 훈센 총리는 현재 63세로 자신이 만 74세까지 정권을 차지하겠다고 공식석상에서 밝힌 바 있다.


태그:#캄보디아, #KEM SOKHA, #SAM RAINSY, #국회부의장 축출, #HUN 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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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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