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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브랜드 핵심은 인간과 자연을 동시에 사랑하는 기업, 로하스(LOHAS) 정신이다. 그 출발점에는 한국 유기농의 아버지로 불리는 원경선 풀무원농장 원장의 '생명 존중과 이웃 사랑' 정신이 있다. 풀무원 창립 30주년을 맞아 '로하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그 이야기가 '하필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말]

여덟 명이 손을 들었다. "오늘 아침 안 먹고 온 친구?"를 묻는 질문에 그랬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어린이 27명 중 8명이 그렇다고 했다. 10명 중 3명이 아침밥을 먹지 않은 셈이다. 잘 살기와 잘 먹기는 사실 하나인데, 이 둘을 함께 하기 쉽지 않은 팍팍한 현실을 대변하는 듯 했다. 어쩌면 '먹방' 인기는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한 '반작용'일지 모른다.

다음은 바른 먹거리를 묻는 질문이었다. "채소요", "브로콜리요", "과일이요"란 답들이 곧바로 나왔다. 반대 질문에는 "피자", "햄버거" 등이 역시 망설임 없이 튀어나왔다. 어른들이 그렇듯 아이들 역시 머리로는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손으로는 결국 '빠른 먹거리'를 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머리의 의지가 손으로 이어지는 데 '앎'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10일 중계동 사랑샘 유치원에 가봤다. 풀무원 재단과 비영리 사단법인 '푸드 포 체인지'가 함께 진행하는 '바른 먹거리 캠페인 교육'을 참관했다. 이 날은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감 활용 미각 교육' 프로그램. '푸드 포 체인지'의 식생활 전문강사 푸듀케이터(food+educator) 선생님들과 '미운 일곱 살' 어린이들이 마주하고 있었다.

어른에게는 더욱 귀할 '당근 씹는 소리'

바른 먹거리 캠페인 교육 모습
 바른 먹거리 캠페인 교육 모습
ⓒ 푸드 포 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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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사이에 당근, 멸치, 두부가 차례차례 등장했다. 단, 그 '얼굴'을 볼 수 없다. 한 어린이가 나와 상자 안에 있는 이들을 만져보고 정답을 맞히는 방식. 두 번째로 등장한 멸치에서 막힌 어린이, 이를 지켜보던 친구들에게 박선미 푸듀케이터가 힌트를 요청했다. 그러자 대뜸 한 아이 입에서 "멸"이 튀어나왔다. 지켜보던 어른들 입에서 모두 웃음이 나왔다.

바른 먹거리 캠페인의 오감 활용 미각 교육은 말 그대로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을 골고루 이용해 먹거리에 대한 친밀도와 이해를 높이는 형태로 진행된다. 먹거리를 '슬로우(slow)'하게 대하는 과정, 어른들에게도 귀할 경험이다. 눈을 감고 신경을 청각에 집중해 당근 씹는 소리를 입으로 최근 표현해 본 어른 있으면 손 들어보시라.

한 아이 입에서 "사이다 맛이 나요"란 말이 나왔다. 멸치 냄새를 맡다가 얼굴을 찡그리고 손을 코에 대고 '부채질'했던 인경이란 친구도 주목해서 봤다. 멸치를 입에 넣고 오물쪼물 요리조리 그 맛을 음미하는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교육 시작한 지 15분 여, 멸치 한 마리를 대하는 재미를 알아차린 듯 했다.

그 다음은 이들 먹거리들의 '고향'을 알아보는 차례. "땅 아래" 있는 당근 사진을 보려고 고개를 빼는 아이들이 여럿이었다. 어떻게 먹느냐는 질문에 "갈아서요", "볶아서요" 등등 대답이 요란했다. 푸듀케이터 선생님 질문에 "저요"하며 드는 손이 많았다. 바른 먹거리를 대하는 아이들의 집중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주먹밥 만드는 남자아이들 모습은?

풀무원 재단과 비영리 사단법인 '푸드 포 체인지'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바른 먹거리 캠페인 교육'이 10일 중계동 사랑샘 유치원에서 진행됐다
 풀무원 재단과 비영리 사단법인 '푸드 포 체인지'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바른 먹거리 캠페인 교육'이 10일 중계동 사랑샘 유치원에서 진행됐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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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맛, 바른 먹거리. 건강한 맛, 바른 먹거리. 내 몸이 좋아해요, 착하고 바른 먹거리. 무지개색 채소, 과일 좋아해. 포도, 당근, 브로콜리, 토마토. 먹다보면 예뻐지는 소리가 들려. 맛있게 골고루 꼭꼭 씹어 냠냠냠 ♬"

한 때 화제가 됐던 '올챙이송'이 떠올랐다. TV 광고를 통해 많이 접해서인지, 노래가 흘러나오자 아이들이 곧잘 따라 불렀다. 합창 후에는 이제까지 오감으로 느껴본 식재료들을 갖고 직접 주먹밥을 만들어 볼 차례. "어떻게 만들죠?"란 질문에 아이들은 조그마한 손들을 쥐었다 폈다하며 "잼잼잼"을 외쳤다.

그 중 남자아이들 숫자를 헤아려봤다. 27명 중 16명. 혹시 '요리'를 재미없어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작용해서였다. 그런데 딴 짓 하는 아이는 없었다. '오물딱 조물딱' 모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집에 가서 주먹밥 만들어보겠다며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들 것이 분명할 아이도 몇몇 눈에 띄었다.

자신이 만든 '요리'에 대한 애정은 더욱 진하기 마련.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해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그리고 두 손가락으로 주먹밥을 입에 쏙. 두 눈을 감고 낮은 목소리로 "음, 맛있어"를 연발하거나 친구들에게 양 엄지손가락을 내밀어 보이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코에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아침을 먹지 않은 어른 중 한 명이란 사실이 새삼 다가왔다.

'골고루 먹어라'는 당위에 길들여졌던 어른이라면

바른 먹거리 캠페인 교육 모습
 바른 먹거리 캠페인 교육 모습
ⓒ 푸드 포 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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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사랑샘 유치원 원장은 이번까지 세 차례 '바른 먹거리 캠페인 교육'에 참여했다고 한다. 앞서 다른 유치원에서 접하고 이 곳에 와서도 '강추'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전문가 선생님들의 세심한 교육에 아이들이나 부모님 반응이 좋더라"며 "좋은 프로그램이란 생각에 올해도 부지런하게 신청했다"며 웃었다. 이 교육은 매월 푸드 포 체인지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받고 있다.

또한 김 원장은 "아이들이 평소 좋은 음식이나 나쁜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접해서인지 먹거리에 대한 인식은 굉장히 높은 편"이라며 교육 효과에 대해 "당장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피드백이 바로 온다. 아이들이 골고루 먹으려 하거나 싫어하던 음식에 흥미를 갖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이와 같은 아이들 식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선미 푸듀케이터는 "아이들의 편식 습관을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 교육의 포인트는 역시 오감으로 식재료를 느껴보는 것"이라며 "먹기 싫어도 만져 보거나 냄새를 맡아 볼 수 있지 않나. 교육 후에는 싫어하던 음식에 친근감이나 호기심을 갖고 다가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교육"이란 '추천'도 잊지 않았다.

아마도 '골고루 먹어라'는 당위에만 길들여진 어른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교육은 어쩌면 어른들에게 더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먹방'을 방청한 소감의 결론이다.

바른 먹거리 캠페인 교육은?

2010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바른 먹거리 캠페인은 풀무원의 대표적인 CSV(공유 가치 창출) 사업이다. 풀무원에 따르면 작년까지 이 교육에 참가한 인원은 모두 1만9천752명. 최근에는 2012년 7월 설립된 식생활 전문 교육기관인 '푸드 포 체인지'와 함께 이 사업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작년의 경우 서울, 경기, 대전, 강원 지역 등에서 총 387회에 걸쳐 9천113명의 어린이와 학부모 그리고 교사 등을 대상으로 '바른 먹거리 캠페인 교육'을 실시했으며, 올해는 모두 500회에 걸쳐 1만 명을 교육할 계획이라고 한다.

교육의 '양적 주체'는 풀무원이, '질적 주체'는 식생활 전문 교육 기관인 푸드 포 체인지가 각각 담당하는 형태. 교육 핵심은 푸드 포 체인지가 양성하고 있는 '푸듀케이터'들이다. 푸듀케이터는 음식과 관련된 생산, 소비, 사회 분야를 다루는 식생활 교육 전문 강사를 뜻한다. 강사 후보를 "바른 먹거리 교육에 뜻이 있는 분"으로 명시하고 있다.

바른 먹거리 캠페인 교육은 크게 유치부(6∼7세)와 초등학생(3∼4학년)으로 나뉘어 실시된다. 유치부는 '바른 먹거리 영양 균형 및 미각 교육'이 60분씩 2회, 초등학생의 경우는 미각 교육에 더해 '바른 먹거리 식품 표시와 영양 균형' 교육이 90분씩 2회 각각 진행된다. 교육 신청 자격은 최소 15명 이상의 교육인원과 교육장소를 갖추고 있는 교육 또는 보육 기관으로 하고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푸드 포 체인지 홈페이지(http://foodforchange.or.kr)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풀무원과 포드 포 체인지는 올해 교육부와 함께 70개 초등학교 학부모·어린이 2,10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밥상머리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교육부는 "가족이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면서 대화를 통해 가족 간 유대감을 높일 수 있도록 구성한 체험 교육 프로그램"이라며 "밥상머리 교육 필요성과 효과, 대화법을 소개하고 건강한 영양식단 및 식사 예절을 알려주는 순서로 진행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노민영 '푸드 포 체인지' 상임대표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태그:#풀무원, #CSV, #바른 먹거리, #푸드 포 체인지,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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