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하 <마을>)의 4회 시청률은 5.2%(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다. 야구 중계로 MBC <그녀는 예뻤다>가 결방한 가운데 방송됐던 3회가 7.1%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폭락에 가까운 수치다. 하지만 역시나 <그녀는 예뻤다>의 결방으로 시청률이 11.1%까지 올랐던 KBS <장사의 신-객주 2015>가 다시 10%로 내려앉은 것이나, <마을>의 기존 시청률을 감안해 보면 4회의 성적은 그저 조금 나빠졌거나 평소의 수준을 유지한 것이라 평가하는 것이 맞겠다.

자취를 감춘 '생각하는 드라마'들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포스터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포스터 ⓒ SBS


시청률만을 놓고 보면, <마을>이 거둔 성적표가 아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당연하다고 생각하느냐고? 그동안 <마을>과 유사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들이 기록했던 시청률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지난 8월 종영한 KBS 2TV <너를 기억해>는 최고 시청률이 5.3%였다. 콘텐츠 지수면에서 양호한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방영 내내 이 드라마는 4~5%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2014년 4월 종영한 SBS <신의 선물-14일>은 좀 낫다. 역시나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였던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이 10.6%지만, 대부분 8~9%대에 머물렀다.

<마을>을 비롯해 <너를 기억해>, <신의 선물-14일>과 같은 드라마의 특징은 그저 틀어놓고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것이 아니라, 잠시 잠깐 한 눈을 팔면 중요한 힌트를 놓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사건의 추이에 주목하고 그 이면의 것들을 추리해야 하는, '생각하는 드라마'라는 것이다.

'생각하는 드라마'라는 것이 현재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이질적인 장르가 되었다는 것이 이들 드라마가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 오직 높은 수입을, 시청률을 위해 대중이 가장 손쉽게 소비할 수 있는 드라마들이 넘쳐나는 현실이다. 묵직한 주제 의식을 내세운 SBS <육룡이 나르샤>마저 대중들을 손쉽게 유혹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위해 미성년자 윤간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내지 않았던가.

이들 드라마의 시원찮은 성적이 그저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금 방영되는 드라마들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의 적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사람도, 복수를 위해 자신의 자식마저 외면하는 사람도, 혹은 자신의 자식을 이용하여 누군가를 위해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내용들은 웬만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내용들을 능가한다. 그러니 단순히 호불호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4회의 주요 장면들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4회의 주요 장면들 ⓒ SBS


그보다는 대부분의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들이 추구하는 주제 의식이 대중의 입맛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너를 기억해>도 <신의 선물-14일>도 <마을>도, 결국 그 끝에는 욕망에의 반추와 반성이 자리한다. 여타의 드라마들이 욕망에 대한 징벌을 이야기하는 듯하다가 그 왜곡된 욕망을 또 다른 욕망으로 상쇄하는 데 비해, 앞서 언급한 드라마들은 인간의 욕망이 저질러 놓은 범죄로 이야기를 시작해 그 헛된 욕망의 헛헛한 혹은 무자비한 결말로 시청자를 이끈다. 성공만을 쫓는 지금의 시대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들추어내는 것은 꺼림칙하다는 것이 대중의 솔직한 마음이 아닐까.

현재 <마을>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수상쩍다. 저마다 자신의 욕망으로 인한 숨기고 싶은 과거를 가진 듯하다. 대표적으로는 마을을 관광 특구로 만들기 위해서라지만, 사실은 의문의 실종자 김혜진과의 석연찮은 인연 때문에 살인 사건 수사를 덮으려는 도의원 서창권(정성모 분)이 있겠다. 서창권만이 아니다. 전화 한 통화로 미술 선생 남건우(박은석 분)를 정직원으로 만들 수 있는 윤주희(장소연 분)처럼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저마다의 욕망을 가지고 있고, 수면 위로 떠오른 김혜진 실종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만 같다. 파출소 한경사(김민재 분)마저 예외가 아니다.

사망으로 처리된 자신의 과거를 찾아 아치아라에 온 한소윤(문근영 분)은 사실 자신의 언니가 친언니가 아니며, 언니는 사고 후 살아남았지만 소윤의 외할머니로부터 외면 받고 보육원에 버려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심지어 어렵사리 찾아낸 고모로부터 아버지조차 친아버지가 아니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렇게 회를 거듭하며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는 사건들에는 어른들의 부도덕함이 묻어 있다. 그리고 어른들의 부도덕함으로 덮인 마을의 비밀에 유나(안서현 분), 가영(이열음 분) 등 철모르는 아이들이 덤벼들기 시작한다. 한소윤 역시 여섯 살의 나이에 사고를 당한 그 시점에 머물러 있는 '어른 아이'와 같다. 부도덕의 세계에서 세례를 받지 않은, 그래서 면죄부를 가진 아이들이, 부도덕한 어른들의 세계에 메스를 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을>은 MBC <베스트극장-늪>(2004)으로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에서 최고작품상을 받은 도현정 작가의 작품이다. 자신의 처절한 죽음을 통해 남편의 불륜에 복수를 가했던 <늪>의 주제 의식은, 일반적인 드라마의 복수 화법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자신의 몸을 던져 남편을 징죄했던 <늪>처럼, <마을>도 오래도록 기억되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 어차피 욕망을 반성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내일은 없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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