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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리언 웨이즈 포스터

밀리언 웨이즈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유니버설 픽쳐스가 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세스 맥팔레인의 감독 데뷔작 <19곰 테드>(이하 테드)가 약 5억 4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면서 그는 단번에 할리우드 블루칩으로 부상했다. TV 애니메이션 <패밀리 가이>에서 의인화된 강아지 브라이언 목소리를 맡았던 세스 맥팔레인은 <테드>를 통해 자신만의 확고한 개그 철학을 스크린으로 확장시키는데 성공했다. 깜찍한 외모의 곰인형이 거침없이 음담패설을 내뱉고 심지어 코카인까지 흡입하며 소위 배꼽친구와 우정을 논하는 장면은 동화적 고정관념에 대한 유쾌한 전복이었다.

<테드>의 성공에 힘입어 유니버설 픽쳐스는 다시 한번 맥팔레인에게 연출,주연,각본을 모두 맡겼다. 출연 배우진의 면모도 화려하다. 샤를리즈 테론, 아만다 사이프리드, 리암 니슨 등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명배우들이 맥팔레인식 코미디 영화의 깃발 아래 뭉쳤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신선하고 기대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서부극에 <테드>의 유머코드를 이식하는 장르간 교배로 새로운 장르 계보의 비조를 탄생시키려는 영화적 야심 또한 맥팔레인에게 있었을 테다.

이러한 장르적 실험은 그러나 아쉬움을 더 많이 남겼다. 일단 코미디 영화임에도 웃는 게 힘들다. 미국식 화장실 유머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인의 문화차이로 넘기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테드>에서의 유머도 미국 문화에 충실했지만 웃고 즐기기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더욱 그렇다.

​'코미디 영화의 웃음 부재'라는 치명적 결함의 원인은 주인공 알버트(세스 맥팔레인 분)에 있다. 그는 착한 남자이다. 그러나 영화의 배경인 19세기 통념상 남성적 매력이 전무한 인간이다. 거친 서부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권총 기술도 없고, 양털을 깎으며 겨우 연명해가는 양치기다. 급기야 목축지 문제​로 상대 남성이 권총 결투를 신청하자 빌다시피 하여 위기를 모면한다. 1년 반을 사귄 여자친구 루이즈(아만다 사이프리드 분)가 극 초반에 이별을 고하면서 '넌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신은 알버트의 캐릭터를 함축적으로 묘사한다. 착하지만 매력 없는 남자.

이 '착한 남자' 콘셉트는 영화 끝까지 간다. 애나(샤를리즈 테론 분)가 알버트에게 반하고 그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도 그가 다른 남자들 같지 않게 착해서였다. 알버트는 무능하지만 순수한 영혼의 바보 온달이었고, 이에 애나는 기꺼이 평강공주 역을 자처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의 로맨스가 극 전반을 관류하며 이야기를 끌고 나가기 때문에 '착한 남자'는 플롯상 포기할 수 없는 캐릭터 설정이다.

그런데 이렇듯 태생이 착하다 보니, 나쁜 짓이나 일탈을 통해 웃음을 주는 유머가 논리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테드>에서 곰 테드가 친구 집에 얹혀사는 주제에 매춘여성들을 집으로 불러 난장을 벌이면서 뻔뻔스럽게 구는 것이나, 근무시간에 여자친구와 직장 식료품 창고에서 성관계를 갖고서도 도리어 점장한테 대들고, 집으로 가서는 친구 베넷(마크 윌버그 분)과 마약을 하는 등의 무지막지한 비행을 <밀리언 웨이즈>의 알버트가 꿈꾸기란 부자연스럽다. 심지어 알버트는 대마초 쿠키도 한 번 못해본 숙맥이었지 않던가.

이 영화가 15세 관람가라면 테드의 기행을 알버트가 계승하지 않는 게 이해가 되지만, 이건 청불 영화이다. 성인들을 위한 동화라는 콘셉트의 <테드>를 서부극에서 번안된 형태로 접목하려 했다면 알버트가 이런 일탈과 비행을 몸 사리지 않고 신바람나게 했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스토리라인 자체가 알버트의 일탈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테드>의 재미가 입추할 여지는 애초에 없었다.

알버트가 못하면 옆의 친구들이라도 웃음을 유발해줘야 하지만 그마저도 녹록하지 않다. 갖은 방법으로 소심한 개그만 날릴 뿐 웃음보를 터트리는 데는 번번히 실패한다. 결국 영화는 주변인물들의 변변치 않은 유머를 관찰하며 평강공주 애나와 로맨스를 키워가는 바보 온달 알버트의 지루한 성장기로 막을 내린다. 2015년 개봉 예정인 <테드2>에서는 맥팔레인이 <밀리언 웨이즈>를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블로그(http://blog.naver.com/pellicks513)에도 실렸습니다
밀리언웨이즈 세스맥팔레인 테드2 19곰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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