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패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골대가 두 번이나 지켜줬고, 문지기 민유경의 슈퍼 세이브 덕분에 그나마 승점 1점이라도 챙길 수 있었던 대회 첫 경기였다. 충분히 추가골을 넣을 수 있는 장면이 있었지만 기회는 항상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는 축구장의 진리를 뼈저리게 깨달아야 했다.

정성천 감독이 이끌고 있는 20세 이하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7일 오전 5시 캐나다 몽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FIFA(국제축구연맹) U-20 여자 월드컵 C그룹 잉글랜드와의 첫 경기에서 이소담의 페널티킥 선취골을 지키지 못하고 1-1로 비겼다.

추가골 기회 놓치면...

우리 선수들은 경기 시작 14분만에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미드필더 최유리의 빠른 발걸음을 이용하는 오른쪽 측면 공격이 빛났다. 잉글랜드의 가운데 수비수 마니온이 짧은 크로스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핸드 볼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선수는 간판 미드필더 이소담이었다. 그녀는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침착하게 왼쪽 구석으로 차 넣었다. 잉글랜드의 문지기 두락이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방향을 잡았지만, 공은 손끝을 스치며 골문 안에 떨어졌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추가골 이후가 문제였다. 곧바로 실점 위기를 맞은 것이다. 수비 쪽에서 커버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잉글랜드의 공격형 미드필더 젤렘은 실점 직후 1분 만에 찾아온 절호의 득점 기회에서 오른발 돌려차기를 크로스바 불운으로 아쉬워해야 했다.

이렇게 곧바로 동점골을 내줄 위기를 운 좋게 넘긴 우리 선수들은 단짝 공격수 '장슬기-이금민'에게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만들어냈다. 역습 과정에서 미드필더 이소담과 최유리의 찔러주기가 매우 날카로웠다.

하지만 이금민은 몸이 좀 무거워 보였고 장슬기는 마지막 볼 터치가 약간 길었다. 이 두 차례의 기회 중에서 하나라도 추가골로 연결시켰다면 상대를 쉽게 제압할 수 있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후반전에 내준 동점골... 아쉽다

한 골을 앞선 상황에서 후반전을 시작한 우리 선수들은 부분적인 전술적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채 아쉬운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상대는 발 빠른 공격형 미드필더 패리스를 적극 활용해 측면 공격의 전술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전반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격 양상을 펼쳤기에 정체된 팀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한국은 68분에 불필요한 세트 피스를 내주며 동점골을 헌납했다. 떠오는 공을 가운데 수비수들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문지기 민유경이 겨우 공을 쳐냈지만, 이른바 세컨 볼은 잉글랜드의 몫이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해리스가 달려들며 오른발 밀어넣기로 동점을 만든 것이다.

이에 한국의 정성천 감독은 종아리 근육 경련이 일어났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최유리를 빼고 전한솔을 들여보냈지만, 전술 변화의 양상없이 밋밋한 공격을 계속 고집하고 말았다.

오히려 동점골 이후에 기세가 오른 잉글랜드의 역습에 역전패의 위기를 두 차례나 겨우 넘겼다. 88분, 잉글랜드 골잡이 미드가 우리 수비수들의 백 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고 혼자서 공을 몰고 들어와 문지기와 일대일로 맞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 여기서 각도를 줄인 문지기 민유경이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역전패의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 위기 상황도 모자라 발걸음이 무거워진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 추가 시간 2분에 잉글랜드의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패리스에게 기습적인 중거리슛을 허용했다. 패리스의 발끝을 떠난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우리 골문으로 날아왔는데 이번에도 크로스바가 살려냈다.

이렇게 역전패의 위기에서 가슴을 쓸어내린 우리 선수들은 오는 10일 오전 5시 같은 장소(몽튼 스타디움)에서 나이지리아와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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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 FIFA U-20 여자월드컵 C그룹 결과(7일 새벽 5시, 몽튼 스타디움-캐나다)

★ 한국 1-1 잉글랜드 [득점 : 이소담(15분,PK) / 해리스(68분)]

◎ 한국 선수들
FW : 장슬기, 이금민(84분↔김인지)
MF : 김소이, 이소담, 박예은, 최유리(69분↔전한솔)
DF : 하은혜, 김혜영, 안혜인, 이수빈
GK : 민유경

◎ 잉글랜드 선수들
FW : 미드
AMF : 로리, 젤렘, 패리스
MF : 맥큐, 식스워스(82분↔스트링어)
DF : 블룬델, 윌리엄슨, 마니온, 해리스
GK : 두락

- 주심 : 캐롤 앤 첸나드(캐나다)
- 경고 : 이수빈(60분), 박예은(78분) / 맥큐(71분)

◇ C그룹 현재 순위표
한국 1점 1무 1득점 1실점
잉글랜드 1점 1무 1득점 1실점
멕시코[경기 전]
나이지리아[경기 전]
축구 여자 월드컵 정성천 잉글랜드 이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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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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