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셰프' 포스터

'아메리칸 셰프' 포스터 ⓒ 누리픽쳐스

칼 캐스퍼(존 파브로 분)는 재력가 아내(소피아 베르가라 분)와 이혼한 요리사다. 자신이 근무하는 레스토랑 매니저(스칼렛 요한슨 분)와 로맨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일하던 그는 자신의 요리에 대해 혹평한 파워 블로거 겸 요리 비평가(올리버 플랫 분)에 대한 분을 참지 못하고 트위터로 악담을 퍼부었다. 문제는 SNS에 문외한인 칼은 자신이 남긴 메시지가 수십만 명의 사용자들에게 모두 전달될지는 미처 몰랐던 것. 

이 일로 인해 업소 사장(더스틴 호프먼 분)과 갈등을 빚고 이후 레스토랑을 다시 찾은 비평가에게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다.  결국 식당을 떠난 그는 이 일로 인해 다른 업소 취업도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하는데...

전처는 칼에게 그가 처음 요리사로서 이름을 얻기 시작했던 마미애미로 아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올 것을 제안하며 그곳에서 푸드트럭을 통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도록 도와준다. 일류 요리사 자리에서 하루 아침에 추락한 칼은 과연 다시 재기할 수 있을까?

SNS라는 소재에 요리와 인생, 사랑 적절히 녹여내

 '아메리칸 셰프'의 한 장면

'아메리칸 셰프'의 한 장면 ⓒ 누리픽쳐스


<아메리칸 셰프>는 블록버스터 영화 <아이언맨> 1,2편과 <카우보이 & 에일리언>을 연출한 존 파브로 감독의 최신작이다. 그동안 그가 만들었던 작품들은 제작비 1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흥행작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영화는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보일 수 있다. 게다가 잘생긴 용모와는 전혀 거리가 먼 그가 직접 주연까지 맡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원래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연예계에 입문했고, 역시 코미디 영화 <엘프>(2003년)로 감독으로서 첫 성공을 맛봤던 전력을 고려하면 오히려 소소한 에피소드 위주의 코믹·드라마 <아메리칸 셰프>를 연출한 건 그로선 제법 잘 어울리는 옷을 입은 셈이다.

영화 자체의 기본 골격은 그동안 우리가 흔히 봐왔던 이야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잘 나가던 인물이 한순간에 추락하지만, 주변 가족과 동료의 도움을 거쳐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하고 마침내 성공한다는... <아메리칸 셰프>는 깔깔대며 큰 웃음 짓는 코미디물은 아니지만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로선 무난한 완성도를 지녔다.

특별할 것 없는 소재지만 최근의 화두인 트위터와 유튜브 등 각종 SNS, 인터넷 서비스를 접목시켜 아기자기한 내용으로 풀어내면서 감독은 그 과정 속에서 요리와 인생,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적절히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극의 중반 이후 로드 무비 형식의 진행을 통해 부자간의 돈독한 애정도 키워나간다. 더불어 극의 요소 요소마다 울려퍼지는 흥겨운 쿠바·라틴 리듬의 음악들은 적절한 양념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아이언맨> 시리즈를 통해 친분을 쌓아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 그리고 노장 더스틴 호프먼이 출연하지만 '특별 출연'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대신 그의 전처 역을 맡은 인기시트콤 <모던 패밀리>의 소피아 베르가라, 레스토랑을 떠난 칼을 따라 험난한 길을 나선 동료 마틴 역을 맡은 토니 레귀자모는 나름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뒷받침한다.

특히 깜찍한 용모와 재기발랄한 방식의 SNS 홍보로 아버지의 푸드트럭 성공에 일조한 아들 역의 엠제이 앤소니는 차세대 아역스타로 주목해도 좋을 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한편 영화 속 중요한 사건이기도 한, 파워 블로거에게 독설을 퍼붓는 칼의 모습은 어떤 의미에선 자신의 영화에 대해 비난하는 영화 비평가들에게 내뱉고 싶은 존 파브로의 솔직한 심정이 아닐까? 올 연말 그는 디즈니와 손잡고 또 한번 블록버스터 대작인 <정글북>을 내놓을 예정이다.

<보너스>
'맛'을 담은 영화들

 `줄리 & 줄리아`의 한 장면

`줄리 & 줄리아`의 한 장면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1) <줄리 & 줄리아(Julie & Julia, 2009)>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의 각본을 썼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등 독특한 감성의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한 노라 에프론 감독(1941~2012)의 유작이다. 전통 프랑스 요리를 미국 가정에 보급하는 데 일조한 요리 연구가 줄리아 차일즈(메릴 스트립 분), 줄리아를 존경하는 평험한 직장인 주부이자 요리 블로거 줄리 파웰(에이미 아담스 분)의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온 인물들의 실화를 동시에 담아낸 독특한 구성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스미소니언 박물관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재즈 명곡 '타임 애프터 타임(Time After Time)'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찡하게 울린다.

(2) <사랑의 레시피(No Reservations, 2007)>

<샤인> 스콧 힉스 감독의 2007년작으로  독일 영화 <Mostly Martha>(2001)를 리메이크했다.  뉴욕 맨하탄의 나름 잘 나가는 셰프 케이트(캐서린 제타 존스 분)에게 갑작스런 비극이 찾아온다. 그녀의 언니와 형부가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 것. 언니의 유언에 따라 어린 조카(아비게일 브레슬린 분)을 맡아 키우지만, 일에 바쁜 나머지 번번히 실수만 저지르고 조카와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여기에 그녀에게 '꼬리치는' 괴짜 신참 니콜라스(애론 애크하트 분)의 등장도 눈의 가시거리다. 요리는 능숙하지만 사랑에는 서툰 케이트는 과연 이 두가지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원작에 비해 비평가들의 반응은 썩 좋지 못했지만 흥행은 비교적 성공했다.

(3) <라따뚜이(Ratatouille, 2007)>

화려한 색감과 군침도는 프랑스 요리의 대향연. 그동안 요리의 세계를 다룬 영화는 수없이 많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가 지난 2007년 선보인 <라따뚜이>는 요리하는 생쥐 레미의 좌충우돌 모험담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경쾌한 터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인크레더블>(2004)로 대성공을 거둔 브래드 버드 감독은 이 작품 이후 실사 연출로 자리를 옮겨 액션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를 만들었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아메리칸 셰프 존 파브로 스칼렛 요한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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