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야>

<도희야> ⓒ 무비꼴라주

전라남도 외딴 지역 파출소장으로 좌천된 엘리트 출신 영남(배두나 분). 그녀의 눈에 자꾸만 어떤 여자 아이가 밟힌다. 발령 받아 내려오는 길에 길가에 앉아 있던 아이, 부임 첫날 밤중에 강가를 거닐다가 보게 된 어딘가 급하게 도망가는 듯한 아이, 그리고 다음 날 낮에 한 무리의 또래 아이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있던 아이. 그 아이는 도희(김새론 분)였다.

한편 이 외딴 동네에는 젊은이가 거의 없다. 유일하게 남은 젊은이는 용하(송새벽 분)라고 하는 이름의 결코 순박하지 않은 이였다. 그는 어머니와 의붓 딸과 함께 살았는데, 수시로 술을 먹고 의붓 딸을 폭행했다.

그의 어머니 또한 이 의붓 손녀를 폭행했다. 이 딸이 바로 도희다. 도희는 이 좁은 동네에서 어딜 가든 폭력의 대상이다.

이 영화 <도희야>는 주연 배우들의 면면을 제외하면 독립영화적인 요소가 짙다. 즉, 다분히 작가주의적인 영화로 창작자(감독)의 의도가 많이 강조되어 있다. 상업 영화로 보기에는 불편한 요소들인 폭력, 고립, 동성애, 추악한 진실 등이 주요하게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굉장한 저예산 영화라는 걸 알 수 있다.

 <도희야>의 한 장면

<도희야>의 한 장면 ⓒ 무비꼴라주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독립영화만의 어떤 마이너한 느낌을 찾기가 힘들다. 그만큼 플롯이나 연기, 연출이 완벽에 가깝게 짜여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가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공식 초청된 작품이라는 걸 다 본 다음에야 알았을 때,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영남이 도희를 여러 폭력의 수렁에서 구해주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또래 아이들의 집단 폭력에서, 그리고 의붓 할머니와 의붓 아버지의 폭력에서 우연치 않게 도희를 구해준 영남. 도희는 차츰 이런 영남에게 의지하기 시작한다. 용하의 폭력에 시달릴 때마다 영남의 집으로 피신을 오던 도희는 급기야 방학이 끝날 때까지 영남의 집에서 같이 산다.

그런데 영남에겐 다른 사람들에게 차마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그녀가 좌천된 이유이기도 하고, 그녀가 매일 같이 물처럼 술(소주)을 마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는 그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고 술을 마셔야만 겨우 잠을 잘 수 있다. 그녀는 동성애자다. 그런 영남이 집에서 여자아이와 함께 살게 된 것이다.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든다.

소수자들의 '다툼'

<도희야> 또한 상당수의 독립영화가 차용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뫼비우스 띠 같은 얽힘과 설킴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처럼 흘러간다. 하지만 영화는 어느 순간 소수자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공직 사회에서의 동성애자 영남, 세상에 혼자 남아 폭력에 시달리는 도희, 심지어 외딴 마을에 홀로 남은 젊은이 용하까지.

 <도희야>의 한 장면

<도희야>의 한 장면 ⓒ 무비꼴라주


이 소수자들은 개인만 놓고 봤을 때 아무런 잘못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성을 사랑했다고 좌천을 당해야 하고, 엄마가 도망갔다고 폭력을 당해야 하며, 젊은이들이 모두 떠났기에 홀로 남아 외딴 마을을 이끌어 가야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영화 속 대립의 한 가운데에는 이들 세 명의 소수자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수와 다수의 대립이 아니라 소수와 소수의 대립인 것이다. 거기에는 폭력이라는 분명 타당한 이유가 있지만, 그럼에도 아이러니한 것은 사실이다.

어느 날 영남의 (여자) 애인이 영남을 만나러 왔다. 이들은 함께 술을 마시며 이 억울하고 서글픈 상황을 이야기하며 눈물 흘린다. 그러며 자연스럽게 키스를 하게 되었는데, 이 장면을 용하가 목격한다. 용하는 영남이 계속해서 도희를 데리고 있으면서 자신의 폭력을 이유로 내세우자, 급기야 영남을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고발한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혐의였지만, 영남이 동성애자였기에 꼬이기 시작한다. 영남은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문제는 도희였는데, 도희는 순진하게 영남이 자신을 좋아해서 자신을 만지고 목욕 시키고 같이 자고 같이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도희야>의 한 장면

<도희야>의 한 장면 ⓒ 무비꼴라주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 도희는 생애 처음으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자신을 좋아해준 영남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서... 이 선택의 끝에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영남과 도희는 어떻게 될까? 행복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가게 될까? 악순환을 끊고 선순환의 세계를 창조할까? 세상을 옳게 바꾸는 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도희야... 나랑 같이 갈래?"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도희야 독립영화 소수자 폭력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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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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