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힐미>의 포스터

<킬미힐미>의 포스터 ⓒ MBC


드라마를 한자로 풀면 '극(劇)'이다. 무언가를 연기하고 보여준다는 뜻인데, 이 한자어에는 작은 비밀이 있다. 극이라는 한자를 구성하는 세 한자를 살펴보면 호랑이를 뜻하는 부수 한자어, 멧돼지, 칼을 뜻하는 부수로 되어 있다. 쉽게 말해 호랑이와 멧돼지가 칼을 들고 맞서 있는 상황을 선인들은 '극'이라고 표현했다. 모순적이고 극단적이며 갈등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드라마의 본질은 갈등에서 찾을 수 있다.

드라마는 인류가 시작될 때부터 있었다. 동물에 비해 육체적으로 약한 인간이 살기 위해 주술적으로 한 행동이 바로 극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극은 점차 발전하여 우리가 텔레비전을 보면서 어떤 장면과 대사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으로 발전했다. 드라마는 인류의 불안감, 욕망을 해소하는 것에서 시작되었고, 또 갈등에서 본질을 찾을 수 있다.

<앵그리맘>을 예로 들어보자. 제목에서부터 화난 엄마의 이야기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엄마는 왜 화가 났을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바람 난 남편 때문일 수 있고, 속을 썩이는 자녀 때문일 수도 있고, 평생 가족 뒷바라지만 하다 화가 난 자신의 상황 때문일 수도 있다. 이유는 만들어내기 나름이다.

하지만 제목에 들어간 두 가지 단어, '앵그리'와 '맘'을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정확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단 '엄마'라는 단어에서 모성을 찾을 수 있다. 엄마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따뜻함과 애틋함이 있으니까. 그런 엄마가 화가 났다면 이유는 결국 자식 때문일 것이다. 자식이 속을 썩여서 엄마가 화가 날까? 그렇지 않다. 어떤 상황에 힘들어하는 아이를 바라보면 엄마는 미쳐버리게 된다. 어떻게든 돕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인과관계로 학교폭력을 당하는 아이를 구하려는 화난 엄마의 이야기가 <앵그리맘>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가 왜 지금 방송되어야 했을까? 사실 간단하다. 암암리에 문제 되는 것들, 또는 대놓고 문제 되는 것들을 공론화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킬미힐미>는 진수완 작가가 몇 년 전에 집필한 작품이었다. 작가는 마음속 깊은 상처와 그로 인해 생겨나는 정신적 문제를 공론화 하려 했지만 이제야 전파를 탔다. 그 이유는 시청자가 지금 너무나도 지쳐있고,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에게 따뜻함과 치유의 메시지를 안겨줄 수 있던 드라마가 <킬미힐미>였다. 

<호구의 사랑>도 그렇다. 우리 시대의 호구남들이 많이 탄생하고 있기에 드라마는 호구이지만 호구 아닌 착한 남성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또 성폭행으로 고통받은 여성들에게 위로의 말도 건넨다. 이렇게 드라마의 본질을 아주 조금만 알아도 드라마가 만들어진 이유와 메시지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촬영장에 쪽대본이 난무한다지만, 그렇다고 드라마가 허투루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심지어 막장이라고 비난받는 드라마마저도 그 안에 나름대로 치밀한 구성이 있고 현실에서 가져온 이야기가 있다. 시청자가 드라마를 단순히 감정적으로 보지 않고, 깊게 이해하고 한발 앞서서 본다면 드라마도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시청자가 영민해지기 위해서는 딱 한 가지의 진실만 붙잡으면 될 것 같다. 드라마는 우리의 삶을 반영한다고. 거꾸로 말하면 우리의 삶은 드라마와 다름없다는 사실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건희 시민기자가 속한 팀블로그 별밤(byulnigh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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