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두 팀이 가을야구의 마지막 관문에서 만났다.

네드 요스트 감독이 이끄는 아메리칸리그의 캔자스시티 로얄스와 브루스 보치 감독이 이끄는 내셔널리그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오는 22일부터 7전4선승제로 열리는 2014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한다.

공교롭게도 양 팀은 각 리그의 와일드카드로 가을야구 무대에 나가 쟁쟁한 지구 우승팀들을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와일드 카드끼리의 월드시리즈 대결은 지난 2002년(샌프란시스코 vs. 애너하임 에인절스) 이후 12년 만이다. 홈경기 이점은 올스타전에서 승리한 아메리칸리그의 캔자스시티가 갖는다.

[캔자스시티 로얄스] 가을의 기적,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완성한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이 일어났다. 1985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월드시리즈는커녕 포스트시즌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했던 아메리칸리그의 '동네북' 캔자스시티가 수많은 명문팀을 제치고 29년 만의 가을야구에서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은 것이다.

월드시리즈까지 올라오는 과정 역시 압도적이면서도 극적이었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1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캔자스시티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단판승부를 시작으로 파죽의 8연승을 달렸다. 그 중 4승이 연장승부였을 만큼 매 경기 야구팬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사실 캔자스시티에는 클레이튼 커쇼(LA다저스)나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매리너스)같은 특급 에이스는 없다. 대신 캘빈 에레라, 웨이드 데이비스, 그렉 홀랜드로 이어지는 막강한 우완 불펜 3인방이 버티고 있다. 8경기 중 6경기나 됐던 2점차 이내 승부를 모두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세 선수의 포스트시즌 성적은 2승 6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1.05. 그야말로 '환상적'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놀라운 성적이다. 게다가 이들은 8경기 연속 등판 이후 5일의 꿀맛같은 휴식일을 가졌다. 캔자스시티를 상대로 6회까지 리드를 잡지 못한다면 샌프란시스코의 승리 가능성은 뚝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타선에서는 자체생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포수 살바도르 페레즈부터 1루수 에릭 호스머, 3루수 마이크 무스타카스, 좌익수 알렉스 고든, 지명타자 빌리 버틀러까지 모두 캔자스시티에서 빅리그 생활을 시작해 수년간 함께 뛰고 있다. 그만큼 공수에서 호흡이 잘 맞는다는 뜻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돋보이는 캔자스시티 선수는 단연 중견수 로렌조 케인이다. 올해 생애 첫 가을야구를 경험하고 있는 빅리그 5년 차 케인은 8경기에서 타율 .353 4타점 9득점 2도루로 맹활약하고 있을 뿐 아니라 드넓은 수비 범위로 매 경기 그림 같은 호수비를 쏟아내고 있다.

올해 가을야구에서 패배를 모르고 질주하고 있는 캔자스시티는 오히려 과한 자신감이 가장 큰 적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에는 7연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던 콜로라도 로키스가 월드시리즈에서 거짓말 같은 4연패로 창단 첫 우승이 좌절된 바 있다.

캔자스시티가 2007년 콜로라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8연승의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도전자의 자세로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월드시리즈 1차전을 책임질 캔자스시티의 선발 투수는 '빅게임 제임스'라는 별명을 가진 제임스 실즈(14승8패 3.21)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짝수 해의 거인은 아무도 두렵지 않다

한두 번은 우연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다. 하지만 그 우연이 3번이나 반복된다면 그것은 하나의 법칙이 된다. '짝수 해의 자이언츠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는 공식이 그것이다.

2010년과 2012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에 오르며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던 샌프란시스코는 와일드카드로 가을야구에 나선 올 시즌에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맷 케인과 앙헬 파간, 마르코 스쿠타로 등 주축 선수가 대거 이탈해도 짝수 자이언츠의 위력은 여전했다.

자이언츠가 강해진 시점은 안방을 책임지는 간판스타 버스터 포지의 빅리그 등장과 일치한다. 샌프란시스코는 포지가 리그 신인왕을 차지한 2010년 연고지 이적 후 첫 우승을 차지했고 포지가 MVP에 오른 2012년 또다시 월드시리즈 반지를 획득했다.

포지는 올 시즌에도 타율 .311 22홈런 78타점을 기록하며 샌프란시스코의 간판타자로 활약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도 샌프란시스코 팬들이 가장 믿는 구석은 바로 공수에서 자이언츠를 이끌 만 27세의 리더 포지다.

샌프란시스코가 캔자스시티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선발진, 그 중에서도 매디슨 범가너와 제이크 피비가 이끄는 원투펀치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생애 최다인 18승을 올린 범가너는 포스트시즌에서도 2승1패 1.11의 짠물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피비의 반전도 놀랍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에 선보이던 위력적인 구위를 잃고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던 피비는 올 시즌 중반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한 후 6승4패2.17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포스트시즌 성적도 1승 1.86으로 매우 훌륭하다.

무엇보다 샌프란시스코의 최대강점은 지난 4년 동안 두 번이나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던 풍부한 단기전 경험이다. 29년 만에 올라온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잔뜩 들떠 있을 캔자스시티를 상대로 냉정하게 경기를 풀어간다면 시리즈는 의외로 쉽게 끝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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