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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지상이 10년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다. 이름하여 ' 책 읽어주는 콘서트: 이지상의 스파시바, 시베리아'.
 가수 이지상이 10년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다. 이름하여 ' 책 읽어주는 콘서트: 이지상의 스파시바, 시베리아'.
ⓒ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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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사회운동'의 역할을 함께 하던 노래패 '조국과 청춘'을 창단하고, '노래마을'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던 가수 이지상(49).

1998년 <사람이 사는 마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4장의 앨범을 낸 그가 주종목인 노래가 아닌 '글'로 사람들과 만났다. 시베리아 여행기 <스파시바, 시베리아>를 출간한 것.

가수가 책을 썼다?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10여 년 넘게 이지상을 만나온 기자로선 그의 출간이 치기어린 외도로 보이지 않는다. 이지상은 이미 2010년 산문집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를 통해 만만찮은 문장력을 독자에게 선보인 바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시와 노래는 하나의 몸"이라고 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노래하는 사람' 이지상의 시적인 문체가 증명한다. 아래는 <스파시바, 시베리아>의 한 부분이다.

'단 한 번의 세찬 바람이 불고 눈송이의 무게를 못 이긴 전나무 가지가 와락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나뭇가지를 부러뜨린 눈발이 다시 바람에 흩날리며 어깨를 덮는다. 내 삶에 가장 추운 날이다. 이렇게 추운 날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게 또한 꿈같다. 이제 더는 추워하지 않아도 되겠다...(후략)'

썩 좋은 시인이 밤새 공력을 들여 쓴 시에 필적하는 미려한 문장이다. 사실 이지상은 '세상의 불의를 고발하는 기자'가 되고자 대학에서의 전공도 국문과를 선택한 문학청년이었다. 그러나, 그가 학교를 다닌 1980년대는 이지상을 '순진한 문학도'나 '신문기자'가 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것은 행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시인 또는 기자의 삶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하고 가수(혹은, 노래 운동가)가 된 이지상. 그는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한다. "세상과 인간의 중심은 아픈 곳"이라고. 그 아픈 곳을 위로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이지상이 보통 사람은 1번도 가기가 쉽지 않은 시베리아를 '중독된 것처럼' 5번이나 여행한 이유는 뭘까? 분명 '아픔의 치유'를 위해서였으리라.

'겨울 바이칼. 에메랄드빛 물결을 바위보다 더 단단한 얼음으로 바꾸어놓은 시베리아의 광풍에 뜨거운 입김이 눈썹의 서리로 내려앉으면 언 손 비비며 기타를 꺼내어 낮은 목소리로 노래 한 곡쯤 부를 테다. 노래 부르다 눈사람이 되어도 좋다. 새벽 네 시. 이제 길을 나서야 한다...(후략)'- <스파시바, 시베리아> 서문 중 일부.

시인이란 추락하는 것들의 고통만을 노래해서는 안 된다. 시인은 전망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를 바꿔 말하자면, 이지상은 '닫히고 아픈 공간'인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드넓은 치유의 공간' 시베리아의 광대한 꿈, 그 작은 한 조각이라도 가져다주고자 했던 게 아니었을까. 이는 기자가 생각하는 <스파시바, 시베리아>의 출간 이유다.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스파시바'는 러시아어. 이를 우리말로 옮기면 '감사합니다'가 된다. 사실 이지상은 '감사합니다'란 인사를 받을만한 일을 많이 해온 사람이다. 일본군 성노예로 고초를 겪은 할머니들을 위한 공연과, 일본 내 조선인학교를 위한 모금 활동, 거기에 이주 노동자와 장애인을 위한 여러 차례의 콘서트까지.

하지만 그는 말한다. "그분들이 내게 고마워 할 게 아니라, 내가 그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무슨 구구절절한 부연이 필요한가? 그의 결 고운 성정은 긴 설명 없이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바로 그 이지상이 콘서트를 연다. 2004년 '나는 슬픔에서 왔다' 공연 이후 10년만의 펼치는 개인 콘서트다.

오는 9월 12일 가톨릭청년회관 CY씨어터에서 열릴 공연에선 이지상의 노래는 물론, 성공회대학교 교수진으로 이루어진 '더 숲 트리오'(김창남, 김진업, 박경태), 이지상의 음악동료인 손병휘와 이정렬의 무대까지 함께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시인 정호승까지 '책 읽어주는 콘서트: 이지상의 스파시바, 시베리아'에 출연을 자처했다.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으니, 관람료가 무료라는 것.

폭염과 폭우의 여름이 닫히고 어느새 다가온 귀뚜라미 우는 계절. 그 초가을의 한복판을 걸어 노래와 시, 거기에 시베리아 여행담까지를 선물할 '책 읽어주는 콘서트: 이지상의 스파시바, 시베리아' 무대를 찾는 것. 연인·가족과 함께는 물론, 혼자 간다고 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하다.

덧붙이는 글 | 공연문의: 02-336-5642(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



태그:#이지상, #스파시바 시베리아, #이지상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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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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