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이서진-옥택연, 도시남들의 농촌 동거동락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 tvN <삼시세끼> 제작발표회에서 이서진과 옥택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의 공동명의 명패가 눈길을 끈다.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를 담은 <삼시세끼>는 도시적인 두 남자 이서진과 옥택연이 강원도 시골 마을에서 좌충우돌하며 삼시 세 끼를 해결하는 요리 예능 프로그램이다. 17일 금요일 밤 9시 50분 첫방송.

'삼시세끼' 이서진-옥택연, 도시남들의 농촌 동거동락. ⓒ 이정민


나영석 피디와 제작진이 <꽃보다> 시리즈를 내세운 이후 공중파 등 유수 방송사도 연예인들과 함께 해외로 떠났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등장한 MBC <7인의 식객>이나 SBS < SNS 원정대 일단 띄워> 등은 이제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꽃보다> 시리즈만이 버전을 달리하며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삼시 세끼>도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이미 KBS <해피 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농촌 집을 빌려 사계절을 나겠다는 시도를 했다. tvN <삼촌 로망스>에서도 이미 양상국, 양준혁, 강레오를 시골에 보내 생활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똑같이 시골에 가서 시골 집을 빌려 생활하는 건데 심지어 한 술 더 떠서 밥만 먹겠다는 건데도 <삼시 세끼>는 묘하게 웃기다.

나영석 피디의 신의 한수는 적절한 출연진의 섭외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이미 <꽃보다 할배>에서 투덜거리면서도 늘 제 몫을 해내는 이서진이란 기막힌 캐릭터를 놓치지 않았다. 농촌 예능에 출연한 연예인들은 지금까지 대부분 그 삶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귀농,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며 농촌에서의 생활을 유토피아처럼 받아들일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삼시 세끼>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이서진은 농촌에서의 삶을 부장한 것.

이서진은 유기농이 싫고, 조미료가 좋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좋은 환경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다는 이 시대의 트렌드를 그는 정면으로 거부한다. 그런 그가 농촌에 들어갔다. 농촌의 삶에 대해 그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는 도시인의 농촌 라이프는 곧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재미를 선사한다. 대부분의 도시인들이 반나절 만에 농촌 생활을 불편하게 느낄 현실감을 충분히 구현해냈다.

<꽃보다 할배>에서처럼 이서진은 투덜대면서도 맡은 일은 꾸역꾸역 다 해냈다. <삼시 세끼>에서 많은 일을 해낸 사람은 화분에 뿌린 씨앗을 정성스레 키워오며 열의를 보인 택연이 아니라 이서진이었다. 뭐든 대충 하는 듯하지만 택연이 불을 피우겠다며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궁시렁 대며 몇 번을 오가며 벽돌을 날라 아궁이를 만드는 식이다.

이서진과 대비되는 택연의 캐릭터도 양념 같은 요소다. 지난해 12월 KBS <인간의 조건> '스트레스 없이 살기' 편에 합류한 적 있는 택연은 <삼시 세끼>에서 실속 없고 허당인 '빙구' 캐릭터를 잡았다. 멀쩡한 외모지만 이서진과 대비되는 성격을 통해 재미를 준다.

달래 요리를 할 줄 몰라서 뿌리는 놔둔 채 줄기만 떼어 오고, 수수를 타작할 줄 몰라 딱딱한 수수밥을 만들고, 무밥에 무채 대신 사각으로 썬 무를 넣고, 파전에 실파를 넣는 것 등은 사실 어설픈 농촌 생활에서 예상 가능한 모습들이다. 이것을 도시인 이서진과 실속 없는 택연이 함께 보이니 밥만 해먹는데도 웃기다.

도대체 세끼 밥을 해먹으면서 무슨 웃음을 만들까 싶었는데 매회 게스트를 초대해서 새로운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갈 태세다. 게스트를 초대해 그들에게 밥 한 끼를 먹일 때마다 대접하는 고기로 인해 두 출연자는 무지막지한 수수 추수 노동을 해야 한다. 고기와 농사일의 거래. 역시나 '사기꾼' 나영석 PD다운 발상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삼시 세끼 이서진 택연 나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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