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축구장 평일 오후 7시 전주성에는 1만8696명이라는 보기 드문 관중들이 찾아왔다.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은 이에 상응하는 명품 경기로 보답했다. 눈을 뗄 수 없는 명장면들이 전주의 여름밤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 모터스가 6일 오후 7시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안방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이동국의 2득점 맹활약에 힘입어 3-2로 재역전승의 기쁨을 누렸다.

전북, 이른 시간 교체 카드 썼지만... 전반전 '장군멍군'

안방 팀의 최강희 감독은 너무 이른 시간에 교체 카드를 쓰면서 수심에 잠겼다. 수비형 미드필더 권영진이 경기 시작 14분만에 다치는 바람에 레오나르도를 너무 일찍 들여보내게 된 것이다.

그래도 전북은 조직력이 잘 갖추어진 팀이었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공-수 균형을 잘 잡아나갔다.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이재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동국을 도와 그 바로 아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던 이재성이 권영진의 자리로 내려와 노련한 신형민과 함께 중심을 잡은 것이다.

그래서 전북은 편안한 마음으로 공격을 전개하며 선취골을 넣을 수 있었다. 22분, 최철순이 오른쪽 측면에서 띄워준 공을 간판 골잡이 이동국이 이마로 성공시켰다. 끈질기게 달라붙는 수원 수비수가 있었지만 이동국의 헤더 타이밍이 더 훌륭했다.

그러나 상대 팀 수원은 최근 가장 빼어난 경기력을 자랑하며 3연승(9득점)을 내달리고 있는 팀이었다. 골잡이 로저, 공격형 미드필더 산토스, 슈퍼 서브 권창훈의 감각이 남달라 전북의 수비수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입증하듯 전반전 종료 직전에 수원의 멋진 동점골이 나왔다. 전북 가운데 수비수 윌킨슨의 밀기 반칙으로 얻은 27미터짜리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 수원의 황금 왼발 염기훈이 아름다운 감아차기로 전북 골문 왼쪽 톱 코너를 꿰뚫었다. 문지기 권순태도 손을 쓸 수 없는 궤적이었다.

이마로 2골 '이동국', 역전-재역전의 멋진 드라마 주인공

수요일 저녁 전주성에 찾아온 수많은 관중들은 후반전의 드라마에 눈을 뗄 수조차 없었다. 역전-재역전 드라마가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박진감 넘치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이동국이 있었다.

전반전 종료 직전에 1-1을 만든 수원은 후반전에도 물러서지 않고 안방 팀을 흔들어놓았다. 역시 베테랑의 수준은 남달랐다. 이번에는 김두현의 왼발이었다. 62분, 수원 미드필더 김두현은 산토스의 밀어주기를 침착하게 잡아놓고 왼발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 골문 바로 뒤에 자리잡은 수원 서포터즈는 파란색 깃발을 흔들며 역전의 순간을 만끽했다.

하지만 전북의 닥공은 아직 진행중이었고 '레오나르도-이동국-한교원'이 건재하고 있었다. 역전골을 내준 뒤 3분만에 전북은 곧바로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65분, 최철순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가 짧았는데 수원 문지기 정성룡이 이를 제대로 쳐내지 못했다. 문지기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가르쳐주는 장면이었다. 정성룡이 짧게 쳐낸 공은 전북의 발끝 감각이 뛰어난 레오나르도의 오른발에 걸렸고 이 공은 한교원의 몸에 맞고 방향이 바뀌며 수원 골문을 흔들었다.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믿기 어려운 펠레 스코어 재역전 결승골이 이동국의 이마에서 나온 것이다. 한교원의 동점골 후 1분 뒤에 오른쪽 측면에서 이승기가 자로 잰 듯 올려준 공을 향해 빠져들어간 주인공은 역시 이동국이었다. 그의 런닝 헤더는 수원 문지기 정성룡이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왼쪽 구석으로 날아가 그물을 흔들었다.

이동국은 이처럼 두 골을 이마로 넣은 것도 모자라 8분 뒤에는 해트트릭을 노리는 기막힌 가위차기로 전주성의 수많은 관중들을 기쁘게 만들어주었다. 이번에도 오른쪽 측면의 최철순이 공을 정확하게 띄워주었고 이 공을 향해 몸을 날린 이동국이 아름다운 오른발 가위차기로 골문을 노렸다. 안타깝게도 이동국의 발끝을 떠난 공이 수원 골문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갔지만 해트트릭 이상의 짜릿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후반전 추가 시간 4분도 거의 끝날 무렵에 수원이 마지막 코너킥 기회를 얻어 결정적인 유효 슛을 전북 골문 안으로 날렸지만 문지기 권순태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이 공을 기막히게 쳐냈다. 승점 3점이 권순태의 손끝에서 지켜진 셈이었다.

이로써 전북은 최근 8경기 연속 무패(5승 3무)의 기록을 이어가며 리그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최근 세 차례의 홈 경기에서 무려 11골을 터뜨렸고 최근 홈 8경기 연속 무패(6승 2무) 기록을 지켜내고 있으니 전주성의 관중수는 항상 2만 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전북은 그동안 수원을 만나면 이기지 못했던 불편한 기록들(최근 6경기 연속 무승, 2무 4패)을 단번에 지워버리며 새로운 기록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이제 전북은 오는 토요일(9일) 오후 7시 30분에 탄천종합운동장으로 올라와 성남 FC를 상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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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결과(6일 저녁 7시, 전주성)

★ 전북 현대 3-2 수원 블루윙즈 [득점 : 이동국(22분,도움-최철순), 한교원(65분,도움-레오나르도), 이동국(66분,도움-이승기) / 염기훈(44분), 김두현(62분,도움-산토스)]

◎ 전북 선수들
FW : 이동국
AMF : 이승기, 이재성(90분↔최보경), 한교원(66분↔카이오)
DMF : 신형민, 권영진(14분↔레오나르도)
DF : 이주용, 윌킨슨, 정인환, 최철순
GK : 권순태

◎ 수원 선수들
FW : 로저(53분↔정대세)
AMF : 염기훈, 산토스(71분↔권창훈), 서정진
DMF : 김은선, 김두현(81분↔배기종)
DF : 홍철, 민상기, 조성진, 신세계
GK : 정성룡

- 관중 : 18,696명 / 주심 : 최명용
- 경고 : 윌킨슨, 레오나르도(이상 전북) / 홍철, 신세계(이상 수원)

★ 전남 1:2 인천 [득점 : 레안드리뉴 / 진성욱, 박태민]
★ 경남 1:1 부산 [득점 : 에딘 / 박용지]
★ 제주 2:3 상주 [득점 : 윤빛가람, 드로겟 / 이상호 2골, 강민수]
★ 포항 1:0 성남 [득점 : 신광훈]
★ 서울 0:1 울산 [득점 : 김신욱]

◇ K리그 클래식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모터스 38점 11승 5무 3패 33득점 13실점 +20
2 포항 스틸러스 37점 11승 4무 4패 32득점 18실점 +14
3 수원 블루윙즈 32점 9승 5무 5패 29득점 22실점 +7
4 제주 유나이티드 31점 8승 7무 4패 21득점 18실점 +3
5 전남 드래곤즈 30점 9승 3무 7패 26득점 26실점 0
6 울산 현대 호랑이 27점 7승 6무 6패 21득점 16실점 +5
7 FC 서울 22점 5승 7무 7패 15득점 15실점 0
8 상주 상무 21점 4승 9무 6패 24득점 31실점 -7
9 성남 FC 18점 4승 6무 9패 11득점 15실점 -4
10 인천 유나이티드 FC 17점 3승 8무 8패 14득점 24실점 -10
11 부산 아이파크 16점 3승 7무 9패 14득점 27실점 -13
12 경남 FC 15점 2승 9무 8패 15득점 30실점 -15
축구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 모터스 수원 블루윙즈 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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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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