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세바퀴>는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구조를 대폭 갈았다. 이 와중에 진행자 중 이휘재, 박미선을 신동엽, 이유리로 교체하는 강수를 둔다. 신동엽의 진행 능력은 명불허전이고 이유리 역시 <왔다! 장보리>로 인해 주목도가 높아진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같은 파격적인 발탁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시청률은 오히려 하락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휘재-박미선이 마지막으로 진행한 <세바퀴> 시청률이 7.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였던 것에 비해 시청률은 6.8%로떨어졌다. 전반적으로 시청률이 하향 평준화 되는 경향이 있지만, 대대적인 물갈이에도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결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세바퀴의 진행자가 교체되었지만 시청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세바퀴의 진행자가 교체되었지만 시청률은 오히려 하락했다 ⓒ mbc


<세바퀴>는 기본적으로 젊은 예능은 아니다. 포맷이 변화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수의 게스트들이 출연해 신변잡기 식 이야기를 펼쳐 놓는 포맷은 변화하지 않았다. 이날 장수원의 열애 사실을 최초 공개하고, 김구라의 사생활을 화제에 올리며 '차승원'과 비교까지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말만 개편이지 <세바퀴>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현상이다. 사실 MC석에 누가 앉아있어도 나올 이야기가 뻔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오가지 못한다. 게스트들이 많아지면서 뷰산되는 집중력 또한 여전하다. 한마디로 신선함이 없다는 것이 <세바퀴>의 가장 큰 맹점이다. 연예인들의 단순하고 뻔한 이야기들을 집중해서 듣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다. 이미 식상해져 버린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는 더 이상 예능의 트렌드가 아니다. 좀 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캐릭터가 필요하다.

<세바퀴>는 그 캐릭터를 확보하기 위한 방책으로 진행자를 교체했다. 그러나 신동엽의 진행능력과는 별개로 그의 캐릭터 역시 <세바퀴>의 포맷 안에서 신선하게 발현되기 어려우며, 연민정 역으로 인기를 얻은 이유리 역시 그 안에서 뚜렷한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일단 진행자들의 운신의 폭이 크지 않은 구조내에서 색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세바퀴>는 연민정 캐릭터나 신동엽의 일명 '동엽신' 캐릭터를 적극 이용하려고 했지만, 문제는 그런 캐릭터들이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쇄신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신동엽과 김구라의 진행 스타일은 서로 상호 보완작용이 되기보다는 상충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신동엽의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약점이나 말 꼬리를 잡고 늘어져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밉지 않은 한 방을 날리는 재치에 있다.

반면 김구라의 진행스타일은 이런 신동엽의 이른바 '깐족'을 잘 받아 주고 넘길 수 있는 진행이라 보기 어렵다. 김구라는 남들의 약점이나 사생활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경향이 있지만 그 화살이 자신에게 향했을 때는 묘하게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거나 흥분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태도는 김구라 안티 형성에 주된 역할을 한 부분이었다.

 세바퀴의 진행자, 신동엽과 김구라

세바퀴의 진행자, 신동엽과 김구라 ⓒ mbc


신동엽이 "계그계의 차승원이다. 이미지 향상이 됐다"고 최근 공황장애로 방송활동을 쉬었던 김구라를 놀리자 그를 수긍하면서도 신동엽에게 "얘도 빚이 많다. 그런데 위로가 안된다. 얘는 자기가 까먹은 것이다"며 신동엽을 걸고 넘어지는 것 역시 김구라식 화법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점이다. 자신이 온전히 망가지기보다 상대방과 함께 구렁텅에 빠지는 것을 선택한다.

이는 차라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수긍했을 경우이기에 그나마 낫지만 만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원천 봉쇄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신동엽의 개그를 웃음으로 넘기기 보다는 '그건 아니다'라는 식으로 상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신동엽과의 조합은 둘다 공격적인 개그를 주 무기로 삼는 까닭에 그다지 그림이 좋지 못하다.

확실히 김구라의 사생활이 밝혀지자 그를 향한 동정론이나 응원글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생활로 동정여론이 형성된다 해도 그것이 직접적인 시청률의 상승이나 프로그램의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그것은 김구라의 사생활로 인해 그의 방송활동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TV 속 김구라는 여전히 김구라일 뿐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의 사생활로 인해 그의 개그를 조금은 유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시청자들에게 생겼을 뿐이다. 그러나 그런 여유로 김구라의 프로그램을 모두 시청하고 열렬한 지지의사를 표명할 팬덤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세바퀴>가 이런 신변잡기로 기사 회상할 수는 없다.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과 진지한 성찰, 그리고 특별한 캐릭터를 발현시킬 환경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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