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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30일 오후 6시 31분]

지난 22일 남한산성(사적 제57호)이 우리나라에서 11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에 따라 한양도성(사적 제10호) 역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있는 한양도성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성이다. 서울시는 불과 2년 뒤인 2016년 한양도성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주요 시설들이 훼손 혹은 방치돼 있어 등재 무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가 2009년에 복원한 이간수문의 현재 모습
 서울시가 2009년에 복원한 이간수문의 현재 모습
ⓒ 이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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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에는 이간수문(二間水門)이라는 주요 시설이 있다. 조선시대 태조와 세종 때 도성 안의 물길이 잘 빠져나가게 만든 2개의 수문 중 하나다(<조선왕조실록> 1396년 2월 8일 기사, 1412년 1월10일 기사).

수문은 홍수에 의한 수해를 막고 경우에 따라 사람이 왕래하는 데도 이용된, 한양도성의 필수 시설물이다. 일제강점기 때 자취를 감췄으나 2008년 9월 동대문운동장 철거 과정에서 그 전모가 드러났다. 당시 문화재위원들은 "홍예문 일부를 제외하고는 수문의 보존 상태가 완벽하고, 그 조형미가 아름다워 보존가치가 크다"며 반겼다.

서울시는 지난 2009년 이간수문 복원을 마쳤다. 하지만 현재의 이간수문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주요 기준 중 하나인 '완전성'을 갖췄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원형이 훼손돼 있다. 왜일까?

여장과 총안 없는 이간수문... '완전성 부족'

한양도성은 방어시설로서 여장(女墻)과 총안(銃眼)을 갖춰야 한다. 아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여장은 성곽 위에 담장처럼 설치된 것이고 총안은 총을 쏠 수 있게 만든 구멍이다. 병사들은 여장 뒤로 몸을 숨기고 총안을 통해 총을 쏘아 적에게 맞섰다. 태조가 처음 도성을 건축했을 때는 없었지만 세종 이후 한양도성 18km 전 구간에 걸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낙산공원 부근의 한양도성 성곽의 모습
 낙산공원 부근의 한양도성 성곽의 모습
ⓒ 이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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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이간수문을 제대로 복원했다면 성곽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수문 위에 여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래 왼쪽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이간수문 위에는 여장이 없다. 이간수문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이나 외국인이 본다면 수문 위에 본래 여장이 없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서울시가 복원한 이간수문(좌)/ 3D로 재현한 이간수문의 원형(우)
 서울시가 복원한 이간수문(좌)/ 3D로 재현한 이간수문의 원형(우)
ⓒ 이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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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관 앞에는 이간수문의 현재 모습(왼쪽 사진)과 그 원형(오른쪽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외적이나 도적이 드나드는 것을 막는 수문 안의 목책도 한쪽밖에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서울시 담당자는 "정확한 치수를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복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섣부르게 복원하지 않고 그냥 두는 방법을 택했다"고 답했다.

유네스코는 '완전성'을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3대 기준 중 하나로 꼽는다. 이간수문을 지금 상태로 놔두어도 한양도성이 세계문화유산위원회의 심사에서 완전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조형물 만들어 놓고 오간수문터는 방치... '진정성 의문'

서울공식블로그 '서울 마니아'에 실린 오간수문 사진
 서울공식블로그 '서울 마니아'에 실린 오간수문 사진
ⓒ 서울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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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간수문(五間水門)은 이간수문과 같은 한양도성의 두 수문 중 하나다. 서울공식블로그 '서울 블로그'는 오간수문에 대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생활관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조선시대 문화유적"이라며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명종 때 임꺽정 무리가 한양도성에 들어와 전옥서를 부수고 도망칠 때 바로 이 오간수문을 활용했다"는 흥미로운 일화까지 올라와 있다.

서울 청계천 6가 청계천변에는 이 오간수문 조형물이 있다. 여기에는 이상한 점이 있는데 첫째, 오간수문이 청계천과 나란히 있다는 점이다. 오간수문은 본래 청계천이 한양도성을 잘 빠져나오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청계천을 가로질러야 한다. 그러나 청계천의 오간수문 조형물은 청계천과 수직이 아닌 수평 방향으로 돼 있다.

옛 사진상의 오간수문(본래 모습)
 옛 사진상의 오간수문(본래 모습)

서울공식블로그 상의 오간수문 조형물(현재 모습)
 서울공식블로그 상의 오간수문 조형물(현재 모습)
ⓒ 서울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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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상한 점은 수문의 크기와 모양이다. 이간수문은 아치 형태로 된 홍예문의 높이가 4미터, 너비가 3미터에 이르는 대형 구조물이다. 그러나 현재 청계천변에 있는 오간수문 조형물은 1.5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모양도 원을 정확하게 반으로 잘라 놓은 것 같다(사진 참조).

이에 대해 서울시 담당자는 "청계천의 오간수문은 오간수문을 복원한 게 아니다. 복원을 할 수 없어서 단순 재현을 해놓은 것이다, 조형물이다"라며 "그냥 청계천 시설의 일부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실제 오간수문터(사적 제461호)는 동대문과 광희문을 잇던 성곽 아래에 위치해 있다. 현재 청계천 6가 네거리에 해당된다. 일제에 의해 헐린 오간수문은 2003년 청계천 복원 당시 기초 유구들이 온전한 모습으로 함께 발굴됐다. 수표교와 광통교 등의 중요 유적들도 청계천 일대에서 발견됐다. 문화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복원 공사를 중단하고 제대로 복원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오간수문의 모형물만 청계천 벽 쪽에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고 정작 오간수문의 유구와 석재들을 중랑하수처리장으로 옮겼다. (관련기사: '오간수문 유구, 11년째 노천에 방치') 그리고 오간수문터와 유구는 별 다른 관리 계획 없이 방치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세계문화유산에는 청계천 오간수문이 아닌 원래 있던 오간수문터가 포함된다"며 "이후 오간수문터에 대한 관리계획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네스코는 '진정성'도 세계문화유산심사의 3대 중요 심사기준의 하나로 반영된다. 청계천에는 단순 조형물을 만들어 놓고 실제 오간수문터는 방치해 놓았다. 과연 이 상태로도 한양도성은 유네스코 심사에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한양도성이 세계문화유산이 되려면...

한양도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절차를 걸쳐야 한다. 먼저 한양도성을 ▲ 잠정목록에 등록하고 ▲ 우선등재심사를 거쳐 ▲ 정식등재를 신청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 한양도성을 잠정목록에 등록했다. 이번 상반기에 문화재청 세계문화분과위원회에서 한양도성을 우선 등재 결정을 한 후 이를 통과하면 오는 2016년에 문화재청과 외교부가 정식으로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을 할 예정이다. 신청이 접수되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 2017년에 등재 확정을 결정하게 된다.

강경숙 중원문화재연구원 원장은 "충청도 보은에 있는 삼년산성은 복원을 엉망진창으로 해서 유네스코 등재에 실패했다. 삼년산성은 진흥왕 때 지어진 것으로 우리나라 석성으로는 최대 규모다. 그런데 현대판으로 너무 반듯이 쌓아서 등재가 안 됐다"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한양도성이 신라 삼년산성의 전철을 밟을수도 있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태그:#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이간수문, #오간수문, #한양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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