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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주민들은 8년 전의 참상을 잊지 못합니다. 만리포 앞 바다에 나타나 정박 중이던 홍콩 선적 대형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는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경 순식간에 돌변했습니다.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 선을 끌고 인천에서 거제도로 가던 예인선의 선장과 선원들은 무전기며 휴대폰 따위 문명의 이기들을 잘 지니고 있었으면서도 그것들의 효용가치를 완전히 망실해 버렸지요.

2008년 1월 28일, 태안의 한 해변에서 기름 제거 작업을 하고 있눈 자원봉사자들
▲ 기름 제거 작업 2008년 1월 28일, 태안의 한 해변에서 기름 제거 작업을 하고 있눈 자원봉사자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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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조선은 육중한 몸을 움직이기 위해 엔진 시동을 거는 것만으로도 많은 연료가 소비되는 것을 너무 아까워한 탓인지 대산항만청의 이동 요청을 무시했다고 합니다. 예인선은 뒤늦게 유조선을 발견하고 급작스럽게 방향을 트니, 끌려가던 크레인선이 급작스런 방향 전환을 거부한 탓인지 연결 줄이 끊어지면서 크레인선의 모서리가 대형 유조선의 외겹으로 된 탱크 벽을 치고 말았답니다.

너무도 분명한 '인재(人災)'였지요. 오감을 가진 사람들의 둔감과 무책임과 태만이 상상할 수도 없었던 엄청난 재난을 불러들였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태안반도의 서쪽 바다는 온통 검은 원유로 뒤덮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지독한 기름 냄새가 모든 어촌들을 유린하듯 휩쓸었습니다.

오랜 세월 자연재해가 전혀 없었던 고장, '크게 편안한 곳'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태안(泰安) 역시 문명재앙과 환경재해 앞에 그대로 노출된 상황임을 모든 지역민이 고스란히 겪게 되었지요. '유조선 원유 대량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 그 문명재해가 천혜의 국립해안공원을 철저히 유린하는 참상을 보며 수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치고 통분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엄청난 재앙이었습니다. 대규모 생태계 파괴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주민들의 경제적 손실과 생활 피해를 정확히 가늠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태안군민 모두가 깊은 상심에 젖어 들었지요. 무려 1만 6천 톤이나 바다로 유출된 원유를 수거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고 발생 즉시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지만, 태안군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습니다.

충남국악협회 소속 풍물패가 만리포 해변 특설무대에서 공연을 펼쳐보이고 있다.
▲ 사눌놀이 공연 충남국악협회 소속 풍물패가 만리포 해변 특설무대에서 공연을 펼쳐보이고 있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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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연일 달려오는 자원봉사자들로 인해 태안의 모든 어촌들은 북적였고, 생동감이 넘치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태안의 모든 바닷가에서 '기름과의 전쟁'이 연일 맹렬하게 전개되었습니다. 무려 연인원 123만 명이 참여한 그 전쟁은 2008년 6월까지 이어졌고, 마침내 세계가 놀라는 '기적'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그때로부터 7년이 지났습니다. 태안의 바다는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국립해안공원, 청정해역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가해자인 삼성중공업과의 싸움은 아직도 끝까지 않았고, 태안 주민들 모두 한국 제일 재벌 삼성의 덩치 값도 못하는 쩨쩨함에 혀를 차고 있지만, 태안 바닷가에서 땀을 흘린 123만 명 자원봉사자들에 대해서는 늘 고마운 마음을 안고 삽니다.

그때의 일을 기억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달려왔던 123만 명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유지하는 가운데 태안의 바다가 완전히 청정해역으로 회복되었음을 세상에 알리고 확인하고 자축하기 위해 태안군은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것의 일환으로 올해에는 한국예술인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 충청남도연합회(충남예총)에서 시행하는 제8회 '충남예술제'를 유치하였습니다. 지난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만리포 해변에서 여러 가지 예술 행사가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31일 마지막 날 저녁에는 태안예총에서 시행하는 제8회 '태안예술제'가 만리포 해변을 수놓았습니다. 충남예술제와 태안예술제가 겹쳐져 멋진 '화음'이 연출되었습니다.

원유유출 사고 당시 태안예총의 초대 회장을 역임했던 나는 더욱 감개무량이었습니다. 처음으로 태안읍을 벗어나 만리포 해변에서 갖는 예술제에 참석하면서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였습니다.

31일 저녁 만리포 해변 특설 무대에서 펼쳐진 태안예술제에 문인 대표로 참여해 시낭송도 했습니다. 문연식 태안예총 회장의 인사말, 한상기 태안군수의 축사, 오태근 충남예총 회장의 격려사, 123만 명 자원봉사자들을 상징하는 123명의 태안군 연합합창단 공연 다음에 내가 시낭송을 해서 더욱 좋은 분위기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제8회 충남예술제 /태안예술제가 열린 만리포 해변 특설무대에서 2007년 기름유출사고 당시의 자원봉사자  123만 명을 상장히는 123명의 태안군 연합합창단이 합창 공연을 하고 있다. 지휘자 차정식
▲ 태안군 연합합창단 공연 제8회 충남예술제 /태안예술제가 열린 만리포 해변 특설무대에서 2007년 기름유출사고 당시의 자원봉사자 123만 명을 상장히는 123명의 태안군 연합합창단이 합창 공연을 하고 있다. 지휘자 차정식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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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지으면서 8년 전의 참상, 연인원 123만 명 자원봉사자들이 수개월 동안 벌인 '기름과의 전쟁', 세계가 놀란 기적의 결실 등을 많이 회억하였습니다. 자연환경과 문명재해의 상관성, 태안의 특성, 123만 명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힘껏 챙기면서 시를 지었습니다. 그것을 좀 더 널리 알리고자 이 지면을 이용하여 내가 제8회 '충남예술제/태안예술제' 무대에서 낭송했던 시를 소개합니다.

제8회 충남예술제 / 태안예술제 축시

태안 바다엔 전설이 있다

바다와 육지가 켜켜이 부둥켜안고
수억 년 희로애락을 함께 구가하는 
태안반도의 굽이굽이에는
쉼 없이 여울지는 2008년의 전설이 있다

조물주의 설계에 따라
때를 맞춰 바닷물이
땅 자락 가랑이들 사이로 들고 날 때마다 
수많은 갯고랑들에서는 생명의 숨소리가 넘쳐난다

한때의 검은 재앙에 맞서
123만 송이의 흰 꽃이 맹렬히 피어났던 
태안반도의 갯벌   
청정해역의 회복이 만들어내는 갯바람 속에서
123만 꽃송이의 힘찬 숨소리가 들린다

창조주의 손길을 지켜낸
생명의 숨소리
복원의 숨소리다
봉사와 헌신의 채문
승리의 숨소리다

그리하여 태안반도의 갯바람은
검은 재앙을 이겨낸
기적의 바람이다
백화산 마애삼존불
천년의 미소로부터 발원하는 온유의 바람이다
황해를 가로질러
대륙으로 나아가는 힘찬 기상의 바람이다
문명재해를 방지하고
환경파괴에 맞서게 하는
천연각성제가 함유되어 있는 바람이다

그리하여 태안반도의 갯바람은
사회공동선의 발화
자발적 시민정신의 집약
자연 사랑의 발로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
갖가지 고귀한 미덕들을 안고
태안반도의 온 땅과 바다를 풍미하며
한반도 전체를 힘차게 휘돌고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살아 있는 전설을 지닌
태안반도의 갯바람은
그리하여 오늘도 전설을 만들며
신선한 갯내를 우리 모두에게
가슴 벅차게 선사한다.       

*2015년 5월 31일 저녁 만리포 해변에서 거행된 제8회 태안예술제에서 직접 낭송

5월 31일 저녁 만리포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8회 충남예술제 / 태안예술제에 문인 대표로 참가하여 시낭송을 했다.
▲ 시낭송 5월 31일 저녁 만리포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8회 충남예술제 / 태안예술제에 문인 대표로 참가하여 시낭송을 했다.
ⓒ 전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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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태안반도, #원유유출사고, #기름과의 전쟁, #자원봉사자, #태안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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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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