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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4일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특별법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던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46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신을 위해서도 남아있는 가족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결정이다. 또한 김영오씨의 호소로 문재인 의원도 9일 만에 단식을 풀었다.

단식과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차이

올 여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아이스버킷 챌린지'(Icebucket Challenge)는 루게릭병 환자를 위해 시작된 운동이다.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동영상을 올린 후 다음 도전자 세 명을 지목하고, 24시간 안에 이를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은 100 달러의 기부금을 내는 방식이다.

루게릭병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운동신경의 일부가 죽어가고 운동신경이 약해져 근육을 움직일 수 없게 되고 결국 음식도 못 먹고, 숨도 못 쉬게 되어 죽는 병이다. 얼음물로 샤워하는 이유는 루게릭병 환자들이 겪는 고통이 얼음물로 갑자기 샤워했을 시 근육이 수축되는 고통과 유사하다는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실한 근거는 없다. 국내에는 1500명 정도의 환자들이 있다고 한다.

단식은 어떤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극단적인 행동의 하나다. 당사자의 생명을 단축시키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신문지상에서 접하는 '단식'은 '투쟁' 또는 '농성'이라는 단어와 함께한다. 보통 노사분규나 정치적인 사안과 결부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일반인들이 함께 공유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단식 운동'이 어색한 이유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경우 몇몇 연예인의 얼음물 샤워 중 노출 논란을 빚었다. 정·재계와 학계 인사의 참여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홍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얼음물 샤워는 SNS를 통해 퍼져나가며 하나의 운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취지를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고 그 뜻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 국민들은 세월호 문제를 루게릭병보다 덜 공감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단식투쟁'이 다 함께 동참할 수 있는 '단식운동'으로 변화했다. 단식 기간에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인들도 함께 동참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 따르면 많은 국민들이 릴레이 단식에 참여하했으며 현재까지 3만여 명이 단식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려 극단적인 행동 자체를 싫어하는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반감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좀 더 가볍게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두 운동은 모두 좋은 뜻에서 시작한 의미 있는 일인데,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정도가 참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세월호 특별법제정을 위한 '단식 운동'보다 루게릭병을 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더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세월호 문제는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다소 무거운 주제이고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유행처럼 가볍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두 상황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좀 더 공감하고 국민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식'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은 세월호 문제를 푸는 아주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 극한의 대치보다 대화를 통한 타협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동참하고 있지만, 또 다른 국민들은 특별법이 유가족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고 있다는 루머때문에 반감을 표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자체는 온 국민들이 슬픔에 잠길 정도로 공감을 얻었지만, 세월호 특별법은 아직 더 많은 국민들의 공감이 필요하다.

세월호 특별법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지만, 더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야 오해와 갈등이 더 쉽게 풀릴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제정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계속 말이 많아지면 논쟁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국민들은 그저 식상한 정치 문제로 외면하게 될 것이다.

얼음물 뒤집어쓰기는 누구나 동참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래서 기꺼이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널리 퍼져가고 있다. 세월호 문제도 그랬으면 좋겠다. 다소 무거운 문제이지만 얼음물 샤워로 루게릭병 환자들의 고통을 잠시나마 공감하듯 세월호 참사로 차가운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아이들과 희생자들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어떤 작은 행동'을 공유하고 전파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어떤 작은 행동'이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상상력이 풍부한 독자들에게 좋은 생각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무엇이 되었든 세월호 문제가 세월호 유가족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해결책이 조속히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그:#세월호 특별법, #단식, #아이스버켓 챌린지, #유민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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