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한 '인터넷 방송의 조상' 김구라.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한 김구라. ⓒ MBC


'거안사위'라는 말이 있다. 편안할 때도 위태로울 때를 생각하라는 말이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제작진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지난주 마리텔 시청률이 10%대를 돌파했다. 밤 11시 15분이라는 비교적 늦은 시간 대인 것을 생각해보면 높은 시청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잘 될 때일수록 문제점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마리텔>은 지난달 이미 문제점을 한 번 드러냈다. 지난달 방송에서 김구라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AOA 초아와 예정화 하차 논란이 불거질 때였다. 특히 아이돌이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시작한 초아와 달리 자신만의 독특한 콘텐츠와 의외의 백치미로 높은 순위를 기록한 예정화가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시청자들이 반발했다.

자칫 <마리텔>의 큰 위기가 될 수도 있었다. 큰 위기로 다가올 수도 있었다.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리를 지키는 것에 대한 분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성완종 사건 수사에 80일이 지났는데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 분노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일 것이다. 이 잣대를 예능 프로그램에 들이댄다는 것이 너무 가혹한 일인지 모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재미를 위해 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까지 그런 모습을 다시 봐야 한다는 점이 고통스러운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방송계에서 나름 위치가 탄탄한 김구라가 아닌 다른 출연자가 하위권이었다면 바로 <마리텔>에서 하차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방송을 보는 동안 계속 든다면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생각도 계속 들테니 말이다.

다행히 제작진은 하차 논란 당시 매 방송 분량마다 출연자를 대폭 교체하는 '멤버 로테이션' 방식을 택해 사태를 진화했다. 더욱이 지난주 방송에서는 예정화 코치도 돌아와 다시 방송을 시작해서 그 말에 더 무게가 붙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달부터 시청자들이 요구해 왔던 김구라 하차 문제는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급기야 김구라 본인 입으로 말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지금은 매주 새로운 출연자의 등장, 지상파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형식으로 시청자들의 눈이 잠시 가려져 있지만 김구라 문제는 언젠가는 폭탄처럼 터질 것이다. 앞에서 이미 말한 것처럼 불공정한 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많은 시청자들이 있으니 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1위와 2위를 제외하고 3~5위는 항상 교체하는 방법을 쓰는 등 제작진 나름의 논의를 거쳐 공정한 룰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 종기는 곪아 언젠가는 크게 터질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지나치게 오랫동안 1위를 한 출연자를 잠시 하차시키고 새로운 인물들끼리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거나 이미 다른 방송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유명 연예인이나 아이돌보다 새롭고 신선한 인물을 발굴하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순위제를 도입한 만큼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공정한 룰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시청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마리텔이 보다 장수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것 아닐까?


마리텔 김구라 예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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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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