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 묘령의 여인 히사코 역의 배우 이연희가 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 묘령의 여인 히사코 역의 배우 이연희가 9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에서 김명민과 오달수가 상수라면, 여성 캐릭터는 변수다. 2011년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는 한지민이 수수께끼의 인물 한객주로 갈등의 축이 됐다면, 현재 상영 중인 '놉의 딸'에선 이연희가 게이샤 히사코로 분해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관객 입장에선 두 여배우를 놓고 서로의 매력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일 수 있다. 이연희 스스로도 "<조선명탐정> 시리즈에서의 여성 캐릭터는 배우가 가진 아름다운 모습을 다 발산할 수 있다"며 "이 영화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는 소회부터 전했다.

"정통 게이샤 아닌 타인의 시선에서 본 게이샤 표현했다"

한객주와 히사코는 우선 정체가 불분명하고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배우 입장에선 자신만의 옷으로 해석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게다가 속편이기에 이연희 입장에서는 보다 신선한 매력을 보여야 했을 터. 히사코라는 캐릭터엔 이연희의 고민의 흔적이 충분히 담겨 있었다.

"짧은 등장이지만 강한 이미지를 심고자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한객주는 한복의 아름다움과 조선 여인의 매력이 있었다면, 전 기모노를 입어야 했기에 다른 면을 보일 수 있을 거 같았죠. 도발적이고 섹시한 부분은 공통적으로 가져가야 했지만 표현하는 주체가 다르니까요. 히사코는 사실 정통 게이샤는 아니잖아요.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에서 자라왔기에 뭔가 타인의 입장에서 게이샤를 바라보는 모습이 필요했어요.

장쯔이의 <게이샤의 추억>이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됐죠. 그 작품을 보면서 게이샤의 훈련 과정이라든지 화장법, 행동 방식 등을 참고했어요. 나머진 제가 상상했죠. 영화에 히사코라는 인물에 대한 전사가 많이 안 나오기에 그가 이국에서 겪었을 어려움과 고통을 담아내려 했습니다. 제가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은 없지만 여행을 많이 다녔거든요. 여행은 좋지만 막상 해외에서 사는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 인종차별이라든가 굴욕을 당하는 등 안 좋은 일도 있다고 해요. 그런 간접경험을 떠올리며 히사코를 표현하려 했죠."

히사코 역의 이연희 히사코 역을 맡아 열연한 이연희의 스틸 컷

<조선명탐정: 놉의 딸>에서 히사코 역을 맡은 이연희. ⓒ 청년필름


사실 사극은 이연희에겐 여전히 낯선 장르이긴 하다. 드라마 데뷔작 <해신>에서 이미 정통 사극을 경험했지만 이연희는 "그때 많이 부족했고 혼나면서 지도를 받았다"며 "한동안은 사극을 못할 것 같았고, 나이가 좀 들어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역사는 본래 좋아했단다. 최근 들어 역사 관련 서적을 보고 있는 중이라는 이연희는 "학창시절 외우기에 바빴던 역사 과목이었지만 이야기가 있고,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 게 재미있었다"고 이유를 전했다.

"어렵다면 어려운 게 사극이에요. 중후함과 약간의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는데 이젠 퓨전 사극도 많이 나오고, 어려운 말투를 살리기보단 드라마에 집중하는 경향도 있는 거 같아요. <조선명탐정> 시리즈도 퓨전이잖아요. 저 역시 그런 흐름에 조금씩 맞춰가고 있어요."

내 모습에 힘들어했던 과거..."스스로의 벽을 깨고 있다"


이연희의 데뷔 시절을 이야기를 나눴다. SM엔터테인먼트가 발탁한 스타로 3년여의 연습생 시기를 거쳤고, 자칫 걸그룹으로 데뷔할 뻔했던 사연은 이제 유명한 일화다. 각종 광고와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연기자 쪽으로 방향을 잡게된 사연을 전하며 이연희는 "여러 기회가 많았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감사한 일"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시작한 이후부터가 이연희에겐 큰 관문이었다. 드라마와 영화를 거치며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그만큼 질타가 있기도 했다. 많이 절망하고 자신에게 실망했을 수도 있는데 이연희는 "부족했던 시기가 더 많았기에 연기를 그만두더라도 뭔가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그만두고 싶었다"는 속생각을 전했다. 이런 오기엔 단순히 대형 기획사 눈에 들어온 '예쁜 스타'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남몰래 꿈을 키워왔던 그녀의 전사가 담겨있었다.

"(욕먹는다고) 당장 그만두면 대중들에겐 못했던 그 인상밖에 안 남잖아요. 그래서 한 번도 그만둘 생각은 안 했어요. 물론 제가 동경했던 일이 보이는 것과 정말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은 했죠. 꿈을 좇는 게 맞는 건지, 자신이 잘하는 걸 하는 게 맞는 건지 헷갈렸어요. 제가 운동신경이 뛰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 수영 등을 했고 수영대회에서 상도 꽤 받았거든요. 운동 시키면 잘하겠다는 말도 많이 들었죠. 근데 어느 날 본격적으로 수영 장비를 사야했을 때가 왔는데 엄마가 딱 끊으시더라고요(웃음). 운동은 취미로 하자면서.

주말마다 엄마랑 비디오 보는 게 낙이었어요. 지금도 기억나는 게 <레옹>을 열 번도 넘게 돌려보면서 나탈리 포트만처럼 매력을 뿜어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계속 제가 비디오를 빌려오곤 했는데 비디오 곽과 겉표지만 보고 재밌을지를 판단했어요. 근데 거의 다 성공이었죠(웃음). <황혼에서 새벽까지> <007> 시리즈를 그때 다 봤어요. 그 가게가 단골이기도 하고 엄마와 함께 본다는 걸 주인아저씨가 아셔서 다 빌려주긴 했는데 '초딩'이 뭘 알겠어요. 그게 19세 이상 영화인지, 잔인한 영화인지. 그때 진짜 영화를 많이 보긴 했네요(웃음)."


오래전부터 품은 막연한 꿈이 실현됐고, 이연희는 하나씩 작품으로 채워가고 있다. 다작은 아니다. 본인도 "작품을 준비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는 스타일이라 한꺼번에 여러 개는 못한다"며 "맡은 캐릭터로 살아가려고 하고 현장에 익숙해지고 사람들과도 어울리려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지점에 남모를 고민이 하나 있었다.

"제 벽을 깨고 있는 중이에요. 사람과 어울리는 게 일이 아닌 생활로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막 살갑게 타인을 대하진 못하지만... 예전엔 사람들에게 살갑지 않은 제 모습을 많이 힘들어 했어요. '왜 난 안 바뀔까' 자책도 하고 그랬죠. 그래서 제가 더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신중하게 대하는 거 같아요."

<조선명탐정: 놉의 딸>의 홍보를 끝내고 이연희는 또 여행을 갈 예정이다. "각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하나씩 배우려고 한다"며 "스스로 충전이 되고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껏 여행의 장점을 설명했다. 또한 이연희는 "취직하기 바쁜 또래들이 많다"며 "약해지지 않고 지금에 감사하며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는 감사와 각오도 잊지 않았다. 여러 모로 이연희는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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