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의 포스터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의 포스터 ⓒ ㈜마운틴픽쳐스


키리시마는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재학 중인 남학생입니다. 그는 고교 배구부의 주장으로 운동을 잘할 뿐만이 아니라 공부도 잘합니다. 더욱이 여자 친구도 예쁩니다.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라면 대부분이 부러워할 만한 인물인 거죠. 그러나 어느 금요일 키리시마가 배구부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이 교내에서 들려옵니다. 그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된 배구부의 부원들과 키리시마의 친구들은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아무도 키리시마가 배구부를 그만둔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키리시마가 배구부를 그만둔 일은 마치 나비효과처럼 교내의 여러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합니다.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는 아사이 료의 장편소설을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거스 반 산트 감독이 <엘리펀트(2003)>와 <파라노이드 파크(2007)>등에서 사용한 바 있는 '같은 시간 다른 관점' 구도를 사용합니다. 이는 원작소설이 매 챕터 마다 야구부와 배구부, 브라스 밴드부 그리고 영화부 등 각기 다른 동아리에 속한 인물들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걸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구도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을 그만둔 사건으로 인해 학생들이 서로 영향을 받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는데 성공합니다. 교내 먹이사슬 상위그룹에 속하는 야구부 히로키가 하위그룹에 속하는 영화부 마에다와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깨달음을 얻게 되는 장면이 그 예일 겁니다.

여기에서 영화 속 인물들에게 동아리활동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들의 동아리 활동은 한국의 중고교에서 일반교과과목 일정의 틈바구니에 꼽사리 끼어 있는 동아리 활동과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야구부나 배구부 등의 활동은 프로 리그 신인 선발로 이어질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동아리 활동 추천으로 대학에 진학을 할 수도 있습니다. 동아리 활동이 학생의 진로와 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 중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탁월한 재능으로 동아리 활동에서 리더를 맡고 있는 배구부 키리시마와 브라스 밴드부의 사와지마. 꿈은 있지만 선천적인 체격조건과 재능은 부족한 배구부 이즈미와 배드민턴 부 미카. 영화 감독이 되기에는 자신에게 재능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지만 영화 만들기의 즐거움에 푹 빠져 있는 영화부 마에다. 마지막으로 공부든 운동이든 뭐든 하면 다 잘하지만 정작 꿈에 대해서만큼은 용기를 내지 못하는 야구부 히로키까지. 이처럼 영화는 다양한 인물들이 꿈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길에서 노력하고 있는 모습에 주목합니다. 설령 그게 끝끝내 이룰 수 없는 꿈에 대한 짝사랑일지라고 해도 말이지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는 짝사랑을 하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짝사랑의 대상은 두 가지입니다. 전자는 앞서 언급한 꿈이고 후자는 이성입니다. 두 대상의 공통점은 모두 좀처럼 손에 닿지 않는 것입니다. 영화는 이 절절한 감정을 인물들의 '뒷모습'으로 그려냅니다(거스 반 산트의 영향을 한 번 더 떠올리게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 좋아하는 이성을 바라보는 인물의 뒷모습과 자신의 꿈을 바라보는 인물의 뒷모습을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게 묘사됩니다. 요시다 다이하치는 이 뒷모습에 배여 있는 외로움에 공감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대상이 이성이든 꿈이든 우리가 한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짝사랑에 마음 아팠던 것처럼 말입니다. 요시다 다이하치의 연출에는 우리를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입니다. 한 인터뷰에 의하면 요시다 다이하치는 워크숍 형식으로 배우들을 훈련했는데(여러 구도에서 촬영하는 기법에 적응할 수 있도록) 그 효과가 탁월했던 것 같습니다. 고교생 역할을 맡은 배우들 모두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처럼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우리의 학창시절 교실 어딘가에 앉아 있을 법한 아이들이 영화 속에 있는 겁니다. 특히, 이 작품으로 영화에 데뷔한 히로키 역의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주목할 만합니다. 그의 뒷모습으로 끝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일본 청춘영화 역사에 오랫동안 남게 될 것입니다.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아사이 료 요시다 다이하치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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