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월화드라마 <유나의 거리>가 11일 종영했다.

JTBC 월화드라마 <유나의 거리>가 11일 종영했다. ⓒ JTBC


올해 5월 19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유나의 거리>가 흐뭇한 종영을 맞이했다. 월화드라마 치고는 꽤 긴 호흡인 50회를 채우고 뒷심까지 발휘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주에는 케이블계의 인기 고지선인 시청률 3%를 넘어서는 기록까지 세웠다.

<유나의 거리>는 1994년 최고시청률 48.7%를 기록한 <서울의 달> 김운경 작가의 작품이다. 젊은이들의 방황과 좌절을 통해 삶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그 기본 플롯을 2014년 판으로 재구성했다. 무공해 양심 청년 김창만(이희준 분), 반대로 매사에 부정적이고 불량한 소매치기 유나(김옥빈 분). 이 둘이 만나 유나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사랑과 힐링의 드라마는 아니었다.

드라마의 중심소재, 유나의 직업 '소매치기'

유나는 소매치기다. 그녀를 보는 주변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우리에게 투과시킨다. 자신이 다른 유나일수도 있으면서 다른 잣대를 대고 있는 모습. 현실의 우리 일상의 색안경에 시선을 주목시킨다. 자신도 모르게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 부조리한 편견이 내안에 내재되어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드라마는 소매치기라는 유나의 직업을 통해 우리뿐 아니라 세상의 더 큰 도둑들을 조롱했다.

유나는 재혼으로 삶이 넉넉해진 자신의 엄마를 만나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날 기회를 갖는다. 그녀도 자신의 신분이동을 잠시 즐겼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갈 곳을 알고 있었다. 태생적으로 그녀에게 그 환경은 어울리지 않으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간 곳은 바로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의 공존의 거리였다. 이 드라마는 이렇게 '거리'와 '공존'의 삶이라는 평범한 이야기를 풀어 갔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거리에 나앉아도 이상할 것 없는 그들의 삶

<유나의 거리>에는 유나 이외의 삶들이 존재했다. 제목의 '거리'라는 단어는 중의적인 의미 가진다. 지금 당장 '거리'에 나앉아도 이상할 것이 없는 사람들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그런 비감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어둡지 않고 따스함이 섞여있으나 드라마는 내내 그 불편함을 우리에게 각인시켰다. 그들은 때론 벌금을 갚을 형편이 안 되어 교도소에 자진입소하기도 하고, 자신의 사랑을 위해 몰래 도주하기도 한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소매치기를 하는 유나나 자신의 몸을 이용해 먹고 사는 미선도. 제목처럼 언제든 거리에 나앉아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들이었다.

등장인물 중엔 삶이 안정되어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도끼 할아버지 장노인(정종준 분)은 조폭의 어두운 말로를 보여주고, 전설적인 소매치기였던 유나의 아버지 강복천(임현식 분)은 교도소에서 자신의 손에 자해를 해가며 비참한 생을 마감한다. 주인공 강유나 또한 소매치기의 불안 불안한 삶을 살아간다. 또 다른 주인공 김창만 역시 드라마 초기엔 뚜렷한 직업이나 돈도 없이 허름한 빈 건물에서 지내다 우연히 유나를 만나게 된다. 게다가 유나에게 돈까지 빌리는 한심한 장면까지 보여주었다.

극은 이런 식으로 등장인물들의 위태로운 삶을 묘사한다. 후배 조폭에게 협박당하는 한만복(이문식 분)과 밴댕이(윤용현 분)를 등장시키기도 하고, 변칠복(김영웅 분)과 엄혜숙(김은수 분)처럼 정상적이지 않은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홍여사(김희정 분), 봉달호(안내상 분), 박양순(오나라 분), 홍계팔(조희봉 분), 김미선(서유정 분), 김남수(강신효 분), 윤지(하은설 분)등 자신만의 사연이 없는 캐릭터는 없다. 다들 위태롭고 불안 불안하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형상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가진 것 없는 그들이 가진 무기, '사람'과 '공존'

어둡지만 따스한 파스텔 톤의 그들의 삶. 그들은 공존으로 인해 삶이 가능하다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한심하기도 하고 불법적이기도 하며 세상에 적응력이 떨어져 보이는 그들은 가진 것이 없지만 주변엔 항상 사람들이 있다. 자신들도 힘겨운 삶에서 창만을 통해 주위를 살펴보기 시작한다. 공존하면서 그들의 삶은 어두움이 조금씩 걷힌다. 더불어 자신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을 찾아나간다. 바로 자신들이 가진 사람들과 공존하며.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나오는 이 드라마가 이렇게 행복한 이유는 바로 사람들과의 공존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존의 모습은 그들을 차갑게 대하는 현실에 날릴 수 있는 유일한 주먹이다. 만복이 후배 깡패에게 협박당할 때 무능력한 쓰레기더미 취급받던 도끼 할아버지가 자기 일처럼 해결해주는 모습은 물론, 유나의 엄마가 협박당할 때도 이들은 공존의 무기를 사용해 이겨낸다.

항상 그 중심엔 모범청년 창만이 있다. 그는 현실의 박애주의자처럼 묘사되지만 어쩌면 우리가 잊고 사는 친절한 주변의 형, 동생의 모습일 수 있다. 드라마는 현재 우리에게 그런 형, 동생이 필요하며 당장 내 자신이 그렇게 변해야 하는 절박한 필요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공존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의 처참한 모습들

올해 초에 '송파구 세모녀 자살사건'이 있었다. 그들의 위태롭고 어려운 형편에도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은 미치지 않았다. 지난 달 30일 '엄마하고 먼저가요. 서운해 하지 마세요'라는 어린 중학생이 남긴 유서를 발견하고 아빠마저 뒤따라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빚더미 시달린 인천 가족 3명 자살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처참한 현실의 사건들은 우리들을 드라마 속에서 빠져나오게 한다.

드라마는 새로운 이별을 맞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들의 어두운 마음을 환기시켜준다. 기초생활수급비가 나오면 고마운 사람들에게 술 한 잔 사던 할아버지, 그 초라한 노인과 작별하는 사람들의 눈물. 도끼 할아버지의 떠남과 창만의 이별은 그들에겐 공존을 깨는 이 드라마의 하나의 장치이다. 만복의 눈물이 그들의 공존이 없는 삶을 암시해주는 듯하다. 하지만 그들의 삶의 모습은 어둡지 않다. 다들 새로운 공존의 모습을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나의 공존이 깨져도 사람이 있는 새로운 공존의 모습을 찾아 나간다.

<유나의 거리>는 차가운 현실 속에 존재하는 우리에게 사람이 존재하는 공존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해주었다. 아무것도 없고 가진 건 사람들뿐인 사람들.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진정성 있게 보여주었다. 차가운 현실에게 약하고 소외받고 천대받던 이들이 스스로 꿈을 꾸고 희망을 찾아가게 하는 방법을 보여준 이 드라마는 종영되지만 앞으로 우리들 삶에 무언의 조언을 계속하여 들려줄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리포트에도 송고됩니다.
유나의 거리 김옥빈 이희준 소매치기 김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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