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조별리그라고 하지만 1위 자리를 다투는 경기는 역시 수준이 높았다. A조에서 맞붙었던 한국과 호주의 자존심 대결만큼 치열한 명승부였다. 전체적인 밸런스와 힘은 전통 강호 이란이, 개인기와 패스 수준은 신흥 강호 아랍에미리트가 상대적 우위를 자랑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이란 축구대표팀이 19일 오후 6시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C조 아랍에미리트와의 맞대결에서 종료 직전에 터진 교체 선수 레자 구차네자드의 헤더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겨 당당히 1위 자격으로 8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오마르 압둘라흐만의 놀라운 드리블과 패스 능력

이 경기는 결과를 떠나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가운데 미드필더의 실력 대결에 많은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 주인공은 이란의 정신적 지주인 자바드 네쿠남과 아랍에미리트의 떠오르는 중원 지휘자 오마르 압둘라흐만이다.

자바드 네쿠남은 한국 축구팬들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테이무리안과 함께 이란 축구의 중심축 역할을 든든히 해 주고 있다. 네쿠남보다 무려 11살이나 어린 미드필더 오마르 압둘라흐만은 비교적 체구가 작지만 안정된 왼발 드리블, 패스 실력을 바탕으로 공격형 미드필더 맙코우트와 골잡이 칼릴의 공간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빛나게 한다.

네쿠남을 조금씩 지는 해에 비유한다면 오마르 압둘라흐만은 한창 떠오르는 해이기에 아무래도 많은 축구팬들의 시선은 오마르 압둘라흐만의 왼발 끝에 더 오래 머물렀다. 30분에 오마르 압둘라흐만이 이란 선수들 네 명을 가볍게 드리블로 따돌리는 장면은 보는 이들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다.

추풍낙엽처럼 벗겨지는 그 네 명 중에 이란이 자랑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바드 네쿠남과 테이무리안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오마르 압둘라흐만의 드리블과 패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것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일본 피하기

이란의 다혈질 감독 카를로스 케이로스는 후반전에 들어서도 자신의 선수들이 아랍에미리트를 압도하지 못하자 '보랴 가푸리(57분)-데자가(63분)-구차네자드(72분)'를 차례로 들여보내며 결승골을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란이 이처럼 교체 카드 세 장을 다 쓰는 동안 아랍에미리트의 마흐디 알리 감독은 선발 멤버를 그대로 믿고 기다려주었다. 급한 쪽은 이란이었다. 골 득실 기록에서 아랍에미리트(6득점 2실점)가 이란(3득점 0실점)을 1골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8강에서 D조 1위가 유력하다고 할 수 있는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피하고 싶은 것이 그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이대로 경기가 끝날 것 같았던 경기는 정규 시간 90분이 끝날 순간에 기적같은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무승부가 단 한 경기도 없는 이번 대회의 놀라운 특성이 이러한 기적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전율이 느껴졌다. 그 주인공은 케이로스 감독이 마지막으로 선택하여 72분에 들어간 레자 구차네자드였다.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흘러나온 공이 테이무리안의 발에 맞고 넘어올 때 아랍에미리트 골문 바로 앞으로 움직이던 구차네자드가 재치있는 헤더 골을 터뜨린 것이다.

구차네자드 바로 앞에서 먼저 솟구친 자바드 네쿠남이 오프 사이드 규칙을 적용받아야 하는 판정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장면이어서 아랍에미리트로서는 사토 류지(일본)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제2부심의 깃발을 참고한 판정을 뒤집지는 못했다.

D조 1~3위 순위가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20일(화) 오후 6시 멜버른에 있는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릴 D조 일본과 요르단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이란과 아랍에미리트의 8강 상대가 결정된다.

이렇게 되면 22일 한국이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승리할 경우 준결승전에서 이란과 맞대결할 확률이 높아진 셈이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까지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야 하는 운명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2015 AFC 아시안컵 C조 결과(19일 오후 6시, 브리즈번 스타디움)

★ 이란 1-0 아랍에미리트 [득점 : 레자 구차네자드(90분,도움-테이무리안)]

◎ 이란 선수들
FW : 사르다르 아즈문(72분↔레자 구차네자드)
AMF : 아미리, 라피에이, 자한바크슈(57분↔보랴 가푸리)
DMF : 자바드 네쿠남, 테이무리안
DF : 풀라디, 포울라리간지, 호세이니, 헤이다리(63분↔데자가)
GK : 하지지

◎ 아랍에미리트 선수들
FW : 아메드 카릴
AMF : 알 파르단, 오마르 압둘라흐만, 알리 맙코우트
DMF : 아메르 압둘라흐만, 카미스 에스마일
DF : 왈리드 압바스, 모하나드 알 에네지, 모하메드 아메드, 상쿠르
GK : 마제드 나세르

◇ C조 최종 순위
이란 9점 3승 4득점 0실점 +4
아랍에미리트 6점 2승 1패 6득점 3실점 +3
바레인 3점 1승 2패 3득점 5실점 -2
카타르 0점 3패 2득점 7실점 -5

◇ 8강 토너먼트 대진표
C조 1위 이란 - D조 2위 (1월 23일 오후 3시 30분, 캔버라 스타디움)
C조 2위 아랍에미리트 - D조 1위 (1월 23일 오후 6시 30분,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시드니)
축구 아시안컵 이란 아랍에미리트 오마르 압둘라흐만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