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홍진경, 장동민, 강균성, 최시원, 황광희 등 '식스맨' 최종 후보 5인을 선발한 MBC <무한도전>. 지난 11일 방영분에서는 식스맨 후보들이 기존 출연진과 짝을 이루어, 그들 각각이 기획한 아이템을 가지고 직접 <무한도전> 촬영 현장에 투입됐다.

장동민은 박명수와 함께 '전설의 주먹'이라는 타이틀 하에 연예인 중 주먹으로 이름을 알린 인사들을 찾아다녔고, 정준하와 짝을 이룬 홍진경은 다짜고짜 아는 인맥을 총동원하여 홍콩에서 중화권 스타들을 만나기 위해 분투했다.

그런가 하면 최시원은 자신의 취미가 사이클이라는 점을 십분 살려 하하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서울 맛집 투어에 나섰고, 패션 테러리스트들의 스타일을 멋스럽게 바꾸겠다는 기획안을 제출한 황광희는 정형돈과 함께 자칭 '패션 쓰레기'들을 찾아 다녔다. 마지막으로 유재석과 한 팀이 된 강균성은 자신의 애초 기획한 아이템을 변경하여, 일에 지친 직장인들을 대신하여 대신 일을 해준다는 취지의 '단발머리 특공대'를 결성했다.

5인 후보들의 각기 다른 개성만큼, 그들이 선보이는 아이템도 제각각이다. 때문에 볼거리가 풍성했던 한 회였다. 하지만 5인 후보가 야심차게 준비한 소재 모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은 지울 수 없었다.

패션 감각이 부족한 이들을 패셔니스타로 만드는 설정은 이미 웹툰, 영화, 케이블 채널 등을 통해 수차례 구현된 것이다. 제목부터가 2013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그대로 차용한 '전설의 주먹'은 연예계 주먹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다는 설정 자체에서부터 적잖은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여러 이유로 많은 해외 스타들이 방문하는 지금의 한국에서 중화권 배우들을 인터뷰하러 홍콩에 간다는 콘셉트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고, 최시원과 하하의 사이클 맛집 탐행기는 사이클을 타고 이동한다는 점을 제외하곤 요즘 TV에서 범람하는 맛집 탐방 프로그램과의 독특한 차별화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예능PD도 아니요, <무한도전>처럼 매회 색다른 소재와 이야기를 이끌어가야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익숙하지 않은 5인 후보에게 기존의 <무한도전> 제작진처럼 참신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로 요구할 수는 없는 법일 지도 모른다.

지난 11일 방영분에서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기획력보다도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수 있는 순발력과 예능적인 감각, 그리고 열정이었다. 5명의 후보가 모두 자신의 코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확인했다는 점에선 이날 방송분 또한 의미있다고 할 수 있겠다.

2주간 방영한 면접에 이어 실전 투입까지, <무한도전>은 식스맨을 선발하는 데 있어 남다른 시간과 공을 아끼지 않는다. 10년 역사를 자랑하는 <무한도전>의 새로운 얼굴을 뽑는 만큼 신중함을 기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식스맨 선발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무한도전> 측이 식스맨 선발에 있어서 오랜 뜸을 들인 탓에 식스맨이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나날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얼마 전엔 식스맨 내정설을 두고 홍역을 치루기도 했다. 그러나 식스맨 선발이 <무한도전> 10주년 5대 기획 특집 중 하나라고 일찍이 못박아둔 제작진은 뚝심있게 <무한도전>을 대표할 뉴페이스를 찾는 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단순히 <무한도전> 식스맨이 될 최종 1인을 찾는 절차라면, 3주에 이어진 방송이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식스맨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무한도전>은 향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할 수 있는 가능성있는 인물을 주목케 했다. 또 그들의 역량을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예능 유망주들에게는 기회를, 시청자에게는 그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런 점에서 지난 방송은 5명 후보들의 가능성과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었던 의미있던 한 회였다. 이제 <무한도전> 시청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식스맨 발표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