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예년과 다르게 강력한 선발진의 힘으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FA로 영입된 장원준이 9일 사직 롯데전에서 8승째를 따내는가 하면 유희관, 허준혁, 스와잭, 진야곱까지 무려 네 명의 좌완투수가 선발진에 포진된 상태다. '좌완 가뭄'에 시달렸지만 단숨에 '좌완 왕국'으로 떠올랐다.

오랜 기간 동안 부상 때문에 마운드를 밟지 못한 니퍼트는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퍼트의 자리를 대신한 허준혁이 생각보다 좋은 피칭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김태형 감독의 고민을 덜어주었는데, 그렇게 된다면 후반기에는 선발 자원만 6명이 되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김태형 감독은 전반기 마감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결단을 내리겠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다시 말해서 마운드 운영에 변화를 주겠다는 이야기이다. 야구는 투수놀음, 그 중에서도 선발진이 강한 팀이 호성적을 거둔다는 속설이 존재하고 일각에선 6선발 로테이션에 대한 가능성까지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번주를 통해 후반기 마운드 운영에 대한 구상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불펜에서 몸푸는 진야곱 두산 진야곱이 불펜에서 몸푸는 모습. 위 사진에 대한 무단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 불펜에서 몸푸는 진야곱 두산 진야곱이 불펜에서 몸푸는 모습. 위 사진에 대한 무단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 한호성


묵직함으로 승부하는 진야곱, 롱릴리프 도전도 할 만하다

사실 김태형 감독은 불펜으로 이동할 투수를 두고 허준혁과 진야곱, '깜짝 활약'으로 김 감독을 기쁘게 해준 두 투수 사이에서 오랫동안 고민했다. 어떻게 보면 두 투수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투수다. 허준혁은 '제 2의 유희관'이라는 별명답게 제구력으로 승부를 보는 반면 진야곱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파워피처다.

물론 올해 진야곱의 활약에는 예리한 변화구도 한 몫을 한다. 이전까지는 흔들리는 제구와 더불어 마땅한 변화구가 없었는데 올시즌엔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떨어지는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는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변화구를 통해 삼진을 잡는데, 이는 수치를 통해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프로야구전문미디어 KBReport에 따르면, 진야곱의 삼진 비율이 26.2%로 리그에서 6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투수들 가운데 가장 높다. 평균자책점이 5.48로 다소 높은데 삼진 비율이 높다는 건 그만큼 본인의 공을 믿고 확실한 승부구가 있다는 증거다. 진야곱이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피안타율은 .238(2할3푼8리)로 박정진(한화), 양현종(KIA), 해커(NC)에 이어 네 번째로 낮다. 구위가 좋아져 타자들이 쉽게 공을 건드리기 어려워진 것인데, 되레 제구가 흔들리면 급격하게 흔들리며 볼넷 허용이 많아진다. 17.3%의 볼넷 비율, 삼진 비율과 마찬가지로 6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높다.

그렇다면 선발보단 1~2이닝을 확실하게 틀어막는 롱릴리프의 역할이 더 잘 어울릴 수 있다. 현재까지 선발로 12경기를 소화했고 불펜에선 5경기를 등판, 4월만 하더라도 스윙맨으로서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이현승의 이탈로 시즌 초반 선발진의 약화가 우려돼 진야곱이 합류했을 뿐 원래대로의 계획이었다면 진야곱의 보직은 선발이 아닌 원포인트 혹은 롱릴리프였다.

보직 전환, 페이스 유지하려면 볼넷을 줄여라

무엇보다도 진야곱에게 필요한 건 안정감 있는 제구다. 선발로 첫 선을 보인 4월의 경우 경기 초반 와르르 무너져 5이닝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내려가기도 했다. 차츰 시즌을 거듭할수록 선발에 대한 적응을 끝내며 1회 피안타율은 어느새 1할8푼6리까지 뚝 떨어졌다. 매우 긍정적인 신호였다.

다만 항상 진야곱의 발목을 잡는 제구력은 경계대상 1호다. 안타를 내주지 않았는데도 제구 불안으로 인한 출루 허용이 다소 많고,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1.67로 임정우(LG, 1.72)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주자를 내보낸 상태에서 실점없이 이닝을 끝난다면 좋겠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올시즌 진야곱의 1회 피안타는 8개, 사사구는 12개를 기록해 불안하게 경기를 출발했고 2, 3, 4회엔 피안타 개수가 두 자릿수까지 올라가며 볼넷 못지 않게 허용했다. 결론적으로 사사구 없이 스타트를 끊는다면 그 날 투구내용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이 후반기 마운드 운영에 대한 결단을 내리겠다고 이야기한 뒤 두 경기에 구원 등판한 진야곱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우선 8일 대전 한화전에선 2이닝 동안 1피안타만 내주며 4K를 잡아내 무사사구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틀 뒤 10일 사직 롯데전에선 다섯 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단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데에 그쳤고, 2피안타 1사사구를 허용했다. 사사구 한 개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셈. 평균자책점은 순식간에 0.22나 올라갔다.

약 두 세 달이라는 기간은 그리 짧지 않았다. 선발 전환으로 진야곱이 시즌 전 목표로 했던 70이닝 소화는 이미 기정사실화에 가까워졌다. 위기관리능력 및 경기운영능력이 한층 깔끔해졌고 강력한 변화구도 장착했다. 이제 남은 건 페이스 유지다.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은 진야곱, 아직 보여줄 게 한참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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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게제되었습니다.
프로야구 KBO리그 진야곱 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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