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선임을 앞두고 정부와 영화계의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선임을 앞두고 정부와 영화계의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 영화진흥위원회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하 영진위원장) 선임을 놓고 정부와 영화계가 심상치 않은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화와 관련 없는 언론계 인사가 영진위원장에 낙하산으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영화계가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8일 오후 영화단체들이 발표한 긴급 성명서는 영진위원장 선임과 관련한 영화계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간 영진위원장 선임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면, 더 이상은 방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발전 기금 징수 연장과 대기업 독과점, 영화 관련 법률 개정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가 아닌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 확정단계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해 영화계 전체가 다급하게 움직인 모습이다. 지난 4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짧은 시간에 영화계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10여개 주요 단체들이 연대해 발표한 성명의 핵심은 '일방적으로 선정된 영진위원장 최종 후보의 경력과 자질에 대한 우려'와 '범 영화계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위원장 선임'으로 요약된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항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현재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오명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에 대한 절대 불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최종 2배수 후보에는 한상준 전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올라 있지만 영화계와의 고리가 약한 오명철 위원장이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이미 결정된 것과 다름없다는 게 영화인들의 시선이다. 

이명박 정권 시절 강한섭, 조희문 위원장이 영진위원장을 맡으며 영화계와 극심한 대립을 했던 과거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감도 담겨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영진위를 앞세워 영화계의 대립각을 세웠는데, 영화인들의 대규모 시국선언 등으로 이어지며 정권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었다.

"낙하산 영진위원장은 영화계 옥죄려는 의도"

 영진위원장 선임 논란과 관련 "제가 하겠습니다" 캠페인을 제안한 <블랙딜> 제작자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

영진위원장 선임 논란과 관련 "제가 하겠습니다" 캠페인을 제안한 <블랙딜> 제작자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 ⓒ 고영재


하지만 영화계의 이 같은 의사가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전문성이 필요한 영진위원장에 낙하산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인사가 최종 후보로 오른 것에는 단순한 논공행상 차원이 아닌 영화계를 옥죄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최근 정부 주요 부처 인사 상당수를 청와대에서 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영진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형식적으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결정을 담당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청와대가 한다는 것이다.

한 영화계 인사는 "현 정권이 낙하산 논란을 무릅쓰고 영진위원장에 언론계 인사를 앉히려는 것은 영화계를 한번 정비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면서 "그 첫 단추가 영진위원장에 영화계와 관련 없는 인물을 앉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쪽 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권 차원에서 독립영화 쪽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영화 관련 기관장은 이미 결정된 것과 다름없고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니, '차라리 영화계가 신임 영진위원장과 적당히 협상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영화계 인사들은 이 같은 일방통행 식 인사가 진행될 경우 정부와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유력 예상 후보의 임명 자체가 영화계를 향한 선전포고와 다름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배우 김의성씨는 오명철 논설위원의 영진위원장 유력 소식에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고. 영화계랑 싸우고 싶은 걸까?"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우려를 나타냈다.

<블랙딜> 제작자인 인디플러그 고영재 대표는 페이스북에 '그렇게 사람이 없습니까?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제가 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든 사진을 올려 SNS 퍼포먼스 캠페인을 영화인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인력풀이 고갈됐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비꼰 것이다. 

고 대표는 "(영화)기자생활 2년이 전부인 사람보다야 제작자 10년차 영화계 18년차인 내가 더 괜찮지 않나?"라는 글을 올려 자격 없는 사람을 영진위원장에 내정하려는 행태를 꼬집으며 퍼포먼스에 영화인들의 동참을 요청했다.

한편 영진위원장 선임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문화융성위원회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문화융성위원회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일부 영화인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 제작자는 "현 정부가 말로는 문화융성을 떠들면서 실제로는 반대로 가려는 모습이라며 영진위원장 낙하산 임명을 막지 못할 경우 영화계 인사들은 모두 나오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영진위원장 영화진흥위원회 오명철 문화체육관광부 고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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