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시즌 넥센 히어로즈의 최대 약점은 바로 선발진이었다. 외국인 원투펀치 앤디 밴 헤켄과 헨리 소사(LG트윈스)를 제외하면 두 자리 승수는커녕 100이닝을 채운 선발 투수도 없었다. 이렇게 약한 토종 선발진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선발진 강화를 위해 2년 연속 홀드왕에 빛나는 한현희를 선발로 전향시키기로 했다. 염 감독의 기대대로 한현희가 선발 투수로 잘 적응해 준다면 넥센은 올 시즌 선발진의 약점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한현희의 이탈로 인한 불펜진의 약화는 넥센의 새로운 고민이다. 마무리 손승락과 셋업맨 조상우는 믿음직스럽지만 중간에서 한현희의 역할을 대신 할 불펜 투수가 필요하다. 올 시즌 '신영언니' 송신영의 부활이 절실한 이유다.

현대 유니콘스 흥망성쇠와 히어로즈 탄생의 증인 

중앙고와 고려대를 나온 송신영은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1라운드(전체 88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됐다. 당시만 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송신영이 이렇게까지 롱런하는 투수가 되리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송신영은 중앙고 동기 홍성흔(두산 베어스)이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국가대표 포수로 승승장구하는 사이 1군 데뷔도 못해보고 2년 간 2군에서 기량을 쌓았다. 입단 초기 철저한 무명이었던 송신영은 2001년부터 현대 마운드의 마당쇠로 야구팬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송신영은 주로 불펜에서 활약하 투수임에도 2001년과 2002년, 2년 연속 100이닝을 넘게 소화하며 싱싱한 어깨를 과시했다. 특히 2004년에는 8승 1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53의 호성적으로 현대의 마지막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현대는 이후 신철인, 조용준의 부상과 이상열(LG)의 입대 등으로 불펜진이 크게 붕괴됐다. 하지만 송신영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년 연속 7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늘 푸른 소나무처럼 현대 그리고 히어로즈의 불펜을 듬직하게 지켜왔다.  

송신영은 마무리를 맡은 2011년 세이브 부문 3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그해 트레이드 마감일에 LG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송신영의 반대급부로 LG에서 데려 온 선수가 바로 프로야구 최고의 거포 박병호였다. 훗날 송신영도 넥센으로 다시 돌아왔으니 결과적으로 이 트레이드는 넥센의 완승이었다.

2011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은 송신영은 한화 이글스와 3년 13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계약 첫 해 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4.94로 부진했고 2012시즌이 끝난 후 20인 외 특별 지명을 통해 신생 구단 NC다이노스로 이적했다.

부진 씻고 넥센 불펜에 힘 보태줄 39세 노장투수

넥센의 이장석 대표는 히어로즈의 개국공신에서 졸지에 저니맨으로 전락한 송신영을 두고 보지 않았다. 넥센은 2013년 4월 트레이드를 통해 송신영을 다시 영입했다. 그리고 '친정'으로 돌아온 송신영은 2013년 4승 3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21로 멋지게 부활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 16년 차의 송신영도 작년 시즌 프로야구를 강타한 타고투저의 태풍은 막을 수 없었다. 송신영은 작년 시즌 41경기에 출전해 2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6.59로 데뷔 후 최악의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조상우-한현희-손승락으로 이어지는 넥센의 필승조에서 완전히 배제된 송신영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FA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3억 원이던 연봉도 50%나 삭감되고 말았다(1억5000만 원).

넥센은 또 한 명의 노장 불펜투수 이정훈이 작년 7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마무리 손승락을 제외하면 필승조로 뛸 수 있는 우완 정통파는 만 20세의 조상우뿐이다. 여전히 넥센 불펜에는 송신영의 풍부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송신영은 작년 시즌 .331의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올해로 39세가 된 나이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노쇠화를 걱정할 수 있는 시기다. 하지만 송신영은 여전히 뛰어난 제구력과 위기관리능력을 갖추고 있어 부상만 없다면 1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투수다.

송신영의 공식별명 '신영언니'는 오로지 중성적인 이름 때문에 생긴 닉네임이다. 실제로 송신영은 마운드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공을 던지고 벤치 클리어링 상황에서는 가장 먼저 앞에 나서기도 하는 '열혈남'이다. 30대의 끝자락에 있는 노장투수 송신영이 올 시즌 넥센의 우승도전에 있어 중요한 퍼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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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송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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