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찾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전후 70년을 맞아 과거사 정리가 화해를 위한 전제라고 강조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9일 일본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개최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과거사를 정리했기에 유럽 통합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나치 독일의 과거사 정리가 화해의 전제가 되었다"며 "독일이 이웃 국가와 화해했기에 유럽연합(EU)을 만들 수 있었다"고 지역 안정을 위한 화해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은 패전 후 나치가 저지른 무서운 죄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깊은 논의를 했다"며 일본이 이웃 국가와의 갈등을 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아사히신문>이 주최한 강연에서도 "독일은 과거를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했고 이웃 국가의 관용이 있었기에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09년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세계 2차 대전 70주년 기념식에서 무릎을 꿇고 독일의 과거를 지속적으로 사죄하며 아베 정권과 다른 역사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 과거사 사죄하는 메르켈, 아베는?아베 총리는 "일본과 독일은 자유·민주주의·인권·법치 등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양국은 전후 일관된 평화 국가로서의 길을 걷으며 국제사회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기여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오는 2016년, 독일로부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 지위를 넘겨받게 된다. 러시아의 G8 재가입과 논란에 대해 아베 총리는 "아직 러시아와 함께 깊은 논의를 하지 않았고, 그럴만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나타냈다.
메르켈 총리는 2008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G8 정상회의 이후 7년 만에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역사 인식이나 원전 재가동을 둘러싼 양국 정상의 큰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메르켈 총리가 일본에 '탈원전'을 촉구한 것에 "장기적으로 원전 의존도를 낮춘다는 방침은 변함없다"며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일본 경제의 생명선이며, 책임 있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