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의 내용 일부가 담겨 있습니다.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의 한 장면.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꿈을 이루지 못한 남자는 온 몸이 근질거린다. 돈 벌어 오는 아내(서영희 분)를 내조하며 육아를 책임지는 만화방 주인 대만(권상우 분)은 사실 미궁에 빠진 강력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는 탐정이 되고 싶다.

미제살인사건 카페와 프로파일링 동호회를 운영하며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지만, 현실은 딴 생각만 하고 산다며 구박하는 아내와 울음을 그칠 줄 모르는 아이 뿐. 이 남자의 유일한 낙은 동네 경찰서를 찾아가 형사들 틈에서 사건에 대해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것이다.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이하 <탐정>)은 정통 코믹 활극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른다. 한국영화 중 예를 들면 멀게는 안성기-박중훈의 <투캅스>(1993)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고 가깝게는 김명민-오달수의 <조선 탐정>(2011)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언급한 작품들처럼 속편 제작의 의도도 엿보인다.

코미디와 이야기 구성만 놓고 보자면 <탐정>은 일단 점수를 먹고 들어간다. 탐정이 되고픈 가장 대만과 그런 그를 구박하면서도 결국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베테랑 형사 노태수(성동일 분)의 합이 꽤 좋다. 구박받는 남편이자 능숙하게 아이를 달래는 권상우의 모습에서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 비중을 달리하며 여러 작품에 활력을 넣어온 성동일도 그 내공을 십분 발휘한다.

연쇄살인사건과 프로파일러라는 소재도 완성도 있게 묘사된다. 미궁에 빠진 부녀자 납치 살인 사건을 해결하려는 대만과 태수를 쫓다 보면 또 하나의 심리 추리극을 덤으로 맛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다만 인물 간 갈등을 촉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들이 모두 '불륜'과 관계가 있다는 점은 아쉽다. 살인범에게 범죄 동기를 제공하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남편을 등한시하고,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갖는 유부녀들이다. 극적 재미를 위해 자극적 소재를 남용한 사례다. 자칫 성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여지도 있다.

재기발랄한 생활 개그와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는 별개로  인물 묘사에선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영화 <탐정: 더 비기닝> 관련 정보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의 한 장면.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감독 : 김정훈
제공/배급 : CJ 엔터테인먼트
크랭크인 : 2015년 3월 29일
크랭크업 : 2015년 6월 26일
개봉 : 2015년 9월 24일
런닝타임 : 120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탐정: 더 비기닝 성동일 탐정 권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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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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