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이 새 시즌의 수비진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포수부터 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이다. 신생팀 KT 위즈의 조범현 감독도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센터라인의 보강에 힘을 쏟았다.

먼저 20인 외 특별 지명을 통해 롯데 자이언츠의 포수 용덕한을 영입했고 KIA타이거즈에서는 10개 구단 최고의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중견수이자 공격에서도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던 '슈퍼소닉' 이대형을 지명하는 행운을 얻었다.

내야 수비의 중추가 될 키스톤 콤비는 FA시장에서 구했다. KT는 LG트윈스의 2루수 박경수와 롯데의 유격수 박기혁을 각각 4년 18억2000만 원과 3+1년 11억4000만 원의 조건에 영입한 것이다. 하지만 작년 시즌 22경기에서 타율 .157를 기록한 선수를 주전 유격수로 영입한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의문의 시선을 가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단계별로 성장해 골든글러브까지... 이후 끝없는 추락

지난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15순위)로 롯데에 지명된 박기혁은 유망주들이 롤모델로 삼아도 좋을 만큼 아주 바람직한 성장 과정을 거치며 롯데의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다.

입단 초기에는 대선배 김민재(KT 작전,수비코치)의 그늘에 가려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지만 때 마침 FA자격을 얻은 김민재가 SK와이번스로 이적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물려 받았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도약한 박기혁이 야구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시기는 2008년이었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수비와 정교한 방망이 솜씨를 뽐낸 박기혁은 2008년 타율 .291 102안타 16도루를 기록하며 롯데의 야구 나들이를 이끌었다. 그 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는 1992년의 박계원(KT 작전코치) 이후 16년 만에 롯데에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가져 오기도 했다.

2009년 박기혁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대한민국의 준우승에 큰 공헌을 했다. 당시 박진만(SK)의 부상으로 유격수 자리는 한국 대표팀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지만 박기혁은 안정된 수비를 과시하며 박진만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박기혁은 2009년 WBC를 마지막으로 심각한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된다. 2009년 타율 .217 21타점을 기록하며 부진했던 박기혁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노리고 입대를 미뤘지만 복사뼈 골절 부상에 시달리며 타율 .216 13타점에 그쳤고 결국 대표팀 입성에 실패했다.

2010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박기혁은 FA신청을 미루고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다. 하지만 박기혁이 자리를 비운 사이 롯데에는 문규현이라는 새 유격수가 등장했고 박기혁은 복귀 후 2013년 31경기, 작년 시즌 22경기 출전에 그치며 롯데의 주력 멤버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데릭 기혁, KT의 모험에 '부활'로 보답할 수 있을까

그동안 군복무와 부상, 부진 등으로 FA신청을 미뤄 왔던 박기혁은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낸 작년 시즌을 끝마치고 34세의 나이로 FA를 신청했다. 문규현이라는 대안이 있던 롯데는 박기혁에게 3년 10억 원(옵션 4억 포함)을 제시했고 박기혁은 이를 거절하고 시장에 나왔다.

사실 박기혁은 FA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35세가 되는 1할대 유격수를 보상금과 보상 선수까지 내주며 영입할 구단은 쉽게 나타날 리 없었다.

하지만 이번 FA시장에는 KT라는 변수가 있었다. 신생팀 혜택으로 보상 선수를 내줄 필요가 없는 KT에게 프로 경력 15년의 경험 많은 유격수 박기혁은 꽤나 매력적인 카드였다. 결국 KT는 작년 11월 28일 투수 김사율, 내야수 박경수와 함께 박기혁의 영입을 발표했다.

사실 KT에서도 박기혁이 지난 6년 동안 크게 부진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기혁은 여전히 부상만 없다면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로 KT의 내야 수비를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다. 여기에 방망이까지 살아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물론 FA로 영입한 선수라고 해서 박기혁의 주전 자리가 완전히 보장된 것은 아니다. KT에는 작년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372의 고타율을 기록했던 '신데렐라' 이지찬을 비롯해 김병희, 김영환 등 유격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박기혁은 롯데 시절 화려한 수비와 곱상한 외모로 유독 여성팬, 그 중에서도 연상의 누나팬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했다. 그렇게 여심을 자극하던 박기혁도 어느덧 35세의 노장이 됐다. 한 때 부산을 열광시켰던 박기혁이 2015 시즌 멋지게 부활해 수원팬들도 사로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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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T 위즈 박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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