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그다드 카페>는 이라크의 수도인 바그다드와는 관련이 없다. 미국 네바다 주 한 가운데 있는 작은 마을의 '카페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영화 초반, 네바다 사막을 여행하고 있는 부부인 듯 한 중년 남녀가 차 안에서 다투었는지 남성은 차를 타고 홀로 떠나버린다. 그리고 사막 한 가운데 덩그러니 남게 된 여성의 좌충우돌 동네 적응기다!

카메라는 동네 한 가운데 놓인 '바그다드 카페'를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남편과 떨어져 홀로 남은 여성이 이 낯선 작은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때론 부딪히며, 때론 눈물로 감정을 나누며 하나가 되어 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비디오 방의 먼지 수북히 쌓인 구석에 아무렇게나 처박혀 있는 영화 한 편이 진정한 명작일 가능성이 많다.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한 명 등장하지 않고, 커다란 갈등이나 커다란 규모의 스케일 하나 없다. 그러나 이 동화같은 영화는 여전히 성인이 된 우리들에게도 감명을 준다.

영화 <바그다드 카페> 1987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비디오 방의 먼지 쌓인 구석에 얼마나 많은 명작들이 있을까를 생각케 하는 영화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을 읽는 기분이다.

▲ 영화 <바그다드 카페> 1987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비디오 방의 먼지 쌓인 구석에 얼마나 많은 명작들이 있을까를 생각케 하는 영화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을 읽는 기분이다. ⓒ MGM

영화는 눈에 띄는 사람이나 특별한 사건들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단지 수십 년을 다르게 살아온 여러 삶들이 부딪히고, 상처받고, 그리고는 서로의 일상에 젖어가는 모습을 제대로 그려냈다.

영화 못지않게 OST도 유명한데,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치유의 손길을 내미는 듯한 'Calling you'는 요즘 유행하는 '힐링뮤직'으로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

일반적으로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첫인상은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 내가 속한 그룹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때도 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보통이다. 나와 다름은 상대방의 틀림 혹은 나와 동일시 될 수 없는 대상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상대가 지성적인 사람이거나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모든 것을 포용할 것 같은 높은 품성을 소유한 사람이 될 지라도 마찬가지다. 가까이할수록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상처를 주고받아 더 이상 대화하지 않는다.

마치 장미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가시에 찔리는 것처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무의식적인 방어의식과 상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때 대화는 단절이 되고 서로 적이 될 수 있다.

아름다움엔 가시가 있다. 장미의 아름다움에 다가가려면 가시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다름과 틀림에 대한 단상을 이해해야 한다.

▲ 아름다움엔 가시가 있다. 장미의 아름다움에 다가가려면 가시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다름과 틀림에 대한 단상을 이해해야 한다. ⓒ 김승한


영화 <가위손의 에드워드>가 그렇고 <타잔에서의 타잔>, <정글북의 모글리>, <X맨의 돌연변이>……. 확장시켜 본다면 거의 모든 문학작품이 그렇다. 관계의 단절로 인한 결과는 사람과 사람과의 시기와 질투, 증오, 싸움, 전쟁 등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인간이 사상이나 인종, 부의 차이 권력의 유무 혹은 생물학적인 '다름'이 변모하여 '틀림'이 된다. 그리고는 나의 그룹이 아닌 사람들을 정죄, 비난, 공격한다.

나의 생각과 이론을 주입시키려하고 나의 그룹에 따라 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내뱉은 '우리와 함께 하자!'라는 상투적인 말은 종국에 같이 하지 않으면 적대적인 관계에 서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들의 속내는 상대방이 나의 제의를 거절하게 하여 이를 빌미로 그들을 말살시키는 것이 목적이 될 수 도 있다.

사람은 관계에 의하여 자아와 성품이 형성되며 그 안에서 사랑하며 살게 되어 있다. 그 사랑의 관계가 깨어질 때 인간은 인격을 가진 가장 추악한 비인간성이 드러나게 된다. 그러니 영화 <바그다드 카페>에서 보이는 낯선 곳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가는 과정은 신선하게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영화 내내 잔잔한 이야기를 통해서 주어지는 메시지는 인간성의 회복…….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의 회복, 사람을 대할 때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수십 년을 함께 몸을 부대끼며 살아온 부부도 배워야 할 '현재 진행형'의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넓디 넓은 네바다 사막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바그다드 카페! 서구인들에게 낯선 '바그다드'란 이름을 사용한 것도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가 될 것이다.

오래된 동화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데처럼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뚱뚱한 여주인공 '자스민'과 함께 한 이 영화는 사막의 먼지처럼 메마른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을 역설적으로 잘 표현했고, 물기 없고 쓰러져 가는 바그다드 카페와 마을을 영화의 배경으로 중간에 배치시킴으로써 인간의 황폐한 내면을 제대로 그려냈다.

그 유명한 OST도 함 들어보라. 뭔가 머리를 집어 뜯어 생각해야할 것 같은 목소리다…….강추!!

바그다드 카페 장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