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포스터

12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포스터 ⓒ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국내 단편영화제들이 여럿 있지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이하 '아시아나영화제')가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단편에만 집중하는 몇 안 되는 국제영화제이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이란 든든한 대기업이 후원하면서 영화제의 안정을 떠받치고 있고, 아시아나 항공은 기내상영을 통해 단편영화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판권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단편영화 감독들에게 적잖은 힘이 되고 있다.

단편영화는 미래의 거장 감독을 꿈꾸는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송일곤 감독이나 류승완 감독, 민병훈 감독 등은 단편영화를 통해 처음 주목받았다. 유명 영화제들이 단편에 공들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극장 개봉과는 거리가 있는 탓에 가장 중요하면서도 일반 관객들에게 크게 주목을 받기는 쉽지 않다. 이를 대기업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영화에 있어 다행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좋은 조건에서 자신의 영화를 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필수 조건이다.

새로운 시각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작품 선정

 12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개막식이 6일 저녁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렸다, 안성기 집행위원장이 영화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영화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12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개막식이 6일 저녁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렸다, 안성기 집행위원장이 영화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영화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 성하훈


국내 단편영화제에서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12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7일 광화문 예술영화관 씨네큐브에서 배우 유준상과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 김네모 기자의 사회로 막을 올렸다.

개막식에는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과 임권택 감독, 정지영 감독, 박찬욱 감독, 민병록 영화평론가협회장, 배우 문성근, 조민수, 고수, 한예리 등 국내외 영화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손숙 이사장은 개막식 인사말을 통해 "10년을 거치면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며 "영화제를 후원해주신 박삼구 회장과 영화인들,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안성기 집행위원장 역시 "영화제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신 국내외 영화인들과 기타 관계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하고 "올해는 국내외에서 4215편이 출품을 신청해 출품작 기록을 갱신했다"며 영화제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거듭 고마움을 나타냈다.

안성기 집행위원장 말대로 올해 아시아나영화제는 출품작 수가 4000편을 넘기며 한층 높아진 위상을 과시했다. 지난해 104개국에서 3959편이 출품했다면 올해는 109개국에서 4215편이 출품했다. 10회를 넘긴 이후 출품작 수가 크게 증가하는 모습이어서 질적으로 양적으로 영화제의 비중이 커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중에서 본선 경쟁인 '국제경쟁'에 선정된 작품은 37개국 56편이다. 출품작의 1.3%에 해당하는 작품만이 선택받은 것으로 평균 75:1의 경쟁률을 보였다. 본선 진출 자체가 수상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 중에서 한국 감독들의 작품은 5편에 불과하다. 국내 작품들에서는 '국내경쟁'을 통해 따로 경쟁하는데 이 역시 792편중에 10편만이 선정됐다.

아시아나영화제 측은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면서 "다양한 형식의 장르적 특징을 잘 살린 웰메이드 단편부터 현재 전 세계가 공감할 만한 주제를 가진 단편들이 망라됐다"고 밝혔다.

본선 진출 경쟁이 치열했던 '국제경쟁'에 오른 한국 감독 작품 중에는 최주용 감독의 <파이어드>와 소준문 감독의 <애타는 마음>이 눈에 띈다.

최주용 감독은 첫 단편 <소꿉놀이>로 로카르노영화제에 진출했고, 다음 작품이었던 <밀청>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인디포럼 경쟁 부문에 올랐었다. 세 번째 작품인 <파이어드>가 아시아나영화제에 본선에 진출하면서 자연스레 주목받고 있다. 소준문 감독은 성소수자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에 출연했고, 극장 개봉했던 퀴어영화 < REC 알이씨 >를 연출했다. 이번에는 단편으로 치열한 예심경쟁을 통과해 관심을 끌고 있다.  

배우 문소리 감독 데뷔작에서 고수·문채원 출연 단편까지

 고수와 문채원이 주연으로 출연한 강제규 감독의 단편 <민우씨 오는 날>의 한 장면.

고수와 문채원이 주연으로 출연한 강제규 감독의 단편 <민우씨 오는 날>의 한 장면. ⓒ 미로비젼


경쟁 작품들 외에 유명감독들과 배우들의 단편을 볼 수 있는 것 또한 아시아나영화제의 매력이다. '시네마 올드앤뉴' 섹션에서는 올해 세상을 떠난 프랑스 영화의 전설 알랭 레네 감독의 초기 다큐멘터리가 1회 특별 상영된다. 또한 <문 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슨 감독, <12 몽키스> 테리 길리엄 감독이 만든 단편영화도 소개된다.

유명 배우들 작품 중에는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이안 맥컬런이 출연한 <디 에그 트릭>과 장쯔이가 출연한 콜드플레이의 뮤직비디오 <매직>이 공개된다. 

국내 감독으로는 강제규 감독이 최근 제작한 <민우씨 오는 날>과 문소리 배우의 감독 데뷔작 <여배우>가 선보인다. <민우씨 오는 날>은 한국전쟁 당시 남편과 헤어진 아내의 사연을 담은 영화로 고수와 문채원이 주연으로 출연한 단편인데, 오늘 12월 18일 극장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이밖에 멕시코 단편영화 10편이 특별전으로 상영되고 일본 최대 국제단편영화제인 숏쇼츠필름페스티벌에서 주목받은 일본 단편 7편도 소개될 예정이다. 다양한 국내외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영화를 갈망하는 관객들에게 좋은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개막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는 11일까지 6일 동안 광화문 씨네큐브와 인디스페이스에서 개최된다. 부대행사로 인기가 높은 국내 주요영화인 소장품 경매는 9일 17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안성기 씨네큐브 문소리 민우씨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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