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법 관련한 쟁점 사항에 합의를 이뤘다. 특별법을 통한 범국민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서는 새누리당이, 상설특검 추천 문제에는 새정치연합이 한 발씩 양보한 모양새가 됐지만 협상 전반을 놓고 보면 새누리당의 판정승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특별법의 핵심 사안인 수사권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7일 오전 국회에서 정례회동을 통해 세월호 특별법 관련 쟁점들을 일괄 타결했다. 유가족들이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 보장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지 20여 일만이다. 여야가 오랫동안 평행선을 달리던 사안에 협의를 이뤄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그 내용은 아쉬움이 남는다.
세월호 유가족들 요구에서 멀어진 '여야 합의'우선 여야는 오는 13일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합의처리하기로 했다. 당초 지난달 16일 합의처리를 약속했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 가까이 연기된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학생의 대학입학지원에 관한 특례법'도 같은 날 의결 처리할 예정이다. 대학 수시입학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특별검사의 추천은 현행 상설특검법에 맞추기로 했다. 현행 상설특검법은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회장 등에 의해 추천된다. 특검의 추천권한을 야당에 줘야 한다고 주장했던 새정치연합 측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요구와는 더욱 거리가 멀다.
또 하나의 쟁점이었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은 위원장을 포함해 총 17인으로 합의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각각 5인, 대법원장과 대한변협회장이 각각 2인, 유가족 측이 3인을 추천하기로 했다. 여기서는 새누리당이 한 발 물러섰다. 새누리당은 피해 당사자인 유가족들의 참여를 반대해 왔다.
비록 여야 합의가 이뤄졌지만 애초 유가족들이 주장했던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 부여에는 전혀 가까이 가지 못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특검을 진상조사위원회 활동과 연계하고, 그 추천권을 야당 또는 진상조사위원회에 부여하는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유가족과 협의 없이 합의한 것 받아들일 수 없다"
당장 여야 합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양당이 합의한 내용은 국민과 세월호 유족들을 끝내 낙담시키고 주저앉혀버렸다, 세월호 유족들이 핵심적으로 요구해왔던 사항은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위한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며 "오늘 양당이 합의한 내용은 진상조사위원회와 특검 활동기간이 불일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진상조사위원회 따로, 특검 따로 이뤄지는 형식적 절차와 과정에 그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유족의 아픔과 절절한 요구를 양당이 정치적으로 봉합해버리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결국 국민과 세월호 유족을 전혀 대변하지 못한 그들만의 합의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국회와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유가족들 역시 여야 합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민중의 소리> 보도에 따르면 세월호 가족대책위 전명선 부위원장은 이날 여야 합의사항과 관련해 "유가족과 협의없이 수사권, 기소권을 제외한 특별법을 합의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전 부위원장은 "15일로 예정된 범국민대회와 광화문단식을 기존대로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청문회를 실시하기로 한 내용 말고는 합의안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가족들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가족대책위 측은 현재 여야 합의와 관련한 회의를 진행 중이며,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대응방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정호성 청와대 부속실장 증인 채택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실제 원만히 개최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양당의 원내대표는 증인채택 문제를 국정조사 특위 간사들에게 일임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