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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초 봄 개편을 단행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아래 뉴스타파)가 매주 토요일 디큐멘터리 '목격자들'을 방송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밤 11시에 시민방송 RTV를 통해 방송되는 '목격자들'은 독립PD들이 제작하기 때문에 기존의 <뉴스타파>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현재까지 10회가 방송된 상태인데, 누리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목격자들'의 기획의도 등이 궁금하여 지난 9일 '목격자들'을 제작하는 <나누크>의 김성진, 박정남 PD를 홍대입구역 근처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목격자들' 제작진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김성진  PD와 박정남 PD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진 PD와 박정남 PD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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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격자들'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박정남 PD : "'목격자들'은 독립PD들과 독립 영화감독들이 만드는 주간 단위 레귤러 시사다큐멘터리예요. 지금 지상파나 종편에서 시사프로가 유명무실화 됐잖아요. 그런 걸 보완하면서 저희가 얘기를 할 수 있게 만든 프로입니다."

- '목격자들'은 어떤 계기로 기획된 프로그램인가요?
박정남 PD : "'416기록단'이라고 세월호를 기록하던 팀과 <뉴스타파>가 협업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뉴스타파>와 교류가 생긴 거죠. 그리고나서 제가 동아투위 40년사를 <뉴스타파>에서 제작했었어요. 어느 날 김용진 대표가 술 한 잔 하자고 하더라고요. 술자리에서 김 대표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레귤러 다큐멘터리를 해보자고 얘기를 슬쩍 꺼냈는데 그날 술을 되게 많이 마셨거든요. 다음날 김 대표가 다 기억하시더라고요."

- 왠지 김용진 대표의 계획에 낚인 것 같네요(웃음).
박정남 PD : "맞아요(웃음). 그렇게 시작했지만 처음엔 제작비도 만만치 않고 긴가민가했었는데 대표의 의지가 강해서 하기로 했어요. 이후에 저희 사장님(김성진PD)을 비롯해 사람들을 조직했죠. 그리고 독립영화 쪽에서 활동하시는 김태일 감독님이나 '다큐인'의 박종필, 송인혁 감독, 또 위안부 기록을 계속 해온 안해룡 감독 등도 영입이 되어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거죠."

"'목격자들' 아이템 선정, 크게 간섭하지 않아요"

- '목격자들'이라는 타이틀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김성진 PD : "이건 프로그램 콘셉트와 관련 있는데... 처음 시작할 때 소수의 전문가들이 만든 다큐멘터리가 아닌 다양한 독립PD들, 방송시장에서 활동하지 않고 또 다른 영역에서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많은 감독들을 모아보자는 목표였어요. 때문에 다양성의 의미에서 복수를 쓰게 된 거죠."

- '목격자'의 의미도 있을 것 같아요.
김성진 PD : "기본적으로 시대를 목격하고, 다양한 현장에서 자기 관심 주제에 대해서 목격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까지 10회가 방송되었잖아요. 아이템들이 탐사보도를 하는 <뉴스타파>와는 다른 느낌인데 아이템 선정은 어떻게 하세요?
박정남 PD : "앞서 말씀 드린 콘셉트에 부합하게 아이템 선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뉴스타파> 경우 국내 탐사보도에서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지요. 저희는 본인이 관심 있어 하고 스스로 잘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접근하려고 해요. 그런 부분에 대해 그렇게 크게 간섭하지 않아요. 일정정도의 '퀄리티'만 담보할 수 있다면 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 자율성이 보장 되네요.
김성진 PD : "아무래도 공중파 할 때보다 자율성이 많이 부여되죠. 아이템 선정에 있어서의 자율성이 '목격자들'의 콘셉트죠. 그게 100%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저희도 내부적으로 아이템에 대해 얘기는 해요. 그러나 상대적으로 공중파 프로그램에 비해서는 자율성이 훨씬 많은 게 사실이에요. 자율성 자체가 저희 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결정 하거든요."

- 지금까지 제작하신 프로그램 내용을 좀 소개해주세요.
박정남 PD : "1편은 '416기록단'이 제작한, 세월호 수색 중단하던 당일의 기록이에요. 2편은 세월호 인양에 관한 문제에 관해 <누구에게 찬란한>의 임유철 감독이 제작했고 3편은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에 관한 것이었어요. 4편은 80세의 뉴페이스 채현국 선생님, 그리고 5편은 워킹맘이 찍은 워킹맘이야기, 6편은 서울역 옆에 쪽방촌인 동자동 3년의 이야기예요.

7편은 김태일 감독이 2010년에 제작했던 '오월애'이란 작품이 있는데 그것의 후속 취재를 해서 '5월 그날의 기억'이란 타이틀로 방송을 했고 8편은 '공간학개론, 같이 삽시다'였는데, 상가임대보호법에 대한 이야기예요. 9편은 안해룡 감독의 '온몸에 새긴 기억'이라고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기록을 만든 일본 저널리스트의 이야기였어요. 10편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었고요."

- 휴먼 다큐도 있는 것 같은데 휴먼 다큐와 시사다큐는 찍을 때 다를 것 같아요.
김성진 PD : "보기에 따라 달라 보일 수도 있는데... 어떤 아이템이든지 출연자의 휴머니티를 중심으로 가는 다큐가 있을 거고 그보다 사회현상에 집중할 수도 있죠. 즉 무게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달라 보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무게 중심이 다른 건 있어요. 그러나 같은 맥락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있다는 얘기죠.

채현국 선생님 얘기를 한다고 해도 그의 얘기만 하지 않아요. 이 시대에 왜 어르신을 얘기하는지 그리고 어르신이 걸어오신 발자취가 우리사회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꼭 휴먼 다큐라고 할 수 없거든요. 어디에 비중을 많이 두느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저희는 관통하는 시대정신이나 고민을 갖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휴먼과 시사를 나누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 합니다."

1회 아이템으로 세월호를 선정한 이유는...

박정남 PD
 박정남 PD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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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하며 겪은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박정남 PD : "2회 방송을 내보내야 했는데, 1회를 재방송한 적이 있어요. 제작을 하다가 편집이 늦었는데 나중에 파일변환이 안 되는 기술적인 문제가 생겨서 펑크가 난 거예요. 근데 펑크 난 걸 아는 사람이 몇 명뿐이라는 거죠.(웃음)"

김성진 PD : "저희가 이틀 차이를 두고 토요일 RTV에 방송을 내보내고 월요일 오전에 <뉴스타파> 홈페이지에 올려요. 방금 말한 2회도 월요일 홈페이지에 올리는 건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토요일 RTV는 시간이 안 맞아서 재방송이 나갔죠."

- 당시 <뉴스타파> 쪽 반응이 궁금해요.
박정남 PD : "거긴 '멘붕'이었는데 이미 저질러진 일을 어쩌겠어요. 그때 데스크였던 박중석 기자는 마비가 와서 며칠 동안 병원 다녔어요."

김성진 PD : "저희는 출발 단계에서 방송을 전문으로 했던 사람만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방송을 안 해본 분들은 시간 맞춰서 스케줄 관리하면서 방송을 내보내는 게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재방송을 내보낸 사건) 일어날 법한 일이 일어난 건 아닙니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불의의 사고로 일어난 건데, 다 저희가 극복할 과제죠."

- 다큐멘터리 한편을 제작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김성진 PD : "세월호는 예외적인 장기기획이었고 일반적으로 평균 제작 기간 4~5주 정도예요."

- 첫 회가 세월호 관련 내용이었잖아요. 물론 프로그램 시작 시점이 4월로 세월호 1주기 즈음이었지만, 그 이유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박정남 PD : "'목격자들' 시작하면서 '맞는 콘셉트가 뭐냐'는 고민을 하면서, 1년 동안 목격한 세월호에 대한 것들이 강렬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희 팀의 구성원 중에 416기록단이 저를 비롯해서 3명이에요. 중간 중간 방송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시점 상 인양이나 수색중단이나 인양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시기이기도했고요. 프로그램 시작할 때 무게감 있는 아이템으로 가자고 해서 세월호를 첫 아이템으로 정한 거죠."

- 박 PD께서 416기록단이라고 하셨는데 1년 동안 취재하면서 느낀 게 있을 것 같아요.
박정남 PD : "미안함이죠. 이번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작하며 광주에서 부모님들을 다시 만났어요. 트라우마 때문에 세월호에서 손을 떼고 싶은 적이 있었어요. 정신적으로 되게 힘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을 잘 안 만났어요. 그러다 광주에서 만났는데, 미안한 감정이 되게 컸어요. 계속 이분들들 지켜봐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미안했어요."

- '목격자들'은 <뉴스타파>가 독립PD들과 같이 제작하잖아요. 한국 방송환경에서 첫 시도로 아는데 첫 시도인만큼 시행착오나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김성진 PD : "첫 시도는 맞아요. 그러나 방송을 15년 가까이 해오던 사람들이라, 모여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건 힘든 작업이 아니에요. 오히려 익숙하죠. 하지만 <뉴스타파>라는 대안 언론과 독립PD들이 모인 <나누크> 안에서 어려움은 제작비죠. 저희도 살아야 하잖아요. 현실적인 문제에서 애로사항이 있을 뿐이지 그 외엔 없어요."

김성진  PD
 김성진 PD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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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파와 일할 때와 <뉴스타파>와 일할 때,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김성진 PD : "많아요. 두 가지 면에서 말씀 드리면... 첫째로 공중파와 일을 할 땐 아무리 친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수직구조거든요. 공중파는 위에 있고 저희는 하청을 받는 구조죠. 그러나 <뉴스타파>와는 수평구조예요. 같이 협업하는 거죠. 아이템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아이템을 내놓고 고민하는 거죠,

둘째로 방송 내용의 차별성을 얘기 안 할 수 없네요. 공중파도 프로그램 컬러가 있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상업성을 가져갈 수밖에 없거든요. 프로그램 정체성을 해치치 않는 한에서는 철저히 상업적 논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죠. 그게 시청률 형태로 재단이 되겠죠. 그러나 <뉴스타파> 경우 상업성을 깔고 가지 않아요. 저희 밑엔 3만 5천명의 회원이 있을 뿐이지 어떠한 상업논리도 들어오지 않거든요. 물론 술 마실 때 조회수에 대한 얘기는 하죠. 그러나 그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그것을 강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어요."

박정남 PD : "'목격자들'의 아이템만 봐도, 요즘 같은 세상에 지상파든 종편이든 어디서도 할 수 없는 방송을 하잖아요. 시각 자체가 달라요. 저흰 두려운 게 없잖아요."

- '목격자들'이 시청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김성진 PD : "얼마 전 최승호 PD과 술을 마시는데 최 PD가 살짝 취하셔서 '<뉴스타파> 목격자들이 대한민국 최고 다큐존 아니냐?'고 진지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저희가 기록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희가 말하는 건 어디서도 말 안 하는 거잖아요. 저희가 만든 것을 보고 변화되는 건 바라지도 않아요. 그럴 능력도 없고요."

○ 편집ㅣ최유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고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감성진, #박정남, #목격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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