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기본 전제는 '페어플레이'이다. 그러나 2015년 대한민국 스포츠계는 기본 전제를 망각했다. 그것은 바로 '악마와의 거래'라 불리는 금지약물 복용이다. 금지약물은 스포츠의 존립에 위협을 주는 커다란 위험 요소다. 정정당당한 땀의 승부가 아닌 약물의 힘으로 거둔 승리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한다. 과거 '도핑'적발 사례가 없던 대한민국은 올해 들어 각 종목에 거쳐 스타 선수들의 도핑 양성 반응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FINA 홈페이지참조                            FINA 홈페이지에 올라가져 있는 박태환 금지약물 복용

▲ FINA 홈페이지참조 FINA 홈페이지에 올라가져 있는 박태환 금지약물 복용 ⓒ 강윤기


최근 법정 출두를 한 '마린보이' 박태환(26)과 깜찍한 외모와 실력으로 여자배구의 인기 스타인 흥국생명 소속 곽유화(22), 축구 국가대표팀에 포함되며 다문화 가정의 희망으로 떠오른 강수일(28, 제주), 전반기 야구 흥행의 돌풍인 한화 이글스의 최진행(30) 등이 금지약물과 관련해 구설수에 올랐다.

박태환은 지난해 7월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포함된 '테스토스테론'이 들어 있는 네비도 주사를 맞았다. 지난해 9월 3일 국제수영연맹(FINA)은 불시 소변 샘플을 채취했는데, 테스트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다. 박태환은 선수자격정지 18개월의 징계를 받았으며 2014년 아시안게임과 제주 전국체전에서 획득한 메달 모두 박탈당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 강수일은 태극마크를 달며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5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도핑테스트에서 안면 부위에 바른 발모제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메틸테스토스테론'이 검출돼 프로 축구 연맹으로부터 1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최진행은 소변 샘플에서 벤존슨 약물로 유명한 '스타노조롤'이 검출돼 KBO로부터 3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최진행은 지인으로부터 프로틴을 받아서 먹었는데 식약청 허가가 되지 않은 것을 모르고 복용했다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여자 프로배구의 곽유화의 경우는 미용 목적의 건강식품을 구입해 복용하다 도핑 테스트에 걸렸다. 이 결과 프로배구 연맹으로부터 6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소속팀인 흥국생명은 곽유화를 은퇴 선수로 분류해 공시했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도핑관리 상황실 도핑검사에 철저히 감독중인 도핑 위원회

▲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도핑관리 상황실 도핑검사에 철저히 감독중인 도핑 위원회 ⓒ 오정규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도핑 양성반응이 나타나자 2015 광주에서 개최된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도핑이 적발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다행히도 이번 대회에서는 도핑 없는 '클린 대회'였다. 혈액 54건, 소변 620건 등 모두 674건의 도핑 검사가 이뤄졌으나 양성 반응은 한 건도 없었다.

이번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도핑검사관으로 선수들의 샘플을 검사한 '포청천'이 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 도핑검사관(DCO) 1기 이자 교육홍보 강사로 활동중인 오정규 DCO는 "도핑관련 해서 중·고교 시절부터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선수들을 가장 인접해서 지원하는 학부모들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라면서 "도핑 관련해서 너무 무지하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한 그는 "대한체육회를 비롯 시도체육회, 시도교육청 등에서도 관심을 갖고 매년 선수 등록시 반드시 도핑교육을 이수했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하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자청소년대표팀                         청소년 대표팀이 교육을 받고 있다.

▲ 여자청소년대표팀 청소년 대표팀이 교육을 받고 있다. ⓒ 오정규


"선수는 자기 스스로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

도핑이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일반적 의미의 도핑은 선수가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금지약물'을 복용하거나 금지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표적인 경우 금지약물의 검출이다. 선수의 소변 또는 혈액 샘플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될 경우 적발 된다.

또한 금지약물을 사용 또는 사용 시도가 적발됐을 경우, 샘플 채취를 거부할 경우, 소재지 정보의 미제출 및 검사 불참할 경우, 검사 과정에서 조작할 경우 등이 규정 위반 사항으로 포함된다.

선수들이 많이 복용하는 금지 약물로는 EPO(에리스로포이에틴)가 있는데, 이는 적혈구 형성을 활성화하는 물질로 피로가 빨리 회복되며 경기력을 향상시킨다. 자신의 피를 미리 뽑아 냉장 보관하다 경기 직전에 자신에게 주사해 적혈구 형성을 활성화해 큰 에너지를 낼 수 있다.

또한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통해 고환에서 생성되는 남성호르몬의 일종 스테로이드계의 유기 화합물을 체내에 놓아서 남성 호르몬의 증가를 통해 폭발적인 힘을 내고자 한다.

코티 존이란 약물도 있다. 인체가 에너지를 급히 필요로 하는 경우 평소에는 에너지로 바꾸지 않았던 요소까지 급하게 원료로 끌어들여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능을 하는 스테로이드제 일종이다.

스타노조롤은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육상 100m 금메달리스트 벤 존슨 약물로 잘 알려져 있는 물질로 근육 양을 증가시키는 약물이다. 이밖에도 성장호르몬제(hgh)를 통해 뼈 성장을 자극해 신체 성장 촉진을 위해서 약물을 투여하기도 한다. 특히 여자 선수들이 체중 감량을 위해 많이 섭취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뇨제는 치료용도 소변생성을 촉진 하는 물질이다. 부작용으로는 신장 질환을 야기 시킨다.

이처럼 다양한 약물이 스포츠계의 근간을 뒤흔들 염려가 크자 도핑 방지 위원회에서는 규정 위반 제제 기준을 엄격하게 늘렸다.

금지 약물이 검출 될 경우와 금지 약물, 방법의 사용을 하였을 경우 2년 자격정지에서 4년 자격정지가 주어진다. 샘플 채취 거부 시에도 2년의 자격 정지가 내려진다. 이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해당하는 사항이다.

아마추어 선수들과 비교해서 엄청난 연봉을 받고,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프로 스포츠계의 도핑 사례 적발 시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자는 이 부분에 대해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질의하자 오정규 DCO는 "사실 프로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라면서 "그러나 현재 프로의 처벌 수준은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보다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오정규 DCO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비용 적으로 한 명당 1회 검사 시 최소 40만 원 이상 비용 발생한다. 전수 조사 시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긴 하다. 프로야구의 경우 일 년에 대략 2번 정도 하는데 일부 선수들은 중복 될 때고 있으나, 외국인 선수들은 필수로 한다. 그렇기에 구멍이 많다.

특히 해외 전지훈련 시 외국 선수들이 먹는 잘 알려지지 않은 보충제를 접하게 되는 경우와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식약청에 등록되지 않은 약물에 관한 정보가 어마어마하게 증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전수조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 생각 한다. 전수 조사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프로 리그라면 얼마나 신뢰가 가겠는가?"

"모르쇠는 변명이 될 수 없다"

선수의 역할과 책임은 도핑방지규정 제4조 1항에 잘 나와 있다. 선수는 사용하고 복용한 모든 물질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며 의료진에게 금지 약물 및 금지방법을 사용하지 않아야 할 선수의 책임을 고지하고 어떠한 의료 처치도 도핑 방지정책 및 규정에 위반 하지 않아야 함을 명확히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선수는 의료진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 있다. 프로 선수들이 몰랐다고 변명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 수영의 영웅이었던 박태환이 시종일관 몰랐다는 해명에 온 국민이 실망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5년 한국 스포츠계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더욱이 프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마추어 무대는 지금 약물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평이다. 성적 지상주위에 무책임한 일부 지도자들과 학부모는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약이라며 약물을 투여할 수도 있다. 어린 나이에 약물에 노출된다면 그 부작용은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을 다양한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악마와의 거래'를 한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뭔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 대가가 소중한 생명이라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스포츠는 땀을 흘린 선수들의 정당한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땀이 아닌 약물의 힘으로 거둔 승리를 박수를 쳐줄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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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도핑테스트 도핑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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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U, 스포츠 야구 전문기자 , 강윤기의 야구 터치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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