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이라크 전쟁을 사과한 CNN 대담 갈무리.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이라크 전쟁을 사과한 CNN 대담 갈무리.
ⓒ CNN

관련사진보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이라크 전쟁의 실수를 인정하고 처음으로 사과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25일(현지시각) 미국 CNN과의 대담에서 자신이 재임 당시 이라크전 참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실수가 있었고, 결국 '이슬람국가(IS)' 세력이 확대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이라크전에 참전하기 위해 수집했던 정보가 틀렸다는 것에 사과한다"라며 "또한 참전 계획도, 그리고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고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 잘못 예측하며 벌어진 실수(mistakes)도 사과한다"라고 인정했다.

영국은 블레어 정권 시절 후세인이 화학무기를 보유·사용하며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이유로 미국과 함께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러나 정보 당국의 주장은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라크전이 IS가 세력을 확대하게 된 근본적 원인이 되었느냐라는 질문에 블레어 전 총리는 "일부분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 후세인 정권을 몰아낸 우리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은 블레어 전 총리가 이끈 노동당 정권의 최대 외교적 실패로 꼽히며, 제러미 코빈 현 노동당 당수도 "이라크를 침공해 이라크 국민에게 고통을 준 것을 노동당 대표로서 사과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블레어 전 총리는 "후세인을 제거한 것은 사과하기 어렵다"라며 "지금 다시 생각해도 후세인을 권좌에서 축출한 것이 계속 남아 있게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better)"라고 강조했다.

블레어 전 총리가 이라크전 참전을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블레어 전 총리는 서방의 이라크 침공을 계기로 이슬람 수니파가 결집하여 IS가 세력화되었다는 주장을 줄곧 부정해왔다.

"진정성 없는 사과"... 전사자 유가족도 반발

그러나 블레어 전 총리의 사과는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영국의 원로 정치가 존 칠콧이 주도해 영국의 이라크 참전 경위를 조사한 '칠콧 보고서'가 오랜 논란 끝에 공개가 임박하자 비난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 사과했다는 것이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모두가 이라크전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만, 블레어 전 총리는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미리 여론전을 시작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라크전 전사자 유족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이라크에서 전사한 영국군 톰 키스 일병의 부친 레그 키스는 <텔레그래프>와 한 인터뷰에서 "블레어 전 총리의 사과를 듣고 역겨움을 느꼈다"라고 비판했다.

키스는 "이라크전으로 영국군 179명이 전사하고 3500명이 다쳤다"라며 "또한 어린아이를 포함해 수십만 명의 무고한 이라크인들이 목숨을 잃은 것에 블레어 전 총리는 사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편집ㅣ이준호 기자



태그:#토니 블레어, #이라크 전쟁, #IS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