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덤 앤 더머 투>의 한 장면. 제프 다니엘스(오른쪽), 짐 캐리

영화 <덤 앤 더머 투>의 한 장면. 제프 다니엘스(오른쪽), 짐 캐리 ⓒ (주)에이블엔터테인먼트


1994년 세계 영화팬들에게 '웃음 폭탄'을 투하했던 <덤 앤 더머>가 20년 만에 속편으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왔다. 

'특수 헤어젤'(?)이 등장했던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998), 2개의 흔들리는 자아가 그려낸 폭소탄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2000), 콩깍지 씌인 남성의 눈물겨운 연애담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2001) 등 '미국식+화장실 유머'를 버무린 독특한 영화들을 선보였던 패럴리 형제의 데뷔작이었던 <덤 앤 더머>는 <마스크>로 스타덤에 오른 짐 캐리(로이드 역)의 인기를 더욱 드높인 작품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극 중 로이드의 단짝 친구 해리 역을 맡았던 제프 다니엘스에게는 상대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이 덜 집중되어 왔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펼쳐왔지만 짐 캐리 마냥 세계 박스오피스를 강타한 영화 출연과는 거리가 멀었던 탓에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영화팬들의 숫자는 아무래도 적을 수 밖에 없었다.

할리우드 연기파 신예로 데뷔...<덤 앤 더머>로 스타덤 

 '덤 앤 더머' DVD 표지

'덤 앤 더머' DVD 표지 ⓒ 워너브러더스엔터테인먼트


10대 후반부터 연극무대를 통해 연기력을 쌓아왔던 제프 다니엘스는 20대 후반 일찌감치 할리우드에서 신예 배우로 주목받았다. 1983년 아카데미 주요 5개 부문을 수상한 화제작 <애정의 조건>에서 주인공 데브라 윙거(엠마 역)의 남편 플랩 역으로 처음 비중 있는 배역을 따냈고 1985년 거장 우디 알렌의 <카이로의 붉은 장미>에선 흑백과 칼라 화면을 오가는 1인 2역(길/톰 역) 연기로 생애 첫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이듬해엔 조나단 드미 감독의 <썸씽 와일드>(1986)를 통해 또 한번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같은해 개봉된, 잭 니콜슨과 메릴 스트립의 열연이 빛났던 <제2의 연인>에도 출연해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30대의 끝자락이던 1994년, 그는 두 편의 할리우드 흥행작에 출연하며 뒤늦게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의 출세작이기도 한 <스피드>, 그리고 <덤 앤 더머>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두 영화 속 배역 이름이 공교롭게도 '해리'였다)   

특히 <덤 앤 더머>는 '바보+콤비' 코미디의 교과서적인 작품으로 사랑을 받았고, 국내 개그맨들에게도 상당부분 영향을 끼치는 데 기여했다. 그 후로도 <머나먼 여행> <101 달마시안> <플레전트빌> 등 다양한 영화 속에서 인상적인 역할들을 맡으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갔다. 

슬럼프, 그리고 <뉴스룸>으로 제2의 전성기

 TV 시리즈 '뉴스룸' 포스터

TV 시리즈 '뉴스룸' 포스터 ⓒ HBO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선 생애 세 번째 골든글로브 후보 지명을 받은 <오징어와 고래> <굿나잇 앤 굿럭>(2005) <어 웨이 위 고>(2009) 정도 외엔, 제프 다니엘스는 딱히 연기력을 평가할 만한 비중있는 배역, 작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모습을 인기 영화 속에서 찾긴 더더욱 힘들어졌다.   

고 로빈 윌리엄스와 손잡고 오랜만에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던 < RV >(2007)는 최악의 결과물을 낳았고, 악역으로 연기 변신에 나섰던 <룩아웃>(2007), 자신의 신분을 숨긴 성격 괴팍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출연했던 <앤서맨>(2008)은 흥행 실패로 이어졌다.  

어느덧 그냥 잊혀진 예전 배우 중 한명이 될 법도 했지만 제프는 연극 <대학살의 신>(2009/2년 후 조디 포스터 주연으로 영화화)으로 토니 어워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2년에는 HBO의 10부작 미니시리즈 <뉴스룸>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맛 볼 수 있었다.     

성격은 까탈스럽지만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에 불타는 앵커 윌 맥어보이는 21세기 언론인이 반드시 갖춰야할 자세를 잘 보여준 모범 답안 같은 캐릭터였다.(특히  "미국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인 이유"에 "그렇지 않다"고 용기 있게 대답하던 파일럿 편의 첫 장면은 미드 팬뿐만 아니라 국내 언론인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이 역은 제프 다니엘스의 명연기가 어우러지며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고, <뉴스룸>으로 그는 지난해 생애 첫 에미상 트로피를 거머줬다.

그리고 2014년 11월, 제프 다니엘스는 20년 만의 속편 <덤 앤 더머 투>로 또 한 번 이미지 변신에 나선다. 코미디 장르에 치중해왔던 배우가 아닌 탓에 다시 '바보 연기'를 한다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터. 일단 미국 개봉과 동시에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팬들은 오랜 기간 철없지만 밉지만은 않은 로이드 & 해리의 귀환을 환영했다.

이 기세를 몰아 제프 다니엘스는 내년에 거장 리들리 스코트 감독 연출, 맷 데이먼 주연의 SF물 <마르샨>을 통해 오랜만에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비중있는 배역을 맡아 출연할 예정이다.

비록 화려한 명성의 할리우드 스타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는 적어도 출연작과 연기에 대한 기대감만큼은 여타의 명배우 못잖은 연기자였다. <뉴스룸>, <덤 앤 더머 투>로 뒤늦게 맞이한 제2의 전성기, 연기자로서의 진가가 더 많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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