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스라엘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이스라엘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관련사진보기


전 세계가 주목한 이스라엘 총선에서 보수파 집권 리쿠드당과 중도 좌파 성향의 시오니스트연합이 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8일(한국시각) 총선 마감 직후 이스라엘 방송사 '채널1'이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 리쿠드당과 시오니스트연합이 전체 의석 120석에서 나란히 27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별도 출구조사를 벌인 방송사 '채널2'는 리쿠드당이 28석, 시오니스트연합이 27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양쪽 모두 과반에 한참 모자라기 때문에 다른 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하다.

다만 선거 양상에서 시오니스트연합에 밀려 패색이 짙었다가 막판 공세로 여론조사에서 역전에 성공한 리쿠르당이 분위기상 연정 구성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리쿠르당을 이끌고 4선에 도전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자들 앞에서 "낮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승리를 달성했다"며 "이스라엘의 모든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더욱 강력하고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오니스트연합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사실상 총선 승리 선언이다. 반면 시오니스트연합을 이끄는 이삭 헤르조그 대표는 "최종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리쿠르당의 피곤한 장기 집권을 끝내고, 중도 좌파 정부를 구성할 때가 왔다"고 반박했다.

안보 집중하다 민생 놓친 네타냐후

이스라엘은 철저한 비례대표제로 크네스트(이스라엘 의회) 120석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당이 총리를 배출하는 것이 관례다. 9년째 집권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네타냐후 총리가 안보에만 신경 쓰는 동안 이스라엘의 부동산과 생필품 가격이 치솟았고, 양극화가 깊어졌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가자전쟁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교육과 복지 예산이 깎이고, 팔레스타인의 테러까지 늘어나자 생활고와 불안감에 시달린 이스라엘 민심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벼랑 끝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에도 안보 이슈를 들고 나왔다. 오바마 행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방문해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을 들이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을 '나쁜 협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와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자 이스라엘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최우방 미국과 멀어지면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선거 막판에는 자신이 당선되면 '팔레스타인 국가'는 없을 것이라는 초강경 선언까지 했다. 지난 2009년 팔레스타인의 비무장화를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상안인 '두 국가 해결안(two-state solution)'을 지지한다고 했던 자신의 입장을 전격 철회한 것이다.

민생 앞세운 헤르조그, 네타냐후 끌어 내릴까

이처럼 네타냐후 총리가 안보를 우선하는 사이 시오니스트연합은 물가 안정, 복지 증진 등 민생 이유를 내세워 지지율을 높여갔다. 하임 헤르조그 전 이스라엘 대통령의 아들이자 변호사 출신인 헤르조그 시오니스트연합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보다 11살이나 적은 54살의 젊은 나이를 앞세워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왔다.

헤르조그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의 장기 집권에 이스라엘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공세를 펼쳤고,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리쿠드당을 제치고 제1당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를 얻었다.

시오니스트연합이 비록 네타냐후 총리의 '보수 총결집'에 밀려 역전을 허용했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13석을 차지해 제3당이 유력한 아랍계 정당 '조인트 리스트'가 시오니스트연합과 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지난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을 계기로 결집한 아랍계 표심은 정권 교체를 최우선 목표로 내걸고 네타냐후 총리를 끌어내릴 수 있다면 누구와도 손잡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네타냐후 총리가 노련한 협상력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연정을 들고나올 가능성도 높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에 성공하더라도 사실상 패배나 다름없어 '상처 입은 영광'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태그:#이스라엘 총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삭 헤르조그, #팔레스타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