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크로스' 공식 포스터.

▲ '골든 크로스' 공식 포스터. ⓒ KBS


KBS 수목드라마 <골든 크로스>가 19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주인공 강도윤(김강우 분)의 복수심의 시발점이 된 사건들도 꽤나 극적이며 충격적이었거니와, 그 해결 과정도 다채롭기 그지없었기에 드라마의 긴장감은 20부 내내 줄기차게 이어졌다.

동화 같은 해피엔딩 아니었지만 삶의 가치 판단 기준 제시

초반, 등장인물들은 선하고 악한 쪽으로 뚜렷하게 갈라지지 않았다. 인물들은 때로 선하기도 했다가 또 때로는 철딱서니 없고 형편없는 유아적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사건들의 와중에 최소한의 도덕성과 양심, 죄책감 등의 유무는 그들 삶의 향방을 갈라놓았다.

그렇다면 둘 중 어느 쪽의 삶이 더 행복해졌을 것인가? 우리가 바라는 대로라면 '괜찮은' 사람들이 행복해져야만 한다. 비록 현실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대리만족의 장은 늘 필요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구치소에 수감된 서동하(정보석 분)는 몇 년 후 결국 풀려났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옛 멤버들을 소집한다. 양심적인 이들을 내내 고통의 나락으로 빠뜨린 악당들의 부활. <골든 크로스>의 결말은 우리네 동화들에 비한다면 거의 직무유기에 가까운 갑갑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서동하 일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파렴치했으며, 개과천선할 기미 또한 보이지 않는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그들의 삶. 도통 성장하지 않는 미개하기 짝이 없는 인물들은 시종일관 우리들의 화를 돋우었다.

하지만 강도윤의 사람들은 그들과 확연히 달랐다. 가족의 예기치 못한 억울한 죽음은 남은 이들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지만, 대신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만들었다. 정직과 강직함을 잃지 않았던 강주완(이대연 분)이 설파했던 '세상의 이치'를 복수의 과정을 거치며 그제야 깨닫게 된 것.

결국 '성장'의 측면에서 본다면 승자가 누구인지는 확실하다. <골든 크로스>는 위에서 말한 뻔한 공식을 따르지 않았을 뿐, 우리네 삶의 가치 판단의 기준은 비교적 명확히 제시해 주었다.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는 결국 우리들의 몫으로 남았다.

강도윤 개인의 억울함, 사회적 문제와 연계해 잘 풀어내

'골든 크로스' 딸의 읍소에 조금 흔들리지만, 서동하는 끝까지 파렴치함을 잃지 않는다.

▲ '골든 크로스' 딸의 읍소에 조금 흔들리지만, 서동하는 끝까지 파렴치함을 잃지 않는다. ⓒ KBS


사랑하는 누이동생과 아버지를 억울하게 잃은 강도윤의 처절한 복수극. 어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일에 불과하다 할 수 있지만, <골든 크로스>가 그것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조금 남달랐다. 드라마는 많은 인물들의 성장을 그려냈고, 개개인의 일이 모여 사회적으로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그 유기적 흐름 또한 제대로 파악해 보여주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강도윤은 절치부심 끝에 결국 복수극을 완성시켰다. 철옹성 같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각종 비리의 주동자들은 그가 내민 여러 증거들에 속수무책이었다. 서동하와 박희서(김규철 분), 그리고 마이클 장(엄기준 분) 등은 구속되었고, 강도윤 자신은 아버지가 몸담았던 은행의 최고 책임자가 되었다.

강도윤은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무덤 속에서 부활하여, 학력과 경력 등의 세탁을 거쳐 테리 영이 됨으로써 비로소 복수를 감행하여 성공할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은 원래의 강도윤 그대로였다면 어림도 없었을 일. '억울하면(혹은 아니꼬우면) 출세하라'의 충실한 재현이다.

강도윤은 결국 출세를 통해 자신의 뜻을 이루었다. 그러나 씁쓸한 일이지만, 아무리 아니꼽고 억울한 일들이 천지에 깔렸어도, 보통사람들에게 출세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강도윤, 아니 테리 영의 복수극이 통쾌하면서도 왠지 서글픈 이유다. 

골든 크로스 김강우 정보석 엄기준 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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