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텔레비젼

마이 리틀 텔레비젼 ⓒ MBC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 대한 프로그램 설명은 다음과 같다. '선발된 스타와 전문가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직접 PD 및 연기자가 되어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는 1인 방송 프로그램'. 한 마디로 TV판 인터넷 방송, BJ(Brocasting Jackey)이다. 지난 2월 파일럿 방송 이후 성원에 힘 입어 정규 편성을 받았다.

막상 시작한 <마이 리틀 텔레비젼>은 백종원의 '고급진 레시피'가 독주하는 형국이었다. 파일럿 방송 때 화제가 되었던 AOA 초아의 생기발랄함은 콘텐츠의 부재로 좌초되었고, 대항마로 내세웠던 다양한 인물들은 별다른 화제를 얻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져갔다. 그에 비해 최근  '슈가보이'등 각종 별명을 얻어가던 백종원은 <마이 리틀 텔비젼>의 대명사가 됐다.

분명 백종원은 신생 프로 <마이 리틀 텔레비젼>을 화제의 중심에 올려놓는데 큰 공헌을 했다. 하지만 백종원이 <한식 대첩> <집밥 백선생> 등 다른 프로에도 등장하게 되면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 역시 백종원의 유명세만 기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지난 6일 새롭게 시작한 'MLT-04'는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연예계 마당발 홍석천, 샤이니의 키, 국가대표 체조 선수 출신인 프로폴로 신수지가 그 중심이다.

MLT-04 만의 가능성은 무엇일까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새 출연진들에게 어드벤티지를 준다. 이미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백종원, 김구라에 비해 조금 더 일찍 방송을 하게 해서 시청자를 선점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홍석천, 신수지, 샤이니의 키는 저마다 각자의 장기를 가지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고자 한다. 여성 팬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키는 사실 팬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굳이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아도 흡족함을 줄 것이다. 여기에 서비스로 다짜고짜 민낯을 드러낸다고 하니 더 환호할 수밖에.

남자 아이돌이 스타로서의 가식을 벗어던지는 순간, 신수지는 주특기인 다리 찢기에서부터 갖가지 체조 동작을 한다. 더구나 굼뜬 남자 피디를 활용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의 목표는 자신의 손에서 희롱당하는 듯한 남성 시청 층이다. 물론 몸만들기에 관심 있는 여성들은 덤이다. 반면 홍석천은 애매했다. 그의 말 한 마디에서 부터 '게이'를 다짜고짜 잡아내며 그의 성적 정체성에 관심을 가지는 그의 방 시청자들에게 홍석천은 몸만들기와 요리를 선보이며 고군분투했다.

백종원의 맞수로 등장한 코드들이 결국 남아이돌이거나, 여성의 몸을 내세운 운동, 그리고 요리라는 점은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를 적나라하게 상징한다. 요리라 함은 결국 가장 원초적인 '구강기'의 만족이다. 그에 맞설 수 있는 것이 또 다른 몸과 미모인데 이런 말초적인 관심사가 우리 시대의 문화론적 현상을 그대로 증명하는 것이다. 키, 정준영, 초아 등 아이돌 스타들은 매회 그들의 모든 것을 헌신적으로 내보이며 반짝 인기를 얻는다. 이에 반해 가수 정준일이나, 조정치 등의 아날로그적 감성은 발붙일 곳이 없다. 

김구라의 기막힌 생존 팁...정보의 전달
 마이 리틀 텔레비젼

마이 리틀 텔레비젼 ⓒ MBC


이렇게 원초적인 <마이 리틀 텔레비젼> 흐름에 이질적인 존재가 있으니 바로 김구라다. 다른 출연자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밑천을 드러내는 동안 김구라는 '트루 스토리'라는 일관된 내용을 가지고 참여했다. 심지어 그가 선택한 주제들은 '야구', 역사', 그리고 '미술'이다.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졸기에 딱 좋은 주제들이다. 물론 주식으로 큰 손해를 본 조영구까지 등장시킨 것처럼 돈에 대한 주제도 있다. 실제 사례를 소개하면서 내용 역시 결코 허투루 지나가진 않는다. 경제 칼럼니스트 정철진을 초빙하여 튤립 파동 부터 거품 경제에 대해 제법 통시적으로 고찰해 들어간다.

6일 방송한 '미술'에 대한 내용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술 전문 기획자가 된 김범수 아나운서를 초대하여 유명 미술관, 유명 미술품에 대해 알아본다. 오히려 김범수 등 게스트가 채팅창에 신경을 쓰는 것과 달리, 김구라는 뚝심 있게 '지식'으로 자신의 시간을 이끈다. 그리고 이것이 김구라를 첫 회부터 지금까지 생존시킨 비결이다.

백종원과 김구라의 공통점이 있다. 그저 한 시간 눈요깃거리가 아닌 뭔가 '얻어 걸리는'것이 있다는 점이다. 백종원이 시청자들과 실시간 채팅창으로 교감하는 걸 보는 재미도 있지만, 그의 요리 하나하나가 배워두면 집에서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조리법이라는 점이다. 김구라도 마찬가지다. 야구, 머니, 그리고 미술처럼 언뜻 보면 호불호가 갈리는 주제인 듯 보이지만 결국 생활 속 '상식'이 된다. 역시나 '쓸 만한 꺼리'가 되는 것이다.

결국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구성은 두 가지 흐름으로 귀결된다. 트랜드를 추구하는 일회성 주제들과 정보성 주제다. 양 자의 균형과 절충, 그것이 이제는 안정기에 들어선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전략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

마이 리틀 텔레비젼 ⓒ MBC



덧붙이는 글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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