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투수 3명은 총 31승을 합작했다(1승 후 퇴출된 브랜든 나이트 포함). 하지만 나머지 토종 선발 투수들의 승리합은 고작 21승에 불과했다. 토종 선발이 약한 넥센은 포스트시즌에서도 3선발 체제를 가동했고 이는 결국 불펜의 과부하로 이어졌다.

 

내년 시즌에도 넥센의 과제는 앤디 밴 헤켄과 라이언 피어밴드를 이을 토종 선발투수를 발굴하는 것이다. 2년 연속 홀드왕에 빛나는 검증된 불펜투수 한현희를 선발로 변신시키는 것도 '토종선발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사실 넥센은 일찌감치 토종 선발 투수의 발굴에 힘을 쏟고 있었다. 이미 올 시즌 1군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투수도 미래를 바라보고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시키기도 했다. 내년 시즌 도약을 노리는 우완투수 하영민이 그 주인공이다.

 

입단 직후부터 선발 투수로 키워진 하영민

 

하영민은 진홍고 2학년이던 지난 2012년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까지 차지했다. 진흥고의 대통령배 우승은 지난 2001년 이후 무려 11년 만이었는데 당시 진흥고의 에이스가 바로 김진우(KIA타이거즈)였다.

 

하지만 윤대영(NC다이노스)과 홍성은(동국대) 등 3학년들의 졸업 이후 하영민의 팀 내 비중은 더욱 커졌다. 하영민은 작년 주말리그에서 16경기에 등판해 103이닝을 소화하며 진흥고의 마운드를 홀로 이끌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하영민의 고3 시절 피안타율이 .201, 평균자책점이 0.87에 불과했음에도 팀이 워낙 약했던 탓에 승률은 5할(6승7패)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 게다가 180cm 63kg이라는 왜소한 체격도 약점으로 꼽히면서 효천고의 차명진에게 밀려 연고팀 KIA로부터 1차지명을 받지 못했다.

 

2차 1라운드(전체 4순위)로 넥센에 지명된 하영민은 입단 초기부터 철저하게 선발 투수로 키워졌다(염경엽 감독은 선발 후보군과 불펜 후보군을 엄격하게 구분해 '맞춤형 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즌 개막 후 퓨처스리그에서 2경기에 출전했던 하영민은 4월1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렀고 5이닝 1실점의 준수한 투구로 승리투수가 됐다. 1군 데뷔전을 선발로 치르고 또 그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사례는 하영민이 프로야구 역사상 6번째였다.

 

하영민은 5월까지 3승2패 5.18을 기록하며 넥센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는 듯 했다. 하지만 6월부터 체력적인 약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7월31일 한화전을 마지막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후 하영민은 퓨처스리그 등판도 없이 3승5패 7.22의 성적으로 조용히 시즌을 마감했다.

 

체중과 구속 늘리면 2015년 선발 경쟁 가능

 

하영민의 2014년은 한마디로 프로의 매운맛을 제대로 느낀 시즌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하영민은 여전히 뛰어난 제구력과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실제로 하영민의 9이닝 당 볼넷은 4.04개로 신인으로는 비교적 준수한 편이다.

 

하지만 시속 140km 초반에서 형성되는 공의 위력으로 타고투저 시즌을 견뎌내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하영민은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을 때 .403라는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하영민은 올 시즌 9개의 피홈런을 기록했는데 그 중 8개를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맞았다.

 

부드러운 투구폼과 뛰어난 제구력은 하영민이 가진 커다란 장점이다. 하지만 그리 큰 위력이 없는 속구 구위가 너무 깨끗하고(야구에서 투수의 공이 깨끗하다는 것은 결코 칭찬이 아니다) 주자를 내보냈을 때의 위기관리능력도 아직 미숙하다.

 

염경엽 감독의 뜻에 따라 일찌감치 시즌을 접은 하영민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런닝 등을 통해 체중을 늘리고 체력을 키워왔다. 하영민이 지금의 제구력에 구속증가까지 성공할 수 있다면 훨씬 까다로운 투수로 거듭날 수 있다.

 

내년 시즌 넥센의 선발진은 밴 헤켄과 피어밴드를 중심으로 토종 최다승 투수 문성현, 포스트시즌 3선발 오재영, 선발로 변신하는 한현희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성현과 오재영은 잦은 부상으로 플타임을 소화한 시즌이 많지 않고 한현희의 선발 변신 역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렇게 불안요소가 가득한 선발진에서 올 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하영민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하영민이 내년 스프링캠프를 통해 '체중과 구속 증가'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야겠지만 말이다.

2014.12.26 21:36 ⓒ 2014 OhmyNews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하영민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