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방송연예대상' 유재석, 무한한 대상 후보! '무한도전'의 유재석이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MBC 방송연예대상' 레드카펫에서  '무한도전'을 외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MBC 방송연예대상' 유재석, 무한한 대상 후보! '무한도전'의 유재석이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MBC 방송연예대상' 레드카펫에서 '무한도전'을 외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만약 상에도 '품격'이 있다면, 그 품격을 결정짓는 것은 바로 수상자 본인일 것이다. 비록 작은 상이라도 고맙게 생각하고 감격해 한다 충분히 감동적인 상이 될 것이고, 아무리 좋은 상이라 할지라도 수상자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 안준 것만 못한 상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KBS와 MBC에서 연거푸 연예대상을 수상한 유재석을 보자.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박수를 보내는 까닭이 무엇일까? 단순히 '대상'이라는 최고 영예 때문에 유재석이 빛나는 것일까? 아니면,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았다는 만족감 때문일까.

둘 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재석의 대상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수상자 본인이 연예대상의 품격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는 대상을 수상한 직후 그의 소감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워낙 대상을 자주(12번) 수상한 까닭에 이제는 그 감동이 폭이 줄어들 법도 하건만, 유재석은 자신이 이름이 호명된 순간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생각하고, 그럼에도 이렇게 큰 상을 준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한 것이다.

특히 29일 진행된 2014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는 연기자들보다 더 고생하는 스태프들에게 대상의 영광을 돌렸고, 시청률 저조의 이유로 코미디 무대를 잃은 후배들을 위해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예능의 뿌리는 코미디"라고 강조하며, 어려운 상황에 처한 후배들을 챙기는 그의 모습에서 '대상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도마 위에 오른 <라디오스타> 작가 수상소감...왜?

 mbc 연예대상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태희 작가.

mbc 연예대상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태희 작가. ⓒ mbc


반면, 이날 MBC 예능 스태프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상을 받은 <라디오스타> 김태희 작가의 수상소감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작가는 상을 받은 후 "정형돈 오빠의 고백을 거절했던 것은 미안하다"고 털어놓거나, 음주운전 이후 자숙 중인 노홍철을 언급해 경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실 그의 수상소감이 생방송을 고려하지 않은 채 3분이 넘을 정도로 지나치게 길어졌다는 점, 노홍철과 정형돈의 실명을 거론하며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 등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불쾌하게 느꼈을 수도, 연예대상 수상자로 나선 이가 언급할 성질의 이야기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솔함에 대한 지적치고는 김태희 작가를 향한 비난 수위는 다소 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진짜 문제는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로서의 의식이 느껴지지 않았고, 다른 작가를 대표한다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데 있다. 사실 이 상의 의미는 오늘도 현장의 일선에 서서 고생하는 수많은 스태프와 이름 없는 작가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시상한 측면이 크다. 그렇다면 연예인과의 친분, 에피소드를 늘어놓기보다는 방송작가의 대표자로서 조금은 더 책임감 있는 발언을 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만약 김태희 작가가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열악한 처우 속에서도 묵묵히 할 일을 해나가는 수많은 방송 작가들의 현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격려를 보냈더라면, 그가 수상한 작가상의 품격은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 작가 또한 민폐 수상자라는 오명 대신 '개념 작가'라는 칭찬을 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태희 작가 라디오스타 유재석 연예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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