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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민규가 자신의 표절을 인정했다.
 소설가 박민규가 자신의 표절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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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한혜원 기자) 소설가 박민규(47)씨가 자신의 데뷔작인 장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단편 '낮잠'이 각각 인터넷 게시판 글과 일본의 만화를 표절했다는 지적을 인정했다.

6일 문학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발간된 월간지 '월간중앙' 9월호에는 박씨가 문학평론가 정문순·최강민 씨에게 보내는 해명의 글이 실렸다.

두 평론가는 앞서 '월간중앙' 8월호에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실제 구단 삼미 슈퍼스타즈의 옛 팬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거꾸로 보는 한국야구사'라는 제목의 글에 나온 선수 묘사 등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 소설에서 한국 프로야구의 만년 꼴찌팀이었던 삼미 슈퍼스타즈를 모티브로 경쟁과 죽음을 부추기는 현대 자본주의의 실상을 신랄히 풍자했다.

평론가들은 박씨 단편 '낮잠'은 배경과 인물 설정이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과 우연 이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낮잠'은 요양원을 배경으로 황혼기 남녀의 가슴 시린 사랑과 회한을 담아낸 작품이며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처음 주장이 제기되자 박씨는 "혼자 동굴에 앉아서 완전한 창조를 한다고 해도 우연한 일치가 일어날 수 있다"며 표절 의혹을 부인하고 불쾌감을 표현했다.

박씨는 이어 9월호에 정식으로 보낸 해명의 글에서 다시 자신이 두 작품에서 표절의 우를 범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반성의 뜻을 밝혔다.

박씨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시작부에는 1982년 1년치의 신문 자투리 기사, 사건·사고기사가 필요했고 1982~1985년 3년치의 스포츠 신문 기사와 실제 경험담, 내지는 여러 풍문이 바탕이 됐다"며 "인터넷 글 '거꾸로 보는 한국 야구사' 역시 그때 찾은 자료의 하나였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이어 "명백한 도용이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저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간이었다"며 "다만 아이디어가 있어서 자료를 찾은 경우이지 소재에서 아이디어를 구한 경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씨는 단편 '낮잠'에 대해서는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은 신인 시절 '읽을만한 책 추천' 등의 잡문을 쓰기 위해 오래전 읽었던 기억이 있다"며 "설사 보편적인 로맨스의 구도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비슷한 면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월간중앙'은 박씨가 8월호가 발간된 지 며칠 만에 매체에 먼저 해명글을 보내 자신이 처음에는 정말 '황혼유성군'을 읽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진정하고 다시 검색을 해보니 읽은 기억이 났다고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황혼유성군'이란 제목은 당시엔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았고, 누가 내 (부모님을 향한) 유일한 효도의 증표라고 혼자 위로하고 있는 소설에 표절의 낙인을 찍는 것인가에 분노에 치가 떨렸다"면서 "하지만 다음날 새벽 냉정을 되찾고 비로소 그 책을 검색해보고 그림과 표지를 보는 순간 아주 오래 전 분명 본 적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박씨가 자신이 실수를 범한 과정을 비교적 솔직하게 설명하고 사과한 점은 신경숙 등 이전에 표절 의혹이 제기된 소설가들이 자신의 과를 진짜 인정하는지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을 보인 것과는 대비된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실수했다고 밝힌 박씨는 문학작품의 표절 논란을 예방하고 조정하는 방안으로 교육과 조정기구 마련을 제시했다.

박씨는 "소설은 인간이 쓰는 것이고 인간은 누구도 자신의 양심과 기억을 장담할 수 없다"며 "미래의 작가들을 위해, 또 문학의 발전을 위해 이는(교육과 조정기구) 정말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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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민규, #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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