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이 아직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다며 2회 연장 방송을 결정했다. 이를 두고 여론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기준으로 10%를 넘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시청률이 높지도 않을뿐더러, 시청자들이 열광할만한 작품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트라이앵글>은 전작 <기황후>의 인기를 등에 업고 첫회 시청률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순항하는 듯했으나, 곧 SBS <닥터 이방인>과 KBS 2TV <빅맨>의 기세에 눌려 동시간대 꼴찌로 내려 앉고 말았다. <빅맨>이 종영하면서 동시간대 2위 자리는 차지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를 내고 있다.

단순히 시청률 때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트라이앵글>은 이야기의 얼개가 엉성하다. 각각 다른 환경에서 자란 세 형제를 바탕으로 전개되지만 그들이 잘 조화를 이루어 극을 이끌어가는지는 의문이다. 극에 한방을 터뜨리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야 할 시점에 뜬금없는 결말이나 장면으로 시청자를 지치게 하는 방식은 반전이라기보단 허무에 가깝다. 이야기를 짜는데 애를 먹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과연 시청자가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전개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함께 거대 권력에 맞서서 싸우기 위해 일을 도모하다 다음 순간 뜬금없이 교도소 장면이 등장한다거나, 부산 조폭의 이야기가 제대로 설명이 되지도 않은 와중에 갑자기 그가 자취를 감추면서 대사 한 줄이나 한 장면으로 손쉽게 마무리 짓는 극 전개는 엄연한 작가의 직무유기다.

전체적으로 인물간의 관계 역시 유기적이지 못하다. 주인공인 장영달(김재중 분)이 조력자들을 만나는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고, 악역을 맡은 장동우(임시완 분)의 캐릭터마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장영달의 라이벌이자 연적으로 등장하는데 그 로맨스마저 애틋하고 애처롭기보다는 그저 처음부터 운명지어진 커플에 억지로 장동우가 끼어든 격으로 묘사가 되면서 긴장감이나 의외성이 하나도 없게 된다.

한마디로 <트라이앵글>에서는 연장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시청률도 높지 않고 개연성도 부족하다면, 연장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 할 이야기를 늘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개과천선 시청률을 이유로 <개과천선>은 조기종영되었다.

▲ 개과천선 시청률을 이유로 <개과천선>은 조기종영되었다. ⓒ mbc


더욱이 이상한 것은 바로 얼마 전 MBC가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불렸던 <개과천선>은 가혹하리만큼 냉정하게 조기종영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비록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따라갈만한 친절한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다시금 문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철학이 있다는 평을 들었다.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오히려 최고 시청률은 10.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개과천선>쪽이 <트라이앵글>보다 더 높았다. 연장은 하지 않더라도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나갈 힘이 <개과천선> 쪽에 훨씬 더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현재 <트라이앵글>은 급전개로 당장 마무리를 짓는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분위기로 보인다. <올인>과 <허준>을 만들어 낸 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이야기가 풍성해 보이지 않는다.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방송사의 결정은 너무나도 임의적이고 자의적이다. 시청자들을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생각할 때, 방송국은 존재의 가치를 잃는다. 비록 시청률이 높지 않더라도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내보내고 그렇지 못한 드라마는 줄이는 것이 방송국의 책임감있는 태도다. 그러나 이 반대의 결과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방송사의 심각한 자기 성찰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개과천선 트라이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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